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술집으로 들어간다. 바텐더에게서 정보를 얻으려 한다. 우람한 체격의 바텐더는 천으로 유리잔을 닦고 있다. 주인공은 바텐더에게 사진을 한 장 보여주며 사진 속 남자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묻는다. 바텐더는 “알죠”라고 대답하고 유리잔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그는 주인공에게 남자의 이름을 알려주고 주인공은 술집에서 나온다.
그리고 독자는 하품을 하며 책을 내려놓는다.
지금 이 모습은 우리가 수없이 보고 경험한 상황이다. 뻔한 일을 하며 이야기의 긴장감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전형적인 단역. 그는 정보만 전달하고 주인공이 다른 장면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연결고리만 제공할 뿐이었다. 이는 기회를 낭비하는 셈이다. 단역들도 소설에 ‘묘미’, 즉 마음을 끌어당기는 특별한 활기를 더할 수 있다.
조연은 주인공을 돕거나 방해해야 한다. 즉, ‘조력자’가 아니면 ‘방해꾼’이어야 한다. 둘 중 한 쪽이 아니라면 자리만 차지할 뿐이지 이야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코퍼필드 David Copperfield』에 등장하는 페고티라는 인물을 생각해보자. 그녀는 데이비드의 다정한 유모로 수차례 등장하며 데이비드에게 꼭 필요한 도움을 준다. 페고티는 조력자다. 반대로 데이비드의 계부의 냉혹한 누나인 머드스톤은 데이비드의 행복을 가로막는 방해꾼이다. 어느 인물이든 쓸모없지 않다. 각 인물은 데이비드가 지닌 성격의 다른 측면을 집중 조명한다.
이런 식으로 비중이 낮은 인물을 구상하면 멋진 플롯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의 창문이 열린다. 스티븐 킹은 『캐리 Carrie』의 시작 부분에 방해꾼을 제시한다.
다섯 살인 토미 어브터가 길 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가왔다. 몸집이 작고 진지한 표정을 한 꼬마였는데, 새빨간 보조 바퀴를 단 지름 50센티미터짜리 슈윈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반가워, 스쿠비 두”라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 애는 캐리를 보자 눈을 반짝이면서 혀를 쑥 내밀었다.
“야, 못난이! 기도쟁이 캐리!”
캐리는 토미를 노려보고 자전거를 넘어뜨려 토미를 다치게 한다. 토미는 분명 캐리를 방해하지만 다른 목적도 달성한다. 나중에 캐리가 염력을 이용해 복수하는 걸 예고한 것이다. 토미는 이 소설에서 가장 적절하게 활용된 인물이다.
이 원리를 ‘단역’, 즉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꼭 필요한 인물에게 반드시 적용하자. 즉 경비원, 택시운전사, 바텐더, 접수원 등 우리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이자 소설 속 주인공이 이따금씩 상대하게 될 인물 말이다.
택시운전사가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주인공은 핵폭탄이 터지는 것을 막으려 필사적으로 도시 반대편으로 가려고 하는데, 택시운전사는 운전을 하면서 자메이카 봅슬레이팀에 대해 한가롭게 떠들고 싶어 한다. 이 방해꾼 덕분에 긴장감이 높아진다. 조금만 생각해도 플롯에 넣을 수 있는 수많은 요소가 드러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유리잔을 닦던 우람한 체격의 바텐더에게 돌아가자. 그가 우람한 남자가 아니라 몸집이 작은 여자면 어떨까? 유리잔을 닦는 대신 라임으로 저글링을 하거나 칼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어도 좋다. 그리고 그녀는 누구에게 어떤 정보든 주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이러면 갑자기 이야기가 더 참신해진다. 플롯이 재미있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야기의 묘미는 소설에 이런 영향을 미친다. 마음껏 응용하자.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