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강의: 대화

한정영 작가

by 도서출판 다른
소설을 갈등의 장르라고 합니다. 갈등은 곧 사건을 의미하는 것이고, 사건은 소설을 이끌어가는 힘이 되지요. 독자는 바로 그 사건을 ‘즐기는’ 것입니다.



소설에서 사건을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충돌시키면 됩니다. 그러면 주인공은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것을 주인공의 목표 혹은 욕망이라고 가정할 때, 또다른 인물은 주인공의 욕망을 방해하면 됩니다. 아니 방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주인공이 온갖 고난을 겪어야 할 만큼 치밀하게 주인공의 가치관과 대립하면 됩니다. 이때 흔히 주인공을 프로타고니스트 protagonist, 그를 방해하는 인물을 안타고니스트 antagonist라고 합니다.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의 1차 충돌은 ‘대화’에서 일어납니다. 이 대화는 두 사람의 인식과 가치관 차이들을 보여 줍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긴장감을 높이고, 장면의 속도를 높이기도 합니다. 조금 느려지고 차분해졌던 묘사와 서술이 대화가 등장함으로써 활기를 띠는 것이지요(1장 대화의 목적: 내면의 목소리).


어떤 인물의 말(대화)은 그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사투리를 쓰면 그의 출신지를 알 수 있고, 욕설을 하는 대화를 통해 그 인물의 품위를 알 수 있지요. 단어 수준을 통해 교육의 정도를 알 수 있으며, 특정한 전문 용어를 사용하면 그의 직업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작가는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대화를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대화 부분은 따옴표에 묶이고, 길고 짧은 내용이 반복되면서 공간의 여백을 발생시키므로 시각적으로 먼저 눈에 띄므로 본의 아니게 주목을 받습니다. 그래서 대화의 내용은 메시지에 적합한 것, 또는 이야기의 진행에 분명히 도움이 되는 것─이를테면 긴장감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것 등─으로 써야 합니다.
단순히 ‘네/아니오’ 같은 단답형 대화나 이유없는 반복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대화는 기계적이어서도 안되고, 너무 길어서도 안 됩니다. 대화에 메시지를 담는 것이 좋지만, 설명적이어도 안됩니다. 그 사람에 걸맞은 말투여야 하며, 소설의 분위기에 맞아야 합니다. 장르적 특성에도 부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3장 다양한 대화: 소설에 따라 어울리는 분위기 찾기).
결국 대화는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대화를 나누는 두 인물의 대화가 자연인이 나누는 것(개연성)처럼 인위적이 아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왜 이토록 대화가 엄격해야 하느냐고요? 그것은 인물(특히 주인공)의 직접 진술이며, 인물은 소설의 중심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선은 대화의 기능─플롯을 전개하며, 새로운 정보를 밝히고, 장애물을 드러내고, 긴장감을 고조하며, 주제를 심화하면서, 인물의 변화와 목표를 보여주면서 사회적 배경을 제시하는 기능(4장 대화의 기능: 반드시 이야기를 전개할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작가는, 어떤 인물이 어떤 대화를 해야 그것이 적확하며 합당한 것인지는 낱낱이 알 수 없습니다. 인간은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은 상상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모든 인물 유형을 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로리아 캠튼은 인물을 발전시킬 도구로 애니어그램(6장 대화와 말투: 인물의 동기를 전하는)을 추천합니다. 이 아홉 가지의 인물 유형을 통해 그의 목표와 동기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대화를 이끌어 가도록 충고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대화만으로 소설을 이끌어 갈 수는 없습니다. 서술과 행동 사이에 대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합니다. 가령 대화만 있으면 인물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으며, 그러면 역동성이 줄어들고 흥미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대화에 행동을 넣으면 긴박감이 살아납니다. 또 적절한 서술을 넣으면─장면의 속도는 느려지더라도(145쪽)─장면의 완결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소설의 기술은 대화와 서술과 행동이 모여야 완전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대화가 가장 적절할까요?
우선 묘사가 그러했듯이, 대화에도 본 것(시각) 외에도 들은 것이나 냄새를 맡은 것 등, 오관을 활용하면 작품이 입체적으로 살아납니다(211쪽).
그리고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빠르게, 그리고 어느 부분에서는 느리게. 이는 작가가 통제력을 잃지 않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자신이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순수 소설인지 장르소설인지에 따라서도 이 통제력은 필요합니다.
순수 소설은 인물의 내면탐구가 핵심이므로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치밀해야 하며, 장르 소설은 인물의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플롯 중심의 사건이 전개되므로 속도가 조금은 빨라야 합니다(8장 대화의 속도: 빠르게 갈까, 느리게 갈까?).


그리고 감정이 깃들어 있어야 합니다. 이는 인물에게 입체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이야기의 진정성을 확보해주고, 독자를 현장(리얼리티)으로 이끌어 냅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해당 인물(특히 주인공)의 머릿속으로 작가가 들어가는 것입니다(48쪽, 395쪽). 그러므로 작가는 사전에 수많은 인물을 경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연애 소설을 쓰려면 연애를 해 보고, 청소년 소설을 쓰려면 청소년을 인터뷰해 보는 것, 추리 소설을 쓰고 싶다면 프로파일러를 한 번쯤은 만나 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실증주의적 주장은, (전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와도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모델이 되는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관찰하고(직접적으로), 그게 불가능하다면 다른 소설이나 영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간접적으로) 수없이 많은 개성적 인물을 체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만 해당 인물의 언어 습관과 마주할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적확한 대화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작업에 충실하지 못하면 인물에 맞는 적합한 대화를 쓸 수 없으며, 그럴 경우 작가는 자신의 어투와 화법으로 인물의 대화를 전개하게 됩니다(402쪽). 이것은 신인 작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떤 작가도 지루함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단 한마디라도 그래서는 안된다”(262쪽)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화의 목표 중 하나가 “독자를 즐겁게 만드는 것”(421쪽)이기 때문이지요.



※ 본문의 괄호 표기된 출처는 《소설쓰기의 모든 것 4: 대화》입니다.




한정영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서울여자대학교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 등에서 강의하며, 청소년 소설로 《빨간 목도리 3호》, 《히라도의 눈물》, 《짝퉁샘과 시바클럽》, 《너희는 안녕하니?》, 《바다로 간 소년》 등을 썼고, 단편 〈변신-서울 2017〉은 《어린이와 문학》에서 제정한 4회 어린이와 문학상(2017)을 수상했다.
동화 《굿모닝 굿 모닝?》은 초등학교 교과서(2015)에 실렸다. 《바빌론의 사라진 공중정원》, 《거짓의 피라미드》를 시작으로 12권에 이르는 문명 판타지 동화를 쓰고 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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