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작가라서

질문22.비평이란 무엇입니까?

303명의 거장, 34개의 질문, 그리고 919개의 아이디어

by 도서출판 다른
《작가라서》: 303명의 거장, 34개의 질문, 그리고 919개의 아이디어



해럴드 블룸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겠지만, 또는 몇 명만 귀 기울이겠지만 저는 비평이 문학의 한 장르이고 그게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비평이 문학의 한 장르가 아니라면 살아남을 희망이 없습니다. 원한다면 비주류 장르라고 생각해도 되지만 저는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시 또는 그보다는 시 창작이 비평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은 언뜻 봐도 터무니없는 생각입니다.



헬렌 벤들러

보통 저는 평범한 시에 대해서는 해줄 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오페라단의 신인 발굴 담당자가 자신의 귀에 들리는 목소리에 대해서 “아니, 목소리에 설득력이 없어요. 고음을 지속할 능력이 전혀 없어요. 타고난 리듬감이 없어요. 뚜렷한 개성이 없어요. 해석력이 없어요. … 그냥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고, 다 없어요”라는 말밖에 해줄 게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제가 신인 발굴 담당자라면 해석력과 설득력, 음악적 이해력은 물론이고 독특한 음색을 갖춘 목소리를 찾고 싶어 할 겁니다. 그런 목소리를 찾고 나면 할 이야기가 많지요. 자질이 없다면, 없는 것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설명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자질이 있으면, 평론가는 그 자질이 효율적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기쁘게 알려줍니다.



로버트 펜 워런

요즘 널리 퍼진 생각 때문에 오싹한 기분이 드는데, 비평 행위가 문학적 충동과 대립한다는 생각, 마땅히 대립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비평은 덫이 될 수도 있고 창작 충동을 파괴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술이나 돈, 체면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평은 완전히 자연스러운 인간 활동이며, 이유는 모르겠으나 제아무리 지루하고 기법에 치중한 비평이라도 충만한 창의력과 결합할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비평은 모두 또는 거의 모두 기법에 치중했습니다. 주방에서 케이크를 만드는 방법을 이러쿵저러쿵 알려주듯이, 행을 짜 맞추는 방법인 운율 같은 것을 비평했지요. 예술에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방법’에 관심을 보입니다. 지금 저는 그것만이 가치 있는 비평의 종류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사물의 본질에 대한 더 깊은 통찰력을 주는 비평이라면 어떤 종류든 좋은 비평입니다. 마르스크주의적 분석, 프로이드식 연구, 문학적 또는 사회적 전통과의 관련성을 다룬 비평이나 역사를 주제로 한 비평 등 무엇이건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유일하게 올바른’ 비평, ‘완전한’ 비평이란 없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저 다양한 관점으로, 할 수 있다면 다양한 통찰력을 제공할 뿐입니다. 그리고 특정한 역사적 순간에는 특정한 통찰력이 다른 통찰력보다 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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