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대화의 목표는 독자가 소설에 푹 빠져서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계속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긴장감’이다.
숨 막히는 대화의 핵심은 긴장감을 일으키는 것으로, 모험소설이나 스릴러소설을 읽는 독자는 긴장감을 기대한다. 지면마다 등골이 오싹하고 섬뜩하며 조마조마한 느낌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인물이 열을 올리며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독자가 긴장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 바로 이게 작가가 해야 할 일이다. 인물이 옥신각신 열을 올리게 하자.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 공원 Jurassic Park』을 예로 들어 스릴러소설에서 대화가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자. 현재 세 인물은 공룡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티라노사우루스에게 들키지 않고 호수를 건너려는 중이다. 그런데 렉스가 기침을 한다. 그리고 또 기침을 한다.
렉스는 큰 소리로 폭발하듯 기침을 해댔다. 팀의 귀에는 그 소리가 호수 건너편까지 총알처럼 핑 날아간 것만 같았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느릿느릿 하품을 하고 개처럼 뒷발로 귀를 긁었다. 그리고 다시 하품을 했다. 음식을 잔뜩 먹은 뒤라 몽롱한 상태였는데,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배 위에선 렉스가 조용히 왝왝거리고 있었다.
“누나, 입 다물어!” 팀이 말했다.
“어쩔 수가 없어.” 렉스는 이렇게 속삭인 다음 다시 기침을 했다. 그랜트는 죽어라 노를 저었고, 뗏목은 석호 한가운데로 힘차게 나아갔다.
호숫가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비틀비틀 일어섰다.
“어쩔 수 없었다니까, 티미! 어쩔 수가 없었어!” 렉스는 애처롭게 외쳤다.
“쉿!”
그랜트는 할 수 있는 한 빨리 노를 젓고 있었다.
“어쨌든 이젠 상관없어. 거리가 충분해. 저 공룡은 수영 못 해. ” 렉스가 말했다.
“당연히 수영할 수 있어, 이 바보!” 팀이 소리쳤다. 호숫가에서 티라노사우루스가 둑에서 발을 떼더니 물에 첨벙 뛰어들었다. 아이들을 뒤쫓아 힘차게 석호 속을 이동했다.
“내가 어떻게 알았겠니?” 렉스가 말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수영할 수 있단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책에 다 나와 있다고! 어쨌든 파충류는 다 수영할 수 있어!”
“뱀은 못 하잖아.”
“뱀도 수영할 수 있어, 이 바보!”
이 소설의 작가는 곳곳에서 이런 숨 막힐 듯한 대화를 선보인다. 더 안 나오는 듯싶다가도 금세 다시 나온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대화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실제 같은 곤경에 빠진다. 그것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스릴러소설과 모험소설의 독자는 이런 긴장감을 원한다.
그렇다면 ‘숨 막히는 대화’란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데 앞일을 통 알 수 없다면 두려움과 분노, 슬픔이 커지면서 숨이 가빠진다. 이럴 때의 대화가 바로 숨 막히는 대화다. 이를 멋지게 쓰는 비결은 다음과 같다.
○ 묘사와 설명적 서술 대부분을 잘라내고 장면을 대화 위주로 구성한다.
○ 조금씩 행동을 집어넣어 장면을 계속 전개하되 인물의 말이 묻힐 정도로 지나치게 넣지 않는다.
○ 장황한 연설이나 명상적이고 사색적인 언어보다는 감정이 실린 말을 짤막짤막 싣는다.
○ 위험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밝힌다.
○ 대화를 통해서는 정보를 많이 전달하지 않음으로써 장면 내내 긴장감을 유지한다.
단편소설이든 장편소설이든 모든 소설의 모든 대화에는 일정 수준의 긴박감과 긴장감이 필요하지만, 스릴러소설과 모험소설의 경우에는 이게 핵심이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