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작가가 선택한 장르, 작가가 만든 배경, 작가가 쓴 묘사와 세심한 문장이 꾸미는 그 독특한 전개가 새로울 뿐이다.
소설 한 편에 여러 장르를 섞을 수도 있고, 한 가지 장르의 소설을 여러 편 쓸 수도 있다. 어떤 작가들은 한 가지 장르의 소설만 수백 편씩 쓰고 결코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지 않는다. 이는 작가가 그 장르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매우 뛰어난 솜씨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장르를 고집하든 여러 장르를 두루 섭렵하든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을 기억하자.
첫째, 쓰고자 하는 이야기가 지금 쓰려는 장르가 아닌 다른 장르와도 잘 어울릴 수 있다.
둘째, 그렇기 때문에 평소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어두어 장르에 대해 편견 없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거절을 여러 번 받아보았다면(솔직히 말해 우리는 모두 기획안과 샘플원고를 출판사에 보낸 경험이 있다) 분명히 이와 비슷한 문구를 보았을 것이다. “저희 출판사에서 출간된 소설을 몇 권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말은 정말로 훌륭한 충고다. 출판사가 찾는 원고는 특정한 장르의 소설이다. 그리고 특정한 방식으로 쓰여 있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독자들이 그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서부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총싸움, 가죽 채찍으로 말 옆구리 때리기, 협곡과 가축우리에서 피어나는 먼지구름을 기대한다. 만일 ‘협곡의 총잡이’ 같은 제목에, 붉은 하늘 아래 말을 타고 달리는 카우보이 그림이 있는 표지의 소설에서, 세무사와 더 늙기 전에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주부의 로맨스가 나온다면 그 즉시 책을 덮어버릴 것이다.
독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특정 장르의 소설을 쓰겠다고 결정했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장르를 대표하는 소설을 여러 권 읽어보는 것이다. 이미 몇 권 읽어봤다고 해서 글쓰기 과정에서 필수인 이 단계를 그냥 건너뛰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스파이스릴러에 도전한다고 해보자. 오래전에 출간된 윌리엄 F. 버클리의 『여왕 구출하기 Saving the Queen』를 이미 읽었다 해도 다시 읽자. 그리고 그 시리즈의 소설을 하나 더 읽든지 아니면 다른 스파이소설을 읽자. 중요한 건 독자가 아닌 작가의 관점에서 읽는 것이다.
이 소설들의 플롯이 어떠한지 유심히 살펴보자. 다른 장르의 소설에서라면 쓰지 않았을 독특한 단어에도 주의를 기울이자. 자신이 쓰고자 하는 장르에서 성공한 작가들이 어떻게 소설을 썼는지 파악하는 데 충분히 시간을 쏟아야 한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