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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May 14. 2019

엿듣기 기술

시나리오 쓰기의 모든 것

어떤 이야기가 몇 년 동안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내가 자라면서 들었던 실제 사건에 관한 이야기로 영화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이야기는 1920년대 나의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 피드몬트의 섬유산업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데, 십 년 전에 나는 그곳을 떠나왔다.

  어느 해 여름 가족을 만나러 돌아가게 되면서 마침내 이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쓰기 시작했다. 나는 지역도서관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며 책들을 훑고, 마이크로필름 기사들을 샅샅이 뒤지고, 누군가 부모와 조부모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전해 들으며 내가 이야기의 기본 골격으로 삼고 싶었던 그 폭력 사건에 대한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알았다.

  곧, 나는 사실들은 충분하다고 느꼈다. 사실들로 그득한 상자가 있다고. 하지만 내 목표는 다큐멘터리가 아니었다. 극적 서사, 픽션 역사극을 쓰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내게는 주요 인물의 성격과 인물들의 목소리, 느낌이 부족했다. 이야기를 밀고 나갈 인간관계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상상력을 활용할 수도 있었지만 더 많은 무언가,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창의성을 점화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일주일 동안 나는 이 사건이 벌어졌던 섬유산업 마을의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혼자 조용히 앉아서 체리 음료수를 마시고 식초로 맛을 낸 바비큐와 양배추 그릴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다. 나는 마을 사람들을 조심스레 관찰하고 들으면서 이들이 쓰는 구문과 속어, 자세와 걸음걸이를 흡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소녀와 함께 밥을 먹던 커플이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빳빳하게 다림질한 작업복을 입은 남자는 삼십 대 후반처럼 보였다. 열 살쯤 어려 보이는 여자는 할인점에서 산 듯한 꽃무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열 살 남짓의 여자아이도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이들 사이에 서먹함이 흘렀다. 남자는 포크와 스푼, 나이프를 만지작대다가 사냥에 대해 수줍게 말하면서 그것들을 정돈했다. 여자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미있는 척했다. 여자아이는 따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종업원이 음식을 갖다 주었고, 남자는 무심결에 여자아이에게 냅킨을 무릎에 올리라고 눈짓했다. 여자아이가 흠칫 남자를 쏘아보았지만, 말을 꺼내기 전에 여자가 손을 톡 치며 간결하게 말했다. “얘야?” 경고로 알아들었는지 여자아이가 억지미소를 지으며 냅킨을 자기 무릎에 올렸다.

  유레카. 찾았다.

  이 삼각관계를 모델로 한 이야기가 내 마음의 눈에서 형태를 잡았다. 엄마 말을 잘 듣지만 엄마가 만나는 까칠한 남자가 싫고, 그 남자를 이기적으로 이용하는 음울한 열 살 소녀의 관점에서.



시나리오 쓰기 실전 연습


  대부분의 작가가 가진 훌륭한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관찰하거나 엿듣는 능력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원 밖으로 표류하다가 조용히 안을 살핀다. 그리고 사람과 상황을 포함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 실전 연습은 이를 정확히 해내기 위한 방법이다.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고 설득력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조사를 하고 인물들이 진짜라는 것을 밝히고 그들을 믿을 만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야기 속 인물과 비슷한 사람이 시간을 보낼 법한 장소에 가라. 도서관, 운동장, 스포츠 경기장, 법원, 대학 캠퍼스, 술집 등 어디라도. 비결은 관심을 끌지 말고 투명인간이 되어서 엿듣는 것이다.

  대화를 엿듣고 그들이 주고받는 행동을 지켜보라. 주시하라. 말하는 태도, 토론하는 주제, 몸짓, 옷차림, 주변의 소음과 소리, 환경 그리고 음악을 흡수하라.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을 생각하라. 머릿속으로만 기록하라. 어떤 것도 쓰지 마라. 사람들의 자의식을 만들게 될 것이다.

  나중에, 재빨리 보고 들었던 모든 것을 적어라. 지켜본 사람들에 대해 상상하고 있는 것을 자세히 전기로 기록하라. 그리고 이 전기들을 개작해서 이야기의 세계로 입성시켜라.



마크 에번 슈워츠 Mark Evan Schwartz
로스앤젤레스 로욜라 매리마운트 대학의 영화텔레비전학교 시나리오학과의 부학장이자 부교수다. 열두 편이 넘는 장편영화와 텔레비전 영화의 각본을 썼고, 《시나리오 쓰는 법 How to Write: A Screenplay》을 펴냈다. 보스턴 예술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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