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강의: 인물, 감정, 시점

한정영 작가

by 도서출판 다른
소설에서 인물은 플롯을 좌우하고 배경에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문체에도 간섭합니다.(12~13쪽) 그래서 인물 설정은, 플롯(사건)과 함께 소설의 양대 축입니다.



다행히 우리는 누구나 인물을 만들어 낼 여러 가지 기초 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비롯해, 자신이 직접 아는 실존 인물, 건너 들어서 아는 실존 인물, 그리고 순전히 상상으로 만들어낸 인물(21쪽)과 다른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허구적 인물─이 인물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상의 인물이나, 작가에게는 실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작가도 이 원천 소스가 되는 인물들을 그대로 가져와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으로 등장시키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에도 묘사와 배경에서도 제시했던 공식이 가능합니다.

C=F(x)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C)는 위 5개의 원천 소스(F)에서 시작하여 함수 x값에 의해 융합되어 만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때, x값은 원천 소스 F가 가진 여러 가지 특성 중에서 한두 가지를 빼거나, 혹은 제3의 인물의 특성을 가져와 F에 더하는 방법 모두를 포함합니다.


만약 대략 C값을 구했다면, 그 다음으로 할 일은 그에 관한 짧은 일대기를 써보는 것입니다(1장 인물 유형 : 등장인물을 모으자). 즉 그 인물의 히스토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중요한 것은, 히스토리가 플롯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인물의 성격이 구체화 될 테지요. 히스토리를 구성하는 디테일 하나하나가 그 인물에 관한 세부적 정보일 테니까요. 심지어 그의 이름,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까지도 말이에요. 아마 적지 않은 (매우 유용한) 에피소드가 이 히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겨날 것입니다. 그러므로 히스토리가 탄탄할수록 보다 생생한 인물을 만들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인물을 어떻게 그려나갈까요?
우선은 히스토리를 중심으로 외적인 정보를 서술하는 것입니다. 그의 직업, 외모, 걸음걸이 등등. 이 정도만 해도 그 인물의 성격에 절반은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그리고자 하는 인물 주변의 사물, 주거 공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근합니다.
또 다른 인물의 입을 통해서(대사) 보여주는 방법도 있지요.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사건 속에서 보여주는 것입니다(2장 인물 소개 : 첫인상이 중요하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앞의 세 가지 방법은 대체로 지루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자신이 읽는 소설에서 빠르게 사건이 전개되기를 기대하지 인물 소개가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앞의 세 가지 방법을 통한 인물 묘사는 최소화하는 대신 사건 속에서 캐릭터를 구축하는 게 좋습니다.
어떤 사건 속에 인물을 던져두면, 인물의 성격에 따라 다른 반응합니다. 바로 그 반응의 디테일을 살려나가면 구태여 주저리주저리 인물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인물의 구체성이 살아납니다.
왜냐하면 그 반응에는, 독자들이 인물의 성격이 어떤지를 단숨에 ‘파악할 만한’ 감정 표출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상황에서 인물이 드러내는 감정의 밑바탕에는 그 인물의 세계관이나 사상, 교육 정도 등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건을 통한 반응, 즉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게 관건입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소설 속 인물들의 ‘행동’, ‘대화’, ‘신체적 반응’, ‘생각’을 적절히 섞어서 제시해야 합니다(103쪽). 또한 욕설 한 마디일지라도 인물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세심하게 표현해야 합니다(8장 대화와 생각: 감정 표현의 기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잘 형상화된 인물을 우리는 종종 ‘살아 있는 인물’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입체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그릴까요, 아니면 평면적 인물을 그릴까요? 알다시피 평면적 인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신념에 변화가 없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입체적인 인물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한 다양한 성격 변화를 겪는 인물을 말하지요.
소설에는 두 유형 모두 필요합니다(5장 인물 변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런데 보통 문학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설들에서 입체적인 주인공을 택하고, 장르문학 쪽에서는 평면적 인물을 더 선호합니다. 왜냐하면 문학적 인물은 인식의 변화 과정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양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다 문학적인 소설에서는 인물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가 가장 중요한 독서 포인트가 됩니다(낸시 크레스가 유독 ‘좌절감’이 중요한 감정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좌절감이 주인공의 인식 변화를 가능케 하는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르 문학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조되므로, 평면적인 주인공보다는 다채로운 사건 서술에 더 초점을 맞춥니다. 장르적 특성이 강한 이야기에서는 보다 빠른 전개와 겹겹의 사건, 반전, 트릭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자들이 주인공의 인식 변화 과정보다 목표 달성에 더 관심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살아 있는 인물’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낸시 크레스는 대화와 생각을 통해서(직접적인 방법), 또한 암시적 방법(간접적인 방법)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9장 감정 암시: 은유와 상징 그리고 감각적 묘사).
이처럼 감정 표현에 충실하면, 인물의 현재 행동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고 긴장감이 더해집니다. 독자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이 소설은 흡입력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제 남은 건 시점의 문제입니다. 누구의 시선으로 주인공의 이 모든 행동과 감정을 표현할 것인가? 작가와 주인공이 혼연일체가 될 것인가(1인칭 시점), 적절한 거리를 두고 보다 객관적으로 접근(3인칭 시점)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인물의 머릿속(전지적 시점)을 들락날락할 것인가?(12장 시점: 누구의 감정을 따라갈까?)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작품의 길이, 소재와 작가가 그리려는 소재에 대한 지배력, 주인공에 대한 이해도 등에 따라 선택해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입문자일수록 짧은 소설 안에서도 시점이 뒤섞이는 것이 보통이므로 시작 전에 엄격한 자기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소설을 쓰다가 시점의 혼동이 오는 경우는, 작품에 몰입하다가 보면 순간적으로 이것이 누구의 이야기인지 모르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또 다른 의미에서 “소설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들의 이야기”(439쪽)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본문의 괄호 표기된 출처는 《소설쓰기의 모든 것 3: 인물, 감정, 시점》입니다.




한정영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서울여자대학교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에서 강의하며, 청소년 소설로 《빨간 목도리 3호》, 《히라도의 눈물》, 《짝퉁샘과 시바클럽》, 《너희는 안녕하니?》, 《바다로 간 소년》 등을 썼고, 단편 〈변신-서울 2017〉은 《어린이와 문학》에서 제정한 4회 어린이와 문학상(2017)을 수상했다.
동화 《굿모닝 굿 모닝?》은 초등학교 교과서(2015)에 실렸다. 《바빌론의 사라진 공중정원》, 《거짓의 피라미드》를 시작으로 12권에 이르는 문명 판타지 동화를 쓰고 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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