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권하는(“틀림없이 네가 좋아할 책이야!”) 소설을 사서 읽고는 크게 실망한 적이 있는가? 물론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실망할 사람은 바로 그 소설의 작가다.
작가들이 술잔을 비우는 이유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독자의 사랑을 받기를 간절하게 원한다. 우리는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라 모든 독자의 사랑을 원한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소설은 없다는 걸 안다. 사람들마다 소설을 읽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독자들은 빠른 속도감에서 오는 짜릿함 때문에 소설을 읽는데, 이들은 자신의 삶과 비슷한 현실을 보여주는 느린 속도의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또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을 기대하는 독자들도 있다. 이들은 환상이 끝없이 이어지는 판타지소설 같은 건 내려놓을 게 틀림없다.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도 있다.
또 분명하고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독자가 있는 반면, 적재적소에 예기치 않은 문장이 들어간다든지 하는 형식을 중시하는 독자도 있다. 자신의 가치관을 확인하고자 하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가치관에 맞서고 심지어는 흔들어놓을 작품을 바라는 독자도 있다.
이 정도만 해도 작가들이 술잔을 비워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사실, 그럴 때가 많다). 그러나 자판을 두드리기 전에 술병부터 두드리는 실수는 하지 말자. ‘모든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필요는 없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특별한 청중, 즉 자신이 쓴 소설의 가치를 알아줄 독자들을 만족시키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소설에 푹 빠질 숨은 독자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그런 방법 말이다.
그 마법의 비결은 인물이다.
흥미로운 인물이 없다면 소설이 아니다
나는 결코 여기서 ‘마법’이라는 말을 가볍게 쓰는 게 아니다. 우리가 어떤 소설에 푹 빠져드는 건 마치 마법에 걸리는 것과 같다. 우리를 둘러싼 방이 사라지고, 시간이 바뀌고, 어느덧 활자의 마법에 걸려 순간이동을 한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이로운 독서 체험을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소설 속 인물의 운명에 홀딱 빠져들게 된다.
인물은 모든 소설의 공통분모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아이도 조앤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미친 듯 읽어대는 것은 바로 흥미로운 상황에 놓인 매력적인 인물 때문이다(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다룰 것이다). 두 가지 이상의 장르를 접목한 크로스오버 베스트셀러에도 강렬한 인물은 빠지지 않는다. 미스터리소설을 읽지 않는 독자도 배꼽 빠지도록 유쾌한 여성 탐정 스테파니 플럼 때문에 재닛 에바노비치의 소설을 찾아 읽는다. 제인 오스틴이나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이 계속 팔리는 이유 역시 복합적이면서 사실적인 인물들 때문이다.
사실 흥미로운 인물이 없다면 소설이 아니다. 이런저런 이름을 가진 인물이 플롯 사이를 헤집고 다닐 수는 있겠지만 인물이 태생적으로 생동감이 없다면 역사소설은 역사책이, 미스터리소설은 경찰 조서가, SF소설은 추측성 논문이 되어버릴 것이다. 순수소설은 단연코 읽히지 않을 것이다.
인물이 열쇠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