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한니발 렉터 박사처럼 숨 막히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악당을 만들 수 있을까?
으스스한 악당들을 창조한 딘 R. 쿤츠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최고의 악당은 동정심을 느끼게 만들고 때로는 공포뿐 아니라 진정한 공감까지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괴물 프랑켄슈타인의 측은한 면모를 생각해보자. 보름달의 빛을 받아 변하는 모습을 싫어하면서도 세포 속에서 요동치는 늑대의 피를 거부할 수 없는 가여운 늑대인간을 생각해보자.”
쿤츠는 소설 『미드나이트 Midnight』에서 몹시도 오싹한 토마스 섀덕을 통해 이 같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한다. 섀덕은 사악한 천재로 작은 마을의 주민들에게 행해진 끔찍한 생물학 실험의 배후다. 섀덕은 감각이 차단된 방 안을 떠돌며 기묘한 물체를 통제하고 있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다.
그는 인간과 기계를 혼합해 인공두뇌를 가진 생물체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에게는 말 그대로 에로틱한 경험이다. 이렇게 이 소설의 작가는 악하기만 한, 콧수염이 돌돌 말린 악당을 그리지 않는다. 섀덕의 동기는 이상적이다. 비뚤어졌을지는 몰라도.
또한 작가는 섀덕이 어쩌다가 비뚤어진 악당이 되었는지 설명하는 자세한 과거 장면을 이야기 사이에 잘 끼워 넣는다.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의 직원인 돈 러닝디어의 마법에 걸렸다. 섀덕은 정신적으로 조종당한다는 사실 때문에 악한 행동을 계속하는데도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그 결과 범상치 않은 악당이 탄생한다.
그러니 시간을 들여 다음과 같이 하자.
먼저 악당의 시각적 모습을 어렴풋이 설정한다.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을 상상해보자. 다소 평범한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괜찮다. 이는 가공하지 않은 점토일 뿐이다.
이제 주조를 시작하자. 먼저 악당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선한 주인공에게 이야기가 전개되는 내내 그를 이끌 동기가 필요한 것처럼 적대자에게도 반대되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악당의 동기를 파헤친다. 그는 왜 집착할 정도로 그것을 원하는가? 왜 그것을 가져야 하는가?
다음으로 악당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배경을 창조한다. 나는 적대자의 어린 시절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이는 소설 뒷부분에 드러날 강력한 비밀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덕분에 악당에 대해 훨씬 잘 아는 계기가 된다.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악당을 만들기 위해 다음 같은 심화 질문을 생각해 보자.
○ 그는 무엇을 잘하는가? 그 능력이 그가 원하는 것을 얻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가?
○ 그가 지닌 감탄스러운 자질은 무엇인가?
○ 다른 인물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사람들은 왜 그에게 끌리거나 매료되는가?
주인공이 악당을 어떻게 이길지 알고 싶어 독자가 계속 책장을 넘긴다면 그동안의 수고가 보람 있게 느껴질 것이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