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서 죽음을 다뤄야 하는 이유
소설가를 위한 소설쓰기 3
어떤 유형의 소설을 쓰든, 작가는 감정의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감정의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법 도구가 바로 갈등과 서스펜스다. 감정적으로 만족감을 주는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단연 ‘죽음’일 것이다.정말 그렇다. 누군가는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해야 하고, 그 누군가란 대개 주인공이다. 가벼운 희극부터 아주 암울한 비극까지, 이는 모든 장르에 해당된다.여기 해법을 보자. 죽음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육체적 죽음, 직업적 죽음, 심리적 죽음. 소설에는 이 세 종류의 죽음 가운데 한 가지 이상이 등장해야 한다.
1. 육체적 죽음
육체적인 죽음은 그야말로 명확하다. 만일 주인공이 정말로 죽어야 한다면, 즉 숨을 멈추게 된다면, 동시에 주인공은 갈등 국면에서 승리를 거두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는 그저 쓸모없이 사라지는 인물일 뿐이다.정말이지 위험천만한 상황 아닌가. 이기거나, 또는 죽거나.어떤 스릴러를 보아도 육체적 죽음이 임박한 장면을 피해 가기란 힘들다.
2. 직업적 죽음
주인공의 직업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에서 ‘실패’란 주인공의 경력이 끝나고, 직업이 쓸데없는 일이 되며, 모든 훈련은 무위로 돌아가고, 미래는 암담하다는 뜻이다. 주인공의 직업적 성공에 있어 성패를 좌우하는 무언가가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이것은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를 아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주인공 해리 보슈에게는 스스로를 옭아매는 행동 원칙이 있다. 『라스트 코요테The Last Coyote』에서 해리는 이런 말을 한다. “모두가 다 중요하거나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그게 전부예요. 상대가 매춘부든 시장 부인이든 난 최선을 다해 수사할 뿐입니다. 그게 내 원칙입니다.”해리에게 있어 이 원칙을 벗어나는 일은 없기 때문에 모든 사건은 결국 해결하느냐 ‘직업적으로 죽느냐’의 문제가 된다. 그는 때때로 쫓겨 다니거나 사건을 더 이상 수사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한다.
3. 심리적 죽음
내면적인 죽음을 말한다. 어떤 사건, 또는 주인공의 심리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갈등을 이겨내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죽을 수 있는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그런 경우다. 만약 이 세상의 진정성을 찾지 못한다면 홀든은 심리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정말 그럴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소설의 결말로 미루어 그런 것 같다). 사실, 그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실제로 죽음(자살에 의한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독자는 생각하게 된다. 심리적 죽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소설의 감정을 고양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모든 로맨스소설의 비결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두 연인이 함께 있을 수 없다면 그들은 줄곧 서로의 반쪽을 그리워할 것이다. 이 연인의 삶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질 것이다. 로맨스소설의 독자라면 결국 두 연인이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테고, 따라서 두 사람이 심리적인 죽음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착각을 유도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진다.
소설 쓰기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런 연습을 해두면 시간을 매우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스트레스도 상당히 줄어든다. 죽음과 관련하여 그 기초를 탄탄하게 설정할수록 이야기의 긴장감도 높아진다. 그리고 이야기를 고쳐 쓸 때, 그 과정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레스 에저턴 Les Edgerton
미국의 소설가. 소설은 물론 시나리오, 에세이, 기사 등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하고 즐긴다. 단편소설 「그것과는 다르다 IT’S DIFFERENT」,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들 MY IDEA OF A NICE THING」 등의 소설을 발표하고 지금까지 19권의 책을 썼으며, 푸시카트상, 오 헨리상, 에드거 앨런 포상 등 유수의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미국 털리도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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