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싸우든 도끼를 들고 싸우든 싸움은 플롯 전개에 기본 요소다. 싸움은 말 그대로 분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싸움은 인물들을 갈라놓고 서로 반대편에 놓이게 한다.
싸움 중에서 가장 격렬한 것은 아무래도 몸싸움이다. 몸싸움은 주먹을 날리는 수준에서 첨단무기를 쓰는 수준까지 다 포함된다. 사람들은 몸으로 싸울 때 싸움의 수준, 공정성, 선호하는 무기뿐만 아니라 자발성과 능력에서 엄청난 개인차를 보인다. 인물이 주먹(또는 칼이나 총)으로 싸운다면 싸우는 방식과 이유가 인물의 다른 성격들과도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몸싸움 장면은 다음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 몸싸움에는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이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만약 골목에서 칼싸움을 해본 적이 없다면 해본 사람을 찾아가 자세히 물어봐야 한다. 노련한 싸움꾼은 칼을 어떻게 쥐는가? 경험이 없는 사람은, 싸움꾼은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 어디를 공격하거나 공격하려 드는가? 적절한 방어 자세는 무엇인가? 칼을 손에 쥔 느낌은 어떠한가? 다른 사람의 배를 찌를 때 어떤 느낌인가? 칼이 팔을 살짝 스칠 때는?
칼을 쥐고 자주 싸우는 사람을 잘 알지 못한다면(아마 모를 것이다) 가장 근접한 사람을 찾아보자. 연구하자. 싸움에 대한 책을 읽고, 싸움을 묘사한 전기를 읽고, 믿을 만한 작가의 책에서 세부사항을 훔쳐오자.
○ 무기 설명은 아주 정확해야 한다
무기 전문가가 아니라면 자세하게 연구하자. 총, 칼, 미사일 등 무기의 범주는 넓다. 작가가 잘못 쓰면 알 만한 독자들은 소설 밖으로 튕겨나간다(“바보라도 구경 4.5밀리미터 소총과 9밀리미터 소총을 구별할 줄 알 거”라고 불평하는 편지를 계속 보낼 것이다.)
무기 전문가에게 물어보자. 이들 대부분은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전문 지식을 이야기해줄 것이다. 책을 읽자. 인터넷을 활용하자(신뢰할 만한 사이트만 참고하자).
○ 무엇으로 맞았든 몸은 그에 맞게 반응해야 한다
TV 드라마와 영화는 이 점에서 해명할 게 많다. 주인공이 머리와 배, 무릎 등을 두꺼운 각목으로 세게 두들겨 맞고도 2분 뒤면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나기 때문이다. 진지한 소설을 쓰려거든 이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이어야 한다. 많은 연구를 통해 어떤 공격이 어떤 상해를 입힐지 알아내고 이를 소설에 집어넣자. 상해의 종류에 따른 회복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나는 내 주치의에게 묻곤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을 시속 70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차에서 경사진 풀밭으로 밀어버린다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이런 질문을 했다고 의사가 경찰에게 전화를 걸 것 같으면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자.
마지막으로, 몸싸움이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소설 속 배경으로 설정한 하위문화에 어울려야 한다. 만약 1980년에 아일랜드계 이민자가 몰려 사는 미국의 한 동네에서 열두 살 소년이 다른 소년과 공개적으로 주먹싸움을 벌이고 있다면, 그 싸움은 이들의 우정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시간 뒤면 소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친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5년에 두 상원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벌인 주먹싸움은 그들의 관계뿐 아니라 어쩌면 득표수, 재선거 기회, 그리고 법적 책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격성은 인간의 본능이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 소설을 전개하고 인물의 성격을 분명히 하자.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