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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외모를 어떻게 묘사할까

by 도서출판 다른


인물을 묘사하는 문제는 프로 작가도 고민한다. 어떤 작가는 외모를 자세히 묘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자의 머릿속에 떠오를 이미지를 통제하고 싶어 한다.



예전에는 이러한 관점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 The Maltese Falcon』는 이렇게 시작된다.

새뮤얼 스페이드의 길고 각진 턱은 V 자 모양으로 튀어 나왔는데, 턱 위의 입도 좀 더 유연한V 자 모양이었다. 아래로 구부러진 그의 콧구멍도 좀 더 작지만 역시 V 자였다. 누르스름한 회색 눈동자는 수평이었다. 그러나 매부리코 위에 잡힌 한 쌍의 주름에서 바깥쪽으로 뻗은 짙은 눈썹이 다시 V 자를 이루었다. 또한 연갈색 머리카락은 돌출된 평평한 관자놀이 때문에 이마의 한 지점으로 모였다. 그의 모습은 금발 사탄처럼 상당히 재미있었다.

오늘날에 훨씬 일반화된 다른 관점은 미니멀리즘이다. 독자는 어쨌든 자기 나름대로 이미지를 그리기 마련이며 이는 작가가 구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강력할 것이다. 따라서 꼭 필요하고 인물의 특성을 제대로 나타내는 세부 사항만을 보여주자는 논리다. 단조로운 묘사 한 쪽보다 한두 가지 세부 사항이 더 가치 있다고 본다.


작가 애솔 딕슨은 그게 뭐든 세부 사항을 소설의 핵심과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중요한 점을 짚어냈다.

“내가 쓴 마지막 두 소설과 현재 작업 중인 작품에서, 세 주인공은 모두 소설의 핵심 갈등을 전달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신체적 특징이 있다. 한 인물은 자신의 뿌리를 찾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고아로 눈동자가 푸르고, 다른 한 인물은 길고 지저분한 머리에 텁수룩한 수염으로 변장한 채 냉담한 집으로 돌아오며, 마지막 인물은 스스로를 ‘쥐를 닮은 사람’이라고 묘사하면서도 애정 어린 용납을 갈망한다. 이런 신체적 특징은 독자의 머릿속에 인물의 기본 이미지를 심어줄 뿐 아니라 그 이상을 해낸다. 인물의 힘든 상황을 자주 상기시키는 것이다.”


묘사는 얼마나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 방법이 현명해야 하고 ‘두 가지 기능’을 해내야 한다. 즉, 단순히 묘사만 하는 게 아니라 소설에 분위기를 더해야 한다. 평범한 묘사는 안 된다. 묘사는 이미지를 그려내는 일 이상을 해야 한다. 작가가 하는 다른 작업들을 뒷받침해야 한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361』을 보면 주인공은 1장에서 한쪽 눈을 잃는다. 2장에서는 의안을 착용한다. 나중에 노인에게 입을 열라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그는 의안을 톡 꺼내 충격 요법으로 활용한다. 노인은 기절한 후 숨을 거둔다. 인물의 특성이 두 가지 기능을 한 것이다.



━ Tip ━

○ 인물의 신체적 특성을 모두 나열하자.

○ 만들고 싶은 분위기, 즉 독자가 소설을 읽어나가며 느끼기를 바라는 분위기를 적자.

○ 이제 인물의 특성과 분위기를 나타내는 단어를 연결하고, 서로 잘 결합되도록 다듬을 방법을 찾자.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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