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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언제나 최선일까?

by 도서출판 다른
대화는 배경 지식, 세부 사항, 묘사 등을 전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흥미로운 방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하면 언제든 대화를 활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자제력을 잃으면 안 된다. 중요한 건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것과 이웃, 가족, 직장 동료처럼 인물의 말에 현실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대화가 배경을 알리는 최고의 방법이 ‘아닌’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시점인물인 조지의 숙모 모드는 매년 여름휴가 때면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보름 동안 조지와 그의 아내 캐럴과 함께 보낼 예정이다. 작가는 모드 숙모의 방문이 조지와 캐럴에게 무슨 의미인지 독자에게 정확히 알려주고 싶다. 이 방문이 결코 유쾌한 소식이 아니라는 것을 독자가 이해하도록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


조지는 막 우편함을 확인하러 갔다가 모드 숙모가 보낸 편지를 발견했다. 조지는 편지를 읽으며 집으로 들어간다.

“저, 캐럴. 모드 숙모가 8월에 또 오시겠다는군. 아이오와에 사시는 숙모 알지? 저녁 먹을 때면 늘 틀니를 빠뜨리고, 윌리스 삼촌이랑 결혼해서 1998년에 삼촌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함께 사셨던 숙모 말이야. 그해가 맞을 거야. 기억나? 이모는 달리는 기차처럼 재잘거리면서, 당신이 코를 골기 시작했는데도 눈치 못 채시잖아. 체크 무늬 홈드레스를 입으시고 말이야. 파란색과 빨간색—”

뭐가 잘못되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모드 숙모가 여름마다 온다면 캐럴은 이 모든 정보를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독자에게 알리기 위해 조지가 이런 말을 할 필요는 없다.

이 경우에는 서술을 통해 전달하거나 독자가 당장 모든 사실을 알 필요가 없으면 모드 숙모가 도착했을 때 행동으로 알려주는 편이 낫다.

인물은 다른 인물이나 독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필요해서 말을 해야 한다. 장면의 목표에 따라 조지는 별별 생각을 하며 우편함에서 걸어올 수도 있고, 그 생각이 ‘실제’ 대화 장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캐럴이 모드 숙모의 방문을 싫어하기 때문에 캐럴에게 말할 방법을 찾을 때까지 편지를 숨기는 게 조지의 목표라고 해보자.

캐럴이 물었다.
“우편물 있었어?”
“별거 없었어.”
사실이었다. 지금까지는 괜찮았다. 거짓말을 안 해도 됐으니까. 조지는 부엌 식탁에 전단지 뭉치를 내려놓으며 편지를 일단 전단지 밑에 쑤셔 넣었다. 모드 숙모에게서 편지가 왔다는 사실을 캐럴이 알게 되면 유쾌한 상황이 벌어지진 않을 테니, 당장은 피하고 싶었다. 조지는 숙모를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수 있었지만, 캐럴은 숙모가 오는 걸 두려워했다. 여름마다 되풀이되는 숙모의 방문을 캐럴이 왜 싫어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숙모가 저녁 먹을 때 음식에 틀니를 빠뜨리기 때문인지, 아니면 달리는 기차처럼 종일 재잘대기 때문인지.
“이건 뭐야?”
캐럴이 전단지 뭉치 밑에서 봉투를 끄집어내며 말했다.
“어, 아무것도 아니야.”
조지는 캐럴의 손에서 편지를 낚아챘다. 캐럴은 모드 숙모의 드레스에 진절머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빨간색 드레스도 있고 파란색 드레스도 있었다.
“모드 숙모는 아니겠지!”
캐럴이 외쳤다.

훨씬 자연스럽지 않은가? 전부 대화로 이루어진 건 아니지만 역시 효과적인 대화 장면이다. 아내에게 편지를 숨기려 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조지가 정말 했을 법한 생각이고, 독자는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게 되기 때문이다(그 정보가 모두 필요하다면).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는 플롯에 따라, 인물의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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