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한가지를 원해. 난 늘 이 한 가지를 원했어. 앞으로도 이 한 가지만 원할 거야.’ 우리의 삶과 마찬가지로 소설에서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때로 서로 어긋나는 것들을 원하고, 이 어긋남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하거나 느끼는 것들을 바꾸기도 한다. 세상에 평생 한결같은 사람은 없다.
복합적인 인물이 현실적이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복합적이다. 독자들은 대개 복합적인 인물을 훨씬 현실적으로 느낀다. 그러므로 작가들은 가능하면 복합적인 인물을 만들고 싶어한다. 독자는 자신의 내면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평면적인 인물은 무시하거나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것도 어떤 장르의 소설인가에 따라 다르다. 모험소설 같은 장르에서는 모든 것을 정복하는 단순한 영웅이 좋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걸린 제임스 본드를 원하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설령 그가 고민을 털어놓는다 해도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설에는 복합적인 인물이 최소한 한 명은 등장한다. 복합적인 인물이 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심지어 인물의 머릿속이 뒤죽박죽인 이유조차 뒤죽박죽일 수 있다.
상반되는 가치가 충돌할 때
사람들은 때때로 두 가지 이상을 원한다. 그건 사람들이 두 가지 이상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 그리고 소설이 흥미로워지는 순간은 이 가치들이 서로 충돌할 때다. 예를 들어 우리는 날씬한 몸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 하지만 달콤한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에도 가치를 둔다. 누군가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이 가치들은 서로 충돌을 일으킬 것이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윤리적 딜레마와 정치적 딜레마를 다루는 소설에서는 특히 이러한 가치 충돌이 핵심 요소다. 흥미로운 소설 중에는 가치 충돌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 많다. 가치 충돌은 결국 한 인물의 동기를 충돌시킨다. 마음속에서 여러 가치가 충돌하는 인물을 창조하면 소설이 엄청나게 좋아진다.
마음속 갈등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인물의 가치, 선택 그리고 욕망의 충돌을 묘사할 때 가장 위험한 방법은 그냥 말하는 것이다. 소설은 설명이 아니라 극화에 의존해야 한다. 독자들은 ‘비밀스러운 관찰자’처럼 이야기가 조금씩 펼쳐지는 것을 직접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명은 인물의 약력을 읽는 기분을 들게 할 수 있다.
설명은 독자들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효과를 발휘한다. 다시 말해 독자들이 소설 속 현재 시점에서 어떤 충돌을 목격하기도 전에 인물의 가치 충돌을 설명하려 들면 십중팔구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한다.
좋은 접근법은 그 인물이 갖고 있는 것, 갖지 못한 것,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나서 설명하는 것이다. 설명이 이야기의 흐름을 끊고 설교처럼 들릴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하면 독자들은 훨씬 더 흥미를 느낀다. 즉 설명으로 만족을 주기 전에 먼저 설명을 듣고자 하는 흥미를 돋워야 한다.
인물의 행동이나 생각, 신체적 반응, 대화를 통해 인물의 선택을 극화해 보여주자. 인물의 뒷이야기 또한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물이 다른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엇갈리는 두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경우에는 다양한 장면에서 각각의 감정을 극화된 형태로 보여줄 수 있다. 또는 한 장면에서 엇갈리는 감정을 동시에 보여줘도 된다.
이때 엇갈리는 감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방법이 더 어렵다. 인물이 엇갈리는 감정을 느끼는 이유를 미리 극화된 형태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두 감정 모두 제멋대로인 것처럼 느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인물의 내적 모순이 독자의 신뢰를 잃을 정도로 설정되어 거부감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흥미로운 인물은 대부분 엇갈리는 두 가지 가치 또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그의 선택은 그의 성격과 신념을 드러낸다. 또한 인물이 선택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도 그 선택만큼이나 중요하다. 인물이 하는 이런저런 선택들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때로는 뒤에 하게 될 더 큰 선택을 예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