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에 사로잡을 수 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소설의 시작 부분, 그중에서도 첫 문장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편집자는 대개 이 부분을 읽는다(이 부분이 탄탄하지 않으면 나머지 부분을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점에서 책을 훑어보는 독자는 대개 처음 한두 쪽을 보고 구입 여부를 정한다.
다시 말해 소설의 시작 부분은 읽는 사람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준비 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단 한 문단도 낭비해선 안 된다. 박력 없는 첫 부분은 ‘별로’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강렬한 첫 부분은 탄력을 붙여준다. 사실 글은 계속 탄탄하게 전개되어야 하지만 좋은 시작 문장은 시간을 벌어준다.
그럼 시작 부분을 좋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해 ‘장애물’이다. 소설의 핵심이 바로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삶은 채찍질을 당하고, 독자는 주인공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려고 소설을 읽는다. 이런 첫 문장을 생각해보자.
화요일은 햇빛과 희망으로 가득 찬, 캘리포니아다운 멋진 날이었다.
이때 독자는 무엇을 느낄까? 이 문장은 무조건 독자의 관심을 꺼버리지는 않겠지만 분명 관심을 불러일으키지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 문장이 딘 R. 쿤츠가 쓴 것이라면!
그렇다, 인상 깊은 첫 문장 쓰기의 달인이 이런 문장을 썼다. 거기에 그저 마침표를 덧붙이고 문장의 반을 잘라냈을 뿐이다. 그가 쓴 『용의 눈물 Dragon Tears』의 첫 문장을 다 옮기면 다음과 같다.
화요일은 해리 라이온이 점심 때 누군가를 쏴야 할 때까지는 햇빛과 희망으로 가득 찬, 캘리포니아다운 멋진 날이었다.
이 문장은 독자의 시선을 확 끌어당긴다. ‘평화로운 인물에게 일어난 변화나 변화가 일어날 듯한 조짐’이 있다면 혼란이 생긴다. 그래서 혼란이 생길 거라고 암시하는 첫 문장이 효과적이다.
편지를 받은 날 아침, 매슈 코워트는 말도 안 되는 추위에 혼자 눈을 떴다.
_존 카첸바크, 『마지막 증언 Just Cause』
편지 내용은 무엇일까? 그 속에는 분명 혼란을 일으킬 내용이 들어 있다. 그리고 왜 매슈 코워트는 혼자일까? ‘말도 안 되는 추위’는 불길한 조짐에 구체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순수소설이라고 해도 장르 특성 때문에 모든 재미 요소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애너 퀸들런은 처음부터 즉시 독자를 사로잡는 법을 알고 있다.
남편이 처음 나를 때렸을 때, 나는 열아홉 살이었다.
_『블랙 앤 블루 Black and Blue』
교도소는 당신의 상상만큼 나쁘진 않다.
_『단 하나의 진실 One True Thing』
이 문장들은 화자의 과거와 관련된 것으로 평온을 뒤흔든다.
다음은 그레고리 맥도널드의 『플레치 Fletch』 시작 부분이다.
“성명이 뭐죠?”
“플레치.”
“애칭 말고 성은요?”
“플레처.”
“이름은?”
“어윈.”
“뭐라고요?”
“어윈입니다. 어윈 플레처. 사람들은 플레치라고 부릅니다.”
“어윈 플레처 씨, 당신에게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합니다. 듣기만 해도 1,000달러를 드리죠. 제안을 거절하고 싶으면 1,000달러를 들고 돌아가시고, 우리가 얘기를 나눴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됩니다. 괜찮은가요?”
“범죄입니까? 그러니까, 저에게 시킬 일이?”
“물론입니다.”
“괜찮습니다. 1,000달러 정도면 들을 수 있죠. 저에게 뭘 시키시려고요?”
“저를 죽여주십시오.”
이제는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대화가 직설적이고 흥미로우며 깜짝 놀랄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