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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Jun 20. 2019

배경 설명은 얼마나 해야할까?

소설가를 위한 소설쓰기 





설정이나 배경 설명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면 나쁜 도입부가 된다. 부적절한 곳에 지나치게 많이 집어넣는 경향이 있는데 첫 장의 후반부나 그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는 넣어도 되지만, 도입부에는 되도록 넣지 않는 편이 낫다.


초보 작가가 주의해야 할 세 가지 팁

1. 설명 및 배경 설명은 꼭 필요한 것만 넣는다


A. 그는 마을에서 아무나 붙잡고 시비를 거는 고약한 술주정뱅이로 유명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그는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아이는 전부 괴롭혔고 그래서 다들 그를 피했다. 그를 보면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져서 가려고 길을 건넜다. 아마도 부모가 문제였을 것이다. 특히 마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술주정뱅이로 꼽힌 그의 아버지가 문제였을 것이다. 적어도 그는 포트웨인 북동쪽을 대표하는 술주정뱅이였다. 그는 뭐든 손에 잡히는 걸로 아들을 패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벨트, 막대기,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지난 28년간 지속된 그의 결혼 생활도 그의 인성에 그다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녀는 2년 전부터 암 투병 중이었다.지지금 그는 죽은 아내를 안고서 집에서 여섯 블록 떨어진 곳에 있다. 메이플크레스트를 막 지났고 조지타운 쇼핑 센터가 있는 스테이트가에 들어섰다.

이런 식으로 모든 배경 설명을 자세히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B. 그는 성질이 하도 고약해서 그가 서 있는 곳이 곧 마을의 험한 구역이 되었다. 지금 그 험한 구역은 메이플크레스트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스테이트가의 조지타운 쇼핑센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쇼핑 센터 뒤쪽, 캡앤코크 매장 뒤 쓰레기 처리장이다. 그는 쓰레기통 중 하나에 아내의 시체를 욱여넣고 있었다. _레스 에저턴, <마을의 험한 구역>

B에는 설정이 일부 포함되어 있고 배경 설명도 조금 들어가 있지만 매우 간략하고 독자가 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딱 필요한 정도로만 들어 있다. A에서 나오는 배경 설명은 B에서도 나오지만 이야기가 더 진행된 뒤에 나온다. 그곳이 그런 배경 설명이 들어서야 할 자리이기 때문이다. 쓸 이야기가 있는 설정과 배경 설명을 잔뜩 집어넣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겠다면, 잠시 한발 물러서서 이야기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 잘못된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설정을 활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계기적 사건이 벌어지는 한복판에 엮어 넣는 것이다

바닥에 쏟아진 휘발유 냄새, 사울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여전히 안전벨트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그가 앉아 있는 자동차는 들판 같은 곳에 뒤집어져 있었다. _찰스 백스터, <사울과 펫시에게 아이가 생겼다>

이 글은 독자에게 시골에서 자동차 사고가 막 일어났고 사울이 그 자동차에 갇혀 있으며 휘발유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꼭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담고 있다. 독자는 곧장 계기적 사건의 한가운데에 던져졌지만 인물이 누구이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이 소설의 작가는 최소한의 정보만 집어넣었다. 우리처럼 예리한 독자가 글에 새겨진 뼈대에 살을 덧붙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3. 좋은 도입부는 독자의 감정을 곧바로 뒤흔드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도입부 장면에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어떤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싶은가? 독자가 꼭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어떤 속도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싶은가? 이런 장면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인공의 과거를 전부 나열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샌프란시스코에 묻힌 뒤 나는 말썽을 피웠다. 술집에서 맨발로 춤을 췄고, 교회에서 손가락 욕을 했다. 어느 4월 이른 아침, 나는 도선의 새 트럭을 몰고 나가 스네이크 리버 제방에 처박았고, 견인차가 왔을 때 나는 잠옷을 입은 채로 눈밭에 쭈구리고 앉아 죽은 물떼새 사체 앞에서 울고 있었다. _팀 샌들린, <슬픔은 떠다닌다>

이 도입부는 빙하의 꼭대기만 드러나 있다. 이 소설의 작가는 주인공인 모리와 그녀의 아버지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했는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다. 모리가 아버지의 죽음에 어떤 식으로 반응했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아주 최소한의 단어를 썼는데도. 모리가 왜 그런 반응을 했는지는 우리가 각자 추측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 소설의 작가가 우리가 그 정도 추측은 할 정도로 영리하다고 믿은 덕분이다. 결국 독자를 신뢰하는 문제로 돌아온다.  




레스 에저턴 Les Edgerton
미국의 소설가. 소설은 물론 시나리오, 에세이, 기사 등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하고 즐긴다. 단편소설 「그것과는 다르다 IT’S DIFFERENT」,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들 MY IDEA OF A NICE THING」 등의 소설을 발표하고 지금까지 19권의 책을 썼으며, 푸시카트상, 오 헨리상, 에드거 앨런 포상 등 유수의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털리도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소설에 완성도를 넘어 

개성을 더하는 고급 기술 안내서

《소설가를 위한 소설쓰기 1: 첫 문장과 첫 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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