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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사람의 세 가지 요소

by 도서출판 다른
주인공은 독자를 끌어당겨야 한다. 독자는 위대한 문학 작품을 떠올릴 때면 주요 인물부터 떠올린다


허클베리 핀, 제이 개츠비, 톰 조드, 스칼릿 오하라 등등. 대중소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레이먼드 챈들러가 창조한 필립 말로, 재닛 에바노비치가 창조한 스테파니 플럼의 저력을 떠올려 보자. 이 인물들을 잊지 못하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오래 기억되는 인물 수백 명을 분석한 결과, 무엇보다도 세 가지 요소가 압도적이었다.
바로 용기, 재치, 매력이다.



용기: 반드시 준비한 다음에 증명할 것
주인공에게는 절대불변의 한 가지 법칙이 있다. 겁쟁이는 안 된다! 겁쟁이는 그저 견디기만 하는 사람이다. 행동하기보다 반응하는 사람이다(그것도 간신히). 설령 인물이 시작에는 겁쟁이였더라도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진정한 용기를 내야 한다. 행동을 해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용기는 행동할 수 있는 배짱이다. 이는 찰스 포티스의 『트루 그릿 True Grit』에 잘 묘사된다. 연방보안관인 루스터 코그번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매티 로스라는 소녀를 돕는다. 코그번은 다른 인물로부터 “두 배로 냉혹하고, 머릿속에 두려움이 들어갈 틈이 없는” 사람이라고 일컬어진다.
어찌되었든 소설 속의 용기는 반드시 행동으로 드러나야 한다. 『트루 그릿』의 작가는 소설의 절정에서 이를 보여준다. 코그번이 고삐를 이로 물고 두 손으로 쌍권총을 발사하며 홀로 네드 페퍼와 그의 강도 패거리에게 맞서기 위해 돌진한다.

다른 용맹스러운 인물은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등장하는 스칼릿 오하라다. 그녀는 완전히 훌륭하지도 않고 특히 소설 초반에는 지나치게 교태를 부리지만 수많은 어려움에 용감하게 맞선다. 그녀는 멜라니가 아기를 ‘낳도록’ 도와주고, 훗날 재건 시대에 타라 농장을 복구한다.


스티븐 킹의 『로즈매더 Rose Madder』에 나오는 주인공은 처음에는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인물이다. 바로 남편에게 끔찍하게 학대받은 여인 로즈 대니얼스다. 프롤로그에는 그녀가 남편에게 잔인하게 두들겨 맞는 모습이 나온다. 프롤로그는 다음 문장으로 끝난다. “로즈 맥클렌던 대니얼스는 그 후로 9년 동안 남편의 광기 속에서 잠들었다.”
1장은 코피를 흘리던 로즈가 마침내 ‘떠나라’라고 말하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로즈는 자기 자신과 씨름한다. 떠날 엄두를 내면 남편이 죽일 것이다. 어디로 간단 말인가? 그러나 로즈는 용기를 짜내 현관문을 열고서 “자신의 미래와도 같은 짙은 안개 속으로 첫 열 걸음을” 내딛는다.
이제 로즈의 걸음걸음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로즈는 바깥세상에 무방비 상태다. 버스표를 사거나 직업을 구하는 것처럼 단순한 일조차도. 또한 그러는 내내 남편이 자신을 추적하리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도 로즈는 앞으로 나아가며 독자는 그녀를 응원한다.
이 소설의 작가는 열 장章쯤 할애해 로즈가 남편에게 받은 학대를 얼마든지 자세히 묘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창작의 달인 스티븐 킹은 그렇게 하면 독자가 ‘참기’ 너무 버거우리란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면 무엇보다도 먼저 바로 여기, 주인공의 가슴속을 살펴봐야 한다. 그는 너무 쉽게 포기하려 하는가? 너무 오래 참아왔는가? 그가 생각하거나 반응만 할 뿐 행동하지 않은 장면이 너무 많은가? 앞 장면으로 돌아가서 싸우는 모습을 집어넣자. 주인공을 다시 위험에 빠뜨리자.
다른 인물이나 상황에 맞서는 행동을 하자. 미지의 세계로 걸음을 옮기는 것처럼 단순한 일이든, 위험한 전투로 뛰어드는 일이든, 용기는 주인공과 독자를 이어준다. 용기를 행동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준비’한 다음 ‘증명’해야 한다.


○ 소설 시작 부분에 인물이 내면의 용기를 드러내야 하는 장면을 넣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회사의 부정행위 때문에 상사와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그가 상황을 잘 해결함으로써 결말이 가까워졌을 때 더욱 강렬하게 용기를 드러내리라는 것을 예고할 수 있다.


○ 앞의 인물이 물러서는 모습을 통해 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도 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월스트리트 Wall Street」에서 금융계 거물인 고든 게코는 젊은 주식중개인인 버드 폭스에게 경쟁상대를 찾아가 비윤리적인 첩자 노릇을 하라고 주문한다. 이 결정적인 전환점에서 폭스는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굴복한다. 폭스는 쓰라린 경험을 통해 성장해야 하며 게코와 맞설 용기를 키워야 한다.


○ 난관이 닥쳤을 때 인물의 내적 갈등을 일으키자. 그러면 대결의 깊이가 한층 깊어진다. 제임스 본드를 제외하고 두려움 없이 전투에 임하는 사람은 없다.



재치: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크리스틴 빌러벡의 소설 『그녀는 통제 불능 She’s Out of Control』에서 주인공인 애슐리 스토킹데일은 임신한 유부녀 친구 브레아와 다음과 같이 입씨름을 한다.

이제는 정말로 화가 났다. “넌 결혼을 겁내는 남자와는 절대 사귀지 않았어. 넌 ‘버스먹이’가 아닌 어린 나이에 결혼했지.” 버스먹이는 내 남동생이 쓰는 용어로, 서른 살이 넘어 결혼할 확률보다 버스에 치일 확률이 더 높다는 뜻이었다. 나는 서른하나니 해당된다. 나는 횡단보도를 조심조심 건넌다.

툭 던진 마지막 문장은 감상적인 자기연민에 그쳤을지도 모르는 앞 내용과 완벽하고 재치 있게 대조를 이룬다. 애슐리의 재치는 현대적인 연애라는 어두운 세계에서 애슐리가 제정신을 유지하게 도와준다.


재치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나야 모든 사람을 유쾌하게 한다. 쉬운 방법은 자기비판으로 재치를 부리는 것이다. 인물에게 자신을 비웃는 재주가 있다면 재치는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다. 또한 재치는 지나치게 감상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재치는 부정적인 인물에게조차 생기를 준다. 토머스 해리스의 소설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에 등장하는 식인 취미를 가진 적대자 한니발 렉터야말로 완벽한 예시다. 인구 조사원의 간과 잠두콩을 언급하며 렉터가 요리에 대해 설명한 대사를 누가 잊겠는가?


○ 인물이 품위 있게 스스로를 농담거리로 삼을 만한 상황을 만들자. 그 상황을 시작 부분에 집어넣자. 독자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길 것이다.


○ 대화를 꼼꼼히 살피고 몇 마디를 살짝 비틀어 자칫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흐를 수 있는 장면을 살리자. 끝내주게 재치 있는 농담을 생각해낼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매력: 잇 걸의 힘
로맨스소설 작가 엘리너 글린은 ‘광란의 1920년대’를 보낸 세대를 두고 ‘잇It’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이는 ‘개인적인 매력’을 뜻한다. 성적인 매력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감탄(또는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특성을 말한다. 방에 걸어 들어온 것만으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에게는 바로 이런 매력이 있다(무성영화 여배우 클라라 보는 그런 모습 때문에 ‘잇 걸’로 불렸다).
우리는 모두 그런 사람을 알지만 종이 위에 이런 매력을 표현하기란 어렵다. 한 가지 방법은 매력을 지닌 인물을 작가나 다른 인물을 통해 묘사하는 것이다.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첫 문장을 보자.

스칼릿 오하라는 미인은 아니지만 탈튼 쌍둥이가 그랬듯이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히면 남자들은 그 사실을 거의 깨닫지 못했다.

여기에서 작가는 스칼릿에게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후 현명하게도 이를 뒷받침할 행동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녀는 말을 하면서 의식적으로 보조개가 더욱 깊이 파이도록 미소를 짓고 빳빳하고 검은 속눈썹을 나비의 날개처럼 재빨리 파닥였다. 그녀의 의도대로 남자들은 그녀에게 매혹되어 지루하게 해서 미안하다며 서둘러 사과했다.

나중에 투웰브 오크스에서 열린 야외 파티에서 스칼릿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떡갈나무 아래의 긴 쿠션 의자에 앉아 있다. 이 장면은 스칼릿의 성적 매력을 더더욱 확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당연히, 어떤 여자라도 차지할 수 있었던 레트 버틀러도 그녀에게 끌린다.


○ 글을 쓰기 전에 인물과 꼭 맞는 시각자료를 찾아내자. ‘그녀는 바로 이런 모습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사진을 찾아낼 때까지 잡지를 뒤진다. 그 사진을 오려서 글을 쓰는 동안 참조한다.


○ 어느 파티에서 몇몇 사람이 수다를 떨고 있는데 어떤 인물이 멋지게 차려입고 방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상상한다. 다른 인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 인물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소설에 활용할 수 있으니 이런 내용을 기록해두자.


○ 소설의 시작 부분에 다른 인물이 주인공에게 끌리는 장면을 넣자. 성적 매력 때문일 수도 있고 권력이나 환상 때문일 수도 있다. 끌림은 미묘할 수도 노골적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독자의 머릿속에 ‘매력적인’ 존재를 심어두자.



용기, 재치, 매력. 주인공이 이 세 요소를 갖추게 하자. 그러면 정말로 잊지 못할 소설을 곧 쓰게 될 것이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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