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회사원처럼 써라

by 도서출판 다른
기분이 언짢은 상사와 함께 직장에 있는 셈 치자. 다작으로 유명한 존 D. 맥도널드는 이렇게 해서 작품을 엄청 많이 써냈다.



맥도널드에게 글쓰기는 직업이었다. 식탁에 음식을 올려야 했다. 그래서 점심을 먹는 한 시간을 포함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정에 맞춰 글을 썼다. 오후 5시가 되면 하루 일을 마감하고 회색 플란넬 양복을 입은 사나이(슬론 윌슨의 『회색 플란넬 양복을 입은 사나이 The Man in the Gray Flannel Suit』의 주인공)처럼 마티니를 마셨다.


거의 동시에 두 작품의 마감 시한이 겹쳤을 때 나는 회사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퇴근하고 점심시간은 한 시간뿐이라고 상상하며 글을 썼다. 나는 그대로 실행했다. 아침 8시가 되기 전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내가 설정한 가상의 상사는 조금만 늦어도 얼굴에 초조한 기색을 드러낼 위인이었다. 한 시간 일하고 5분 쉰 다음, 다시 한 시간을 일하고 쉬기를 반복했다. 점심을 먹은 뒤 오후 1시에 일하러 돌아왔다. 이런 식으로 마감 시한을 맞출 수 있었다.


미출간 작가이거나 출간을 고려하고 있다면 스스로 마감 시한을 정해야 한다. 이는 창의적 유형의 작가에게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들은 상상의 들판에서 뒹굴며 창조적 자극이 파랑새처럼 날아들기를 기다리는 편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초고는 그런 식으로 써도 괜찮지만 고쳐쓰기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다. 고쳐쓰기의 시간은 전투적이다. 스스로에게 인정사정 봐주지 말아야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런 점 때문에 유익하기도 하다.

마감 시한을 정하면 집중력이 생기고 걱정이 든다. 뱃속에서 나비가 파닥이듯 속이 울렁거린다. 이때 할 일은 그 나비들이 대형을 이루며 날아오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머리는 억지로라도 깊은 곳까지 내려가 대답을 끌어올릴 것이다. 그럴 때는 자연스럽게 따르라.


혹시 ‘정말로’ 꼼꼼하게 하고 싶다면 컴퓨터 스프레드시트에 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록하고, 허비한 시간을 없애려고 노력하자. 가능하다면 55분 단위로 일하고 이를 한 시간으로 계산하는 게 좋다.

어떤 일이 일어나 작업이 중단되면 그 사항도 기록하자. 인터넷으로 게임을 하는 등 한눈을 팔았다면 경고의 표시로 스프레드시트의 셀을 붉은색으로 표시하자. 작가로서 절제력을 발휘하며 고쳐쓰기를 한다는 사실에 흐뭇함을 느낄 것이다.



업무 평가서를 쓴다

1. 스스로 상사가 된 것처럼 자신의 업무 평가서를 작성하자. 어떤 영역이 문제인가? 개선할 여지가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어떤 실천과제를 부과했는가?


2. 이제 평가서를 읽고 조바심을 내자. 상사에게 항의하며 부당하다고 말하자.


3. 상사의 입장이 되어 자신에게, ‘그만두고 싶거나 최고의 작가가 되고 싶지 않다면 마음대로 하라’고 말하자.


4. 평가서를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기려 노력하자.


이 모든 행위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남몰래 해야 한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가 널 사랑했단 걸 기억하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