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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13. 2019
소설의 핵심은 언제나 갈등이다
소설가를 위한 소설쓰기
서사의 방아쇠를 당기는 사건
첫 장면에서 계기적 사건을 겪는 주인공은 아직까지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최초의 갈등은 그가 당장 행동할 만큼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인물의 갈등이 확실한 훌륭한 소설의 기본 형태
1. 계기적 사건은 주인공이 표면적 갈등에 처음 맞닥뜨리게 하고, 근본적 갈등의 단서가 된다.
2. 주인공은 처음 겪는 갈등을 해결하려고 행동한다.
3. 주인공의 행동에 따른 결과가 나온다. 이는 새로운 갈등을 낳는다. 근본적 갈등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점차 밝혀진다.
4. 주인공이 새로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에 대한 결과가 나오고 어려움이 또 생긴다. 주인공은 갈등의 실체를 점점 더 명확하게 이해한다. 이를 독자도 함께 알게 된다.
5. 새로운 행동에 대한 결과가 계속 나오고 더 많은 갈등이 생긴다. 근본적 갈등이 더욱 뚜렷해진다.
6. 모든 갈등이 해결되고, 근본적 갈등의 실체가 완전히 드러난다. 주인공은 이 갈등을 해결하는 데 성공하거나 실패한다.
표면적 갈등과 근본적 갈등은 어떻게 다를까?
근본적 갈등은 언제나 주인공의 내면과 연결된 크고 극적인 문제다. 주인공의 세계를 뒤집고 그가 변화의 여정을 끝까지 걷도록 몰아 넣을만큼이어야 한다. 반면 표면적 갈등은 근본적 갈등의 일부를 겉으로 보여주는 나쁜 상황에 가깝다. 소설에서 근본적 갈등을 찾으려면 아주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현실에는 우리를 괴롭히는 온갖 문제가 있다. 가난, 죽음, 사랑하는 이의 실종, 갑작스러운 회계 감사 등등.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히 일상이 추락한 것보다 더 크고 깊은 위기가 더해져야 한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통해 배우는 표면적 갈등과 근본적 갈등
영화「델마와 루이스」에서 첫 표면적 갈등은 루이스가 델마를 공격한 할런을 총으로 죽이면서 생긴다. 이것은 서사에 엔진을 달고 플롯을 굴러가게 만드는 중요한 갈등이다. 근본적 갈등은 최초의 갈등과 연결되어야 한다. 뜬금없어서는 안 된다.
영화의 첫 장면은 근본적 갈등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대릴에게 눌려사는 델마). 이는 루이스가 할런을 쏘는 아주 극단적인 장면을 낳는다. 여기에서 생긴 표면적 갈등으로 델마와 루이스는 수감이나 사형을 피하기 위해 법망을 따돌려야 한다.
델마가 대릴에게 억압받고 산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면, 아마도 루이스에게 경찰에 자수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자고 설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남성지배사회에서 여자는 어떤 희망도 품을 수 없다는 것을 마침내 깨닫는 델마는 루이스에게 투항하라고 설득하지 않는다. 추격전이 시작된다. 언뜻 보기엔 잡히지 않는 것이 목표지만 더 중요한 목표는 남자로부터의 독립이다.
만약 「델마와 루이스」가 표면적 갈등만 다루었더라면 이야기는 법망을 피해 달아나는 두 여자에게만 머문다. 남성지배사회로부터의 도피라는 공감과 문학적 감성을 이끌어내는 더 깊은 이야기는 없었을 것이다. 이 작품이 영화가 아닌 소설이고, 표면적 갈등이 전부였다면 어땠을까? 두 여자가 수감되거나 사형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법망을 피해 다니는 게 이야기의 전부였다면 독자는 십중팔구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책을 중고 장터에 내놓았을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더 깊고 내면과 연결된 갈등이 있어야 책장에 남아 거듭해서 읽혔을 것이다.
뛰어난 소설에서는 주인공과 적대자의 목표가 선하고 존중받을 만하다. 「델마와 루이스」에서 적대자는 두 여자를 쫓는 형사 할이다. 그의 목표는 두 가지다. 경찰로서 서약한 대로 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것과 두 여자가 살해당하기 전에 잡고 싶어 한다. 그의 목표는 존경받을 만하지만 자유로운 상태로 남고자 하는 델마의 목표와는 양립할 수 없다. 만약 할이 범죄자를 무조건 싫어하고 특히 두 여자를 더욱 혐오하는 평면적인 인물이라면 평범한 만화 속 악당으로 전락하며 이것은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근본적 갈등은 하나여야 하고 표면적 갈등은 많을수록 좋다. 델마의 근본적 갈등은 평생을 남자들(특히 남편 대릴)의 지배를 받으며 살았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첫 번째 목표는 루이스와 여행을 떠나 휴게소에서 재미를 보면서 남편에게서 독립하는 것이다. 루이스가 할런을 총으로 쏴 죽인 다음, 그리고 그 사건에서 비롯된 표면적 갈등(법망을 피하는 것)이 진행된 뒤에 진짜 갈등에 대한 델마의 이해가 점점 깊어진다
그 후의 추격전은 남성지배사회에서 그녀의 고분분투하는 모습을 증폭해서 보여준다. 남편인 대릴에게서 독립하는 표면적 목표와 모든 남성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근본적 목표는 직접 이어져 있으며 최초의 갈등에서 나왔다. 둘은 인과관계에 있다. 델마의 표면적 갈등은 거의 장면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나온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같이 근본적 갈등과 관련이 있다. 첫 번째 갈등은 남편이 허락해줄리 없는 루이스와 함께 여행을 가는 것, 그다음의 더 큰 갈등은 루이스가 할런을 죽이는 것이다. 이제 델마는 체포되고 수감되는 것을 피해 도망 칠지 말지를 정해야 한다. 그 뒤에 생기는 모든 새로운 표면적 갈등은 이 갈등에서 나온다.
레스 에저턴 Les Edgerton
미국의 소설가. 소설은 물론 시나리오, 에세이, 기사 등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하고 즐긴다. 단편소설 「그것과는 다르다 IT’S DIFFERENT」,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들 MY IDEA OF A NICE THING」 등의 소설을 발표하고 지금까지 19권의 책을 썼으며, 푸시카트상, 오 헨리상, 에드거 앨런 포상 등 유수의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털리도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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