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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Apr 22. 2019

등장인물, 어떻게 분석할까

시나리오 쓰기의 모든 것

의사와 변호사부터 스타 배우와 어부까지, 지난 20년간 지구 절반을 돌 정도로 여러 나라를 다니며 고객들과 시나리오와 영화에 대해 상담했다. 그때마다 일관된 주제가 있었다. 내가 분석하기로, 그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며 관심이 없다.



  인물 전개와 개연성, 공감이 부족하다는 나의 의견은 독립영화사와 할리우드 영화사 임원들도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점이다. 검토자들은 시나리오를 펼칠 때 등장인물들이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 어떤 장애물을 극복하는지,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시나리오 속에 관객이 몰입하고 감정을 이입할 인물이 없다면 영화사에서는 퇴짜를 놓을 것이다. 영화 산업은 경쟁이 치열한 업계다. 시나리오가 영화로 제작되는 것은 고사하고 검토되는 것만도 힘겹다. 그러니까 등장인물이 제 역할을 못 하면 시나리오는 스크린 위로 옮겨지지 못한다.

  입체적인 등장인물이어야 뇌리에 남는다. 신체적·정서적 특징, 외모, 성격, 지적 능력, 약점, 감정, 태도, 독특한 버릇, 유머 감각, 절망, 비밀, 소망, 희망과 꿈 모두 두드러져야 한다. 인물은 깊이가 있어야 한다. 소극적일 수도, 적극적일 수도, 아니 둘 다일 수도 있다. 그리고 교묘하게 상대를 다룰 수도 있고, 잘못된 상대에게 복수할 수도 있고, 지나치게 똑똑하거나, 재치 있거나, 갈등투성이일 수도 있다.

  등장인물이 내리는 선택과 결정은 궁극적으로 인물의 배경과 동기에 바탕을 둔다. 작가가 인물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지 못하면 영화사 간부는 금세 파악한다. 이 사람은 시나리오 작성법조차 모른다고. 시나리오를 쓸 때는 영화사의 입장에서 그들의 요구를 이해해야 한다. 탄탄한 3막 구조, 흡인력 있는 플롯, 올바른 포맷 설정, 발전된 인물들은 기본이다.


  인물들의 입장이 되어보자. 특히 인물 전기를 작성해 그들의 마음을 알아보자. 시나리오를 이제 막 쓰기 시작했든, 마무리 작업을 하는 중이든, 주인공과 조연 모두를 위한 인물 전기를 쓰면 성공으로 가는 어마어마한 비법이 된다. 인물 전기는 반드시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지극히 유용한 도구가 되어 인물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 수 있게 도와준다. 인물 전기를 완료한 후에는 인물과 플롯 모든 면에서 신선하고 새로운 통찰력을 가지고 시나리오로 돌아갈 수 있다.



시나리오 쓰기 실전 연습


  등장인물이 한 명씩 차례로 정신과 상담실의 카우치 소파에 눕는다고 상상해보자. 어쩌면 인물은 정신과를 처음 찾았을 수도 있다. 인물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지도 모른다. 각 인물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선택하라.

  주연과 조연 모두를 위해 그들의 목소리로 인물 전기를 작성해보자. 이렇게 하면 3인칭으로는 불가능했던, 인물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 있다. 1인칭 인물 전기를 쓰면 인물의 목표와 동기, 행동, 태도, 뒷이야기를 파헤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인물들이 어떤 부류에 해당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인물의 대사를 강화해 그들의 발화 양식, 속도, 비속어, 단어 선택에 차별을 둘 수 있다.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편집하지 말고 적어보자. 시나리오 속의 특정 장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인물 전기를 쓸 때는 시나리오를 읽지 않는다. 오직 인물들에만 집중하고 그들이 자신에 대해 직접 말하게 한다. 문장 구조나 비문, 불완전 문장은 걱정하지 마라. 인물들이 그냥 이야기하게 하라. 인물마다 적어도 한 쪽을 쓰되, 필요하다면 원하는 만큼 쓴다.

  등장인물 각자에 맞춰서 이 장면을 설정해보자. 정신과 상담실의 모습이 어떠한가? 어둡고 칙칙한가 아니면 화사하게 꾸며져 있는가? 상담실의 모습과 분위기를 알면 인물에 대해, 그리고 이 특정 환경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인물은 상담실 벽의 장식이나 정신과 의사의 책상 위 물건을 쳐다보는가, 아니면 손가락만 비비 꼬고 있는가? 정신과 의사는 인물의 말을 귀담아 듣는가, 아니면 졸음을 참는가? 상담실은 고요한가, 아니면 열린 창문으로 거리의 차들과 질주하는 소방차 소리가 들리는가? 인물은 적극적으로 말하는가, 아니면 비밀을 내놓기 꺼리는가?

  정신과 상담실은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가 사라진 안락한 장소가 될 수 있다. 카우치 소파는 인물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도록 긴장을 풀어줄 수 있다. 혹여 정신과 의사가 그리 윤리적이지 않다면, 전화가 방해하거나 타인이 불쑥 들어오는 등 몇몇 인물에게 새로운 상황을 부여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방해는 인물에게 긴장감을 일으키고, 결국 인물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제 정신과 의사와 인물이 함께 있는 모습을 그리고 나서 이 의사를 마주한 인물의 반응을 상상해보라. 편안한가, 아니면 스트레스를 받는가? 어떤 인물에게는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모조리 털어놓는 새롭고 인상적인 계기일 수 있는 반면, 또 다른 인물에게는 위협적이거나 섬뜩한 시간일 수 있다. 인물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든, 인생의 특별한 사건들을 털어놓을 때 이 의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보자. 불쌍하거나, 혐오스럽거나, 안타깝거나, 복수심에 불타거나, 신경과민이거나, 강박적인 인물에 대해.


  다음 질문은 각각의 인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이 질문의 일부 혹은 전부를 인물에게 묻거나, 나만의 질문을 만들어볼 수 있다.


<정신과 의사의 문진>


  여기에 온 기분이 어떤가요? 편안한가요? 전에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그때의 경험이 어떠했나요? 그때 왜 상담실을 찾아야 한다고 느꼈나요? 당시 어떤 사건이 있었나요, 아니면 오늘 여기로 오게 한 일이 과거와 관련 있나요?


  자신에 대해 말해주세요. 자란 곳이 어딘가요? 태어난 고향을 설명하고 지금 사는 곳과 비교해보세요. 현재의 집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나요? 가족과 친밀한가요? 가족에 대해 말해주세요. 특별히 가까이 지내는 가족이 있나요? 그 가족과 왜 가깝다고 느끼나요? 경멸하는 가족이 있나요? 있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누구이고, 왜 중요한가요?


  당신의 성격은 어떠한가요? 친구들과 가족이 당신에 대해 하는 말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나요? 자신의 어떤 면이 좋고, 싫은가요?


  하루를 보통 어떻게 지내는지 말해주세요.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왜 그 일이 좋은가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편입니까?


  사랑에 빠진 적 있나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요? 왜 그 사람을 사랑하나요? 그 사람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나요?


  인생에서 정말로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요? 당신의 희망과 꿈은 무엇인가요? 되풀이하여 꾸는 꿈이 있나요? 그 꿈이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나요? 가장 무서웠던 악몽을 말해보세요. 왜 비밀을 털어놓지 않나요? 진실로 무서워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 사람은 어떤 일로 당신의 적이 되었나요?


  만일 세상에서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다면 누가 되고 싶은가요? 무엇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내가 당신에 대해 신경 써야 할 이유가 있나요? 지금 앉아 있는 카우치 소파는 어떤가요?



수전 쿠겔 Susan Kouguell
각본가이자 프로듀서로 《노련한 시나리오 작가 The Savvy Screenwriter》를 썼다. 터프츠 대학에서 시나리오 작법과 영화를 가르치며, 미국 전역에서 세미나를 열고 있다. 영화 컨설팅 회사 수시티 픽처스의 대표로 대형 영화사를 비롯해서 전 세계 1,000여 곳의 클라이언트와 작업했다. 프랑스 영화감독 루이 말 Louis Malle과도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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