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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꼭 필요한 정보인가?

by 도서출판 다른
소설 작법이란 무엇을 삭제할지 아는 기술이다. 이 글에서는 ‘설명’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려 한다. 서술문을 너무 많이 쓰면 이야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늘어지기 때문이다.



설명은 플롯이나 인물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다. 예를 들어 매년 로데오 경기를 개최하는 어느 마을이 소설의 배경이라고 해보자. 논픽션을 쓰는 중이라면 사전에 실린 글처럼 단순히 설명적인 정보만 넣으면 된다.

로데오는 멕시코 투우에서 파생되었다. 스페인어인 이 단어는 문자 그대로 ‘둘러싸다’라는 뜻이다. 로데오 하면 주로 벽지의 경기장에서 근근이 먹고사는 먼지투성이 카우보이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사실 현대의 프로 로데오는 매우 다른 ……

그러나 소설에 이런 내용을 넣으면 이야기는 완전히 멈추고 만다. 설명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건 유능한 소설가라는 표시다. 그렇다면 설명을 자연스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무엇’과 ‘누구’를 결정한다

우선 독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빼야 한다. 그렇다. 독자에게 모든 정보를 다 알릴 필요는 없다. 미국 남북전쟁을 소재로 소설을 쓰기 위해 노예무역의 완전한 역사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내용 선택이다.

다음으로, 설명을 반드시 인물의 시점에 따라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가 자신의 목소리가 이야기 전개에 끼어들어 독자를 ‘상상의 나라’에서 끄집어낼 것이다. 몇 문단에 걸쳐 설명한 다음 시점인물을 등장시키면 안 된다. 그 대신 장면이 전개되는 동안 인물이 움직일 때 정보를 끼워 넣어야 한다.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이그제마이너 건물은 중심가에 있었다. 도심의 인상적인 스카이라인을 형성한 수많은 건물 중 하나였다. 이런 까닭에 오후가 되면 보도에서 수많은 행인을 볼 수 있었다. 이그제마이너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프리스비 공원이 있었다. 그 땅은 1921년에 하이럼 프리스비 제독이 자신의 딸과 스페인 왕자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도시에 기증한 것이었다.
얼 존스는 거리를 걸어가며 이 모든 것을 보았다.

이보다는 다음과 같이 쓴 게 더 낫다.

정오가 조금 지났을 때, 얼 존스는 이그제마이너 건물에서 나와 중심가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그는 인상적인 스카이라인과 분주하게 보도를 오가는 행인들이 보이는 도심을 무척 좋아했다. 프리스비 공원 옆을 걸으며 하이럼 프리스비의 동상에 손을 흔드는 것도 무척 즐겨하는 일이었다. 1921년 도시에 이 땅을 기증한 사람은 바로 그 제독이었는데, 딸이 어느 스페인 왕자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게 기증 이유였다.
“고맙소, 친구.” 얼은 이렇게 말하며 지나갔다.



대화로 설명하자

기본 정보를 제시하는 다른 방법은 대화다. 그러나 저지르기 쉬운 위험한 실수가 하나 있다. 바로 ‘설명 덩어리’를 큰따옴표로 감싸기만 하고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안녕, 벅, 여기에서 뭐 하냐?”
“로데오.”
“진짜 로데오?”
“응.”
“이런, 난 로데오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그럼 내가 얘기해줄게.” 벅이 말했다. “로데오는 멕시코 투우에서 파생되었어. 스페인어인 이 단어는 문자 그대로 ‘둘러싸다’라는 뜻이지. 로데오 하면 주로 벽지의 경기장에서 근근이 먹고사는 먼지투성이 카우보이들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사실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대화의 본질은 한 인물에서 다른 인물에게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저 독자에게 정보를 던져주는 장치가 아니다. 작가가 그런 식으로 대화를 이용하면 독자는 즉시 이야기에서 빠져나가 버린다.
그러므로 대화로 설명을 하되 다음 단계를 따르자.


1. 빼도 되는 정보를 정한다.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필요한 정보는 아니다.


2. 대화에 정보를 넣는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3. 정보를 한꺼번에 쏟지 말고 한 번에 조금씩 보여준다.


“안녕, 벅, 여기에서 뭐 하냐?”
“로데오.”
“진짜 로데오?”
“음.”
“이런, 난 로데오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투우는 들어봤지?”
“물론이지.”
“거기에서 나온 거야.”
“그래? 난 그냥 어슬렁거리는 먼지투성이 카우보이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지.”
벅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야. 이젠 대규모 프로 스포츠가 되었는데…….”

이게 핵심이다. 만일 대화 장면에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면 시도해 보자. 심할수록 좋다.

대개 말다툼은 정보를 넣는 좋은 방법이다.

“이런, 난 로데오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투우는 들어봤지?”
“물론이지.”
“거기에서 나온 거야.”
“그래? 난 그냥 어슬렁거리는 먼지투성이 카우보이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지.”
벅이 내뱉듯이 말했다. “너 눈곱이 뭔지는 아냐?”
“그—”
“넌 눈곱만큼도 모르잖아. 너랑 눈곱이랑 로데오에 가면, 눈곱은 ‘전 멍청이랑 왔어요’라고 쓴 티셔츠를 입어도 될 거야. 이건 프로 스포츠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소설 작법이란 무엇을 삭제할지 아는 기술이기도 하다.

독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면 반드시 삭제하자.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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