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성공하는 데에는 글쓰기 기술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따로 있다. 바로 동시에 작가, 인물, 독자가 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매혹적인 인물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작가는 인물의 감정을 경험한다
무슨 뜻이냐고? 소설 속 시점인물인 한 여인이 남편을 떠나려는 장면을 쓴다고 해보자. 여인은 이따금씩 남편에게 언어적, 신체적으로 학대를 받아왔기에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몰라 잔뜩 겁에 질려 있다. 이때 우리의 마음속 한편에서는 어떤 요소들을 어떤 순서로 써내려가야 할지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먼저 남편의 대화를 한 줄 쓰고, 다음에 그의 표정 변화를 묘사하고, 여인의 대화를 한 줄 쓰고, 다시 묘사를 조금 하고 나서 등등. 이외에도 수백 가지 서술이 가능하다. 어떤 식으로 할지 선택은 작가의 몫이다.
그런데 이때 마음속 또 다른 한편에서 우리는 여인, 즉 인물이 ‘된다’. 그녀가 느끼는 대로 느끼는 것이다. 학대받은 적이 없다 해도 인생에서 두려움을 느꼈던 경험은 있을 것이다. 그때 느꼈던 두려움을 끌어내 다시 경험한다. 그래야 이 상황에서 여인이 어떻게 숨을 쉬고 어떤 말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있으니까.
짧은 순간이나마 우리는 그 여인이다. 그리고 때로는 남편이 ‘되기도’ 한다. 그가 극악무도한 악인이 아니라면. 그와 닮은 데가 하나도 없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처럼 분노하고 화내고 ‘자신의’ 여자를 잃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두려움을 느낀다. 이런 감정들을 경험하는 동안 결과적으로 우리는 바로 그 인물이 된다.
독자는 쓰여 있지 않은 내용은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또한 제3의 인물인 독자도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마음속 또 다른 부분에서는 인물 그리고 글쓰기 기법을 다루는 작가의 자리에서 한발 물러나야 한다. 그렇게 뒤로 물러서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르는 독자가 되어 인물들에게 공감하려 애쓰는 것이다.
독자는 작가가 묘사와 대화의 균형을 맞추고 싶어 하는지 아닌지 모른다. 또한 그다음 장에 나올 장면을 위해 복선을 고민하든 말든 신경 쓰지도 않는다. 또한 작가가 앞서 이야기 속 남편의 분노를 묘사하기 위해 실제로 자신의 이모를 공포에 떨게 했으며 자신 역시 지옥 같은 두려움에 떨게 했던 불한당 같은 이모부를 끌어와 썼다는 것도 모른다. 그 기억이 얼마나 강렬하고 복합적인지 그리고 책상 앞에 앉은 작가가 그때의 일을 떠올림으로써 다시 두려움을 느낀 것도 독자는 모른다. 독자는 오로지 소설책에 적힌 내용만을 알 뿐이다.
작가가 독자가 되는 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작가는 작가로서, 또는 소설 속 인물로서 겪는 무수한 일에 얽매이지 말고 오직 종이 위에 적힌 글만으로 자신의 작품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가 그렇듯 말이다. 독자는 쓰여 있지 않은 내용은 알지 못한다. 작가는 독자가 되어 냉정하게 자신의 글이 어떻게 읽힐지 의식해야 한다.
뛰어난 작가는 자유롭게 태도를 바꾼다
모든 성공한 작가는 동시에 작가, 인물, 독자 이 세 사람이 될 줄 안다. 자신이 없다고? 걱정할 것 없다. 사실 세 사람이 되는 일은 동시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 인물에서 저 인물로 옮겨다니는 식이다.
예를 들어보자. 먼저 소설 속 인물이 되어 글을 반 쪽 쓴다. 잠깐 멈추고 작가가 되어 그 장면에 뭐가 더 필요한지 생각한다. 그다음 대화를 몇 줄 더 쓴다.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 인물의 분노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 대화를 가차없이 지운다. 작가로서 대화를 고쳐 쓰고 다시 인물로 돌아가는 식으로 계속 작업한다. 작가, 인물, 독자 이 세 사람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는 건 태도를 바꾸라는 것이지 슈퍼맨처럼 정체성을 다양하게 가지라는 뜻이 아니다.
이렇게 세 사람 사이를 자유자재로 옮겨 다니는 능력은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다. 경험이 많은 작가는 의식하지 않아도 이렇게 할 수 있다. 소설을 처음 쓰는 초보 작가도 조금은 가능하다. 글을 쓸 때 의식적으로 세 인물이 되는 법을 연습한다면 소설은 엄청나게 좋아질 것이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인물을 설정하기 위한 기법을 고르고, 그 인물이 되어보고, 그런 뒤에 이 모든 결정이 글 속에 제대로 드러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이러한 전 과정을 통해 작가는 독자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강렬하고 매력적인 인물이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독자는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흥미를 느끼고 싶어 하는데, 인물이야말로 독자가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도구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