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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Jul 10. 2019

나쁜 첫 문장의 모든 것

소설가를 위한 소설쓰기

편집자를 힘들게 하는 나쁜 첫 문장의 다섯가지 유형



1. 꿈으로 시작하는 유형

사건을 벌여놓고 그 모든 것이 인물의 꿈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고 쓰면 절대로 안 된다. 앞서 벌어진 모든 일이 그저 꿈이었다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결말은 출판사 사무실 저쪽으로 원고가 날아가게 될 것이다. 


2. 자명종이 울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유형

자명종 소리 또는 화성인 출몰 등의 중요한 소식을 전하는 라디오 방송 소리에 인물이 잠에서 깨는 모습으로 등장한다면 편집자는 십중팔구 한숨을 내쉬게 된다. 이제 이 인물이 침대에서 나와 아침을 먹고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등 지루하고 심심한 일상을 죽 나열할 거라고 선언하는 신호탄이니까. 진짜 이야기가 시작하기까지는 두세 시간이 걸릴 것이다. 편집자는 그럴 여유가 없다. 자명종이 울리면서 시작하는 것보다 더 나쁜 도입부는 딱 한 가지뿐이다. 인물이 자명종을 끄면서 "지각이야!"라고 외치는 것이다.


3. 우스꽝스러운 유형

이런 문장은 쓰지 말자. "저 여자가 집 안으로 들어오려나, 아니면 계속 베란다에 있으려나, 남자는 혼자 생각했다." 인류사를 통해 거의 확실하게 입증된 사실이 있다면 인간은 생각을 할 때 거의 언제나 혼자 한다는 것이다. 독심술이 소설 세계의 일부가 아닌 한 다른 사람을 상대로 생각을 하는 일은 없다. 편집자는 이런 문장을 만나면 웃음을 터뜨릴 테지만 결코 유쾌한 웃음은 아닐 것이다. 


4. 대화가 너무 적은 유형

첫 두세 쪽에 대화가 전혀 나오지 않아도 문제다. 모든 편집자는 어떤 종류의 원고든, 예컨대 그것이 시나리오건, 장편소설이건, 단편소설이건, 종이에 여백이 많기를 바란다. 어떤 편집자는 글이 얼마나 빽빽하게 진행되는지 확인하려고 먼저 원고를 휘리릭 넘겨본다고 한다. 그렇게 원고를 휘리릭 넘기는데 여백이 별로 없으면 한 가지는 확실해진다. 앞으로 읽게 될 소설은 서술, 서술, 그리고 서술의 연속일 것이다. 아주 지루한 독서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고 알리는 표식이다. 


5. 대화로 시작하는 유형 

이런 도입부 유형은 지난 세기에나 유행했다. 대화로 시작할 때의 문제는 독자가 소설에 처음 등장해 대화를 나누는 인물들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독자가 아는 인물은 한 명도 없다. 그래서 대화가 나오면 누가 말을 하는지, 상대는 누구인지, 맥락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계속 읽어서 어느 정도 정보를 얻고 나서야 그 대화를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대화로 시작한 도입부는 전개 속도를 늦추는 과속방지턱이 되고, 최악의 경우 이야기의 진행 자체를 중단시킨다. 




레스 에저턴 Les Edgerton
미국의 소설가. 소설은 물론 시나리오, 에세이, 기사 등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하고 즐긴다. 단편소설 「그것과는 다르다 IT’S DIFFERENT」,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들 MY IDEA OF A NICE THING」 등의 소설을 발표하고 지금까지 19권의 책을 썼으며, 푸시카트상, 오 헨리상, 에드거 앨런 포상 등 유수의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털리도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소설에 완성도를 넘어 

개성을 더하는 고급 기술 안내서

《소설가를 위한 소설쓰기 1: 첫 문장과 첫 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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