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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표현할 때 흔히 하는 실수

by 도서출판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말은 작가에게 다른 어떤 종류의 대화보다 함정이 되기 십상이다. 이때 피해야 할 점들은 다음과 같다.



지나치게 쓰기
‘미사여구’로만 나열된 대화는 진지하기보다는 우스꽝스럽게 들린다. 코믹소설을 쓰고 있다면 괜찮다. 그렇지 않은데 인물이 “별빛이 희미해져 사라질 때까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면 이 인물은 곧바로 신뢰성을 잃는다(어쩌면 작가의 신뢰성까지). 이런 말은 도가 지나치다.
우리는 사실 강렬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열띤 말로 격렬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종이 위에 이런 감정이 나열되면 진실하지도 않을뿐더러 바보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독자가 인물의 감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원한다면 지나치게 쓰기보다는 약간 덜 쓰는 편이 낫다.



상투적인 표현
여기에는 치명적인 딜레마가 있다. “당신을 사랑해요”는 상투어고 “별빛이 희미해져 사라질 때까지 당신을 사랑합니다!”가 웃기는 표현이라면, 그래서 둘 다 쓰지 못하면 뭘 쓸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문 채 눈짓으로만 사랑을 표현해야 할까?(그렇다면 그 눈짓은 “반짝이는 별처럼 바라봐도” 안 될 것이다) 그건 아니다. 진부하더라도 “사랑합니다”라고 써도 괜찮다. 사실 모든 연인이 이렇게 말한다.
이런 상투어는 간결성과 보편성 덕분에 대화로 나쁘지 않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니 안됐네요”라든가 “제 사과를 받아주세요”라든가 “지옥에나 가버려라” 역시 마찬가지다. 표현은 고루하지만 짧고 진실하고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난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피해야 할 상투적인 대화는 실생활이 아니라 영화나 TV, 다른 책에서 따온 말이다. “나와 엮인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널 부숴버리겠어”는 공허한 협박이다.
말한 사람이 말한 대로 실행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말이 힘과 위협을 모두 잃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상 속 흔한 구문을 사용하되, 상황이 좀 더 복합적일 때에는 덜 진부한 표현을 찾아보라.



‘잘 알다시피’식의 대화
이런 표현은 어디서든 나쁜 글쓰기로 평가받지만 감정적인 대화에서는 훨씬 치명적이다. 감정의 강렬함과 신뢰성을 다 앗아가버리기 때문이다. 또 감정을 말할 때에는 뒷이야기로 채워서는 안 된다. “너를 사랑하게 된 건 너를 처음 봤을 때,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중학교 2학년 영어 시간이었어”라고 말하는 인물은 자신을 바보로 만드는 셈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작가 역시 그렇다.
인물은 감정을 말하는 그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인물이 자신의 감정을 직접 말하든, 아니면 생각만 하든 아무튼 소설의 핵심은 감정이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에드나 퍼버는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제대로 그리고 설득력 있게 쓰려면 어느 정도 작가는 감정에 독살되어야 한다. 혐오감, 불쾌감, 거부감, 비난, 불만, 억울함, 이 모든 게 좋은 연료다.”


물론 감정에 독살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진실성을 담을 수 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인물이 되어보는 것’이다. 적어도 그 인물에 대해 쓸 동안만이라도 그래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 장면을 읽고 다시 독자가 되어보자.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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