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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감정을 빌려도 괜찮을까?

by 도서출판 다른
‘감정을 빌려옴’으로써 독자의 마음속에 감정을 일으킬 수도 있다. 노랫말이나 시, 영화, 다른 작가의 소설을 인용하거나 악기, 그림, 조각 같은 예술 작품들을 언급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들 역시 상징이다. 작품들이 그 이상의 의미를 나타내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바티칸의 시스티나 대성당 천장은 신앙을 위해 재능을 바친 숭고한 이들을 대변한다. 누군가의 젊은 시절에 유행한 음악은 이제는 지나간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어떤 인물이 영화 속 주옥같은 대사를 인용하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다른 작품을 인용해도 괜찮을까?
이러한 방식(인용)에 대해 서로 다른 두 관점이 존재한다.
먼저 한편에서는 이런 인용이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을 진실하게 반영한다고 믿는다. 사실 문화적 상징은 (고급문화든 대중문화든) 우리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예술 작품을 소설에 끌어들이는 것은 브랜드 이름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인물을 어떤 시대에 자리매김하게 하는 문학적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단테의 문장을 인용하는 인물이 닥터 드레의 랩을 인용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혹시 그렇다면 흥미롭기는 할 것이다). 게다가 인용이 소설 속 상황과 분명하게 연관이 있다면 원작의 감정을 환기시키는 이득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다른 예술 작품을 인용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다른 소설의 감정을 이용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나 존 레넌의 노래가 아니라 ‘자신의 글’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감정을 만들어내는 게 작가의 의무라고 주장한다.


쟁점이 더 복잡해지긴 하지만, 이 두 관점 사이에는 수많은 이가 속한 세 번째 관점도 있다. 이 관점을 지닌 작가들은 산문이나 시, 노래를 소설 속에 집어넣지 않고 장이나 절, 또는 소설의 앞머리에 인용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용구는 소설의 일부가 되지 않고 분위기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용할 때 주의할 점
다른 작품을 인용하거나 언급할 때 명심해야 할 몇 가지 지침이 있다. 먼저 그 작품은 다른 예술가가 썼고 소유권이 그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단테, 셰익스피어 등 저작권이 풀린 공공 저작물은 마음껏 인용해도 된다. 공개 연설도 마찬가지다(예를 들어 어떤 후보자의 연설을 역사소설에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작권이 소멸되지 않은 작품의 경우에는 인용해도 좋다는 작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단, ‘교육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서평을 쓸 때는 적절한 선에서 인용한다면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 작고한 작가들은 저작권 관리인이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들 중에는 인용에 대해 관대하지 않은 이도 있다. 그러니 인용할 때에는 먼저 허락을 구하는 게 좋다.


노랫말을 인용하는 건 더욱 어렵다. 미국의 작곡가, 작가, 출판사 협회인 ASCAP는 노랫말 인용과 관련된 규칙을 제정하고 관리한다. 그 규칙이 아주 엄격하다. 허락을 받으려면 돈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반면에 제목은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어떤 제목이든 마음껏 인용할 수 있다. 인물들이 “들어봐! 저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부르고 있어!”라고 하면서 노래 제목을 말해도 된다. 또 뉴욕의 링컨 센터에 가서 뉴욕 시립 발레단의 「아곤 Agon」을 볼 수도 있고, 돌리 파튼의 컨트리뮤직 「졸린 Jolene」을 들으려 내시빌의 그랜드 올 오프리에 갈 수도 있고, 동네 도서관에 가서 『벨칸토』를 빌려 올 수도 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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