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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Sep 09. 2019

결정적인 장면 쓰기

소설가를 위한 소설쓰기 2 

결말 장면에서 주제와 관련하여 어떤 상징을 끌어낼 것인지 결정하고자 이야기 시작 부분에서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 살펴보자. 인물은 결말에 가면 완성에 가까워지면서 전력을 발휘하고, 자각의 빛으로 들어가려고 더 큰 여정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인 결말은 해결하는 장면과 마지막 장면뿐 아니라 네 번째 강력한 전환점인 승리하는 순간으로 이루어진다. 장면을 모두 합쳐도 전체 분량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대개는 전체 이야기의 4분의 1 정도다. 


성장한 인물이 보여주는 상징과 이미지 

결말 장면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진정한 또는 완전하거나 새로운 자아로 통합되는 경험을 했다는 것을 형상화해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러네이 덴펠드의 소설 『마법에 걸린 사람들』에서 여성은 고독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여성이 바라보는 교도소의 “어두운 구석”이나 “지하 감옥 같은 계단”에서 나타난다. 

교도소의 사형수들을 온정으로 대하고 공감해야 하는 일은 여성을 지치게 한다. 여성은 감정적으로 무너지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이것이 과연 자신에게 맞는 일인지 의문을 품는다. 소설의 결말에서 여성은 항상 그랬듯이, 자연에서 위안을 찾고 더욱 희망적인 표상이 있는 곳으로 차를 몰고 간다. 태양이 밀려오는 잔잔한 물결을 감싼다. …… 그녀는 주위를 둘러본다. 푸른 숲처럼 파도가 솟아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마치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다독이려는 것처럼. 누군가 요크와 다른 모든 사람을 안아주기를 바랐을 때 그녀를 껴안아 줬던 것처럼.

이제 여성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모든 것이 곧 자신의 구원이며, 거기에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절대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은, 오래된 석조 감옥의 어둠 속에서 여성은 사제에게서 사랑과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사제는 사형수들의 영적인 운명을 보살핌으로써 자기 영혼을 치유하려고 애썼다. 

여성과 사제는 서로 상대가 고통스러운 과거가 있는 비슷한 처지라는 점을 알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지옥 같은 끔찍한 상황에 내던져졌고, 훨씬 더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움으로써 자신을 스스로 구원하며 오랜 세월을 지냈다. 어둠 속에서 지낸 그들의 시간이 끝나가는 것을 나타내고자 영상이 바뀐다. 여성이 사제를 우연히 만나는 한 장면에서 작가는 한 사람의 진정한 자아를 찾는 주제를 직접 나타내려고 사제복을 상징으로 사용한다. 


“간혹 사제복을 입은 당신 모습을 상상해요.” 그녀가 불쑥 말한다. 그는 깜짝 놀란 표정이다. 
“하지만 이대로의 당신 모습이 더 좋아요.” 그녀가 말을 이어간다. 
“이제 당신을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_러네이 덴펠드,『마법에 걸린 사람들』

여성은 사제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본다. 사형수들이 사제를 보는 모습(마지막 미사를 주관하는 사람)이나 그가 자신을 보는 모습(실패자)이 아니라 친절하고 다정한 남자로 본다

작가는 결말 부분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희망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짝 보여준다. 독자에게는 여성과 사제가 실제 서로 상대에게서 어떤 삶의 활력을 발견했다는 인상이 남는다. 그들은 경사진 차양 아래 놓인 흰 침대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잘 준비를 한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가 잠드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녀가 편안하게 보이는 게 이번이 처음인 것처럼, 그녀의 육체 전부가 고통에서 벗어난 것처럼. “경사진 차양 아래 놓인 흰 침대”는 아늑하고 편안한 형상이다. “쾅 하는 큰 소리를 내는 문과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는 철제 자물쇠”가 있고, 석조 감시탑과 부실한 벽이 있는 교도소의 배경과는 대조를 이룬다. 작가는 동정심과 이해의 산물인 ‘보이는 것’이라는 주제를 반복하고, 여성이 고독이나 공포 또는 슬픔보다 용서의 상태에서 마음이 편한 모습을 보여준다. 결말 부분에서 여성이 자유, 평화와 휴식, 사랑과 위안을 얻는 것은 분명하다.





레스 에저턴 Les Edgerton

미국의 소설가. 소설은 물론 시나리오, 에세이, 기사 등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하고 즐긴다. 단편소설 「그것과는 다르다 IT’S DIFFERENT」,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들 MY IDEA OF A NICE THING」 등의 소설을 발표하고 지금까지 19권의 책을 썼으며, 푸시카트상, 오 헨리상, 에드거 앨런 포상 등 유수의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털리도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소설에 완성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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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를 위한 소설쓰기 2: 장면과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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