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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눈으로 세상을 볼 것인가

by 도서출판 다른
소설을 쓰기 전에 시점인물을 누구로 할 것인지 모든 가능성을 탐색해봐야 한다. 첫 번째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보자. 이 소설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의 미국 앨라배마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백인 여성을 때렸다는 이유로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이 체포되는데 사실 그는 범인이 아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명망 있는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가 톰의 변호를 맡는다. 핀치는 진짜 폭행범을 추적하다가 결국 여성의 아버지가 범인임을 밝혀낸다. 그 남성은 핀치의 아이들을 공격함으로써 보복을 시도한다.

이 소설의 작가는 애초에 이들 중 한 사람의 시점으로 소설을 끌고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가는 대신 주요 플롯에 성장 이야기를 끼워 넣고, 핀치의 아이들 중 여덟 살짜리 스카우트를 1인칭화자로 선택했다. 그 결과 핀치나 톰, 그리고 진짜 범인이 시점인물일 때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소설이 좋아졌는가? 아니면 나빠졌는가? 그건 누구도 말할 수 없다. 다른 시점인물로 쓴 소설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카우트를 시점인물로 정한 건 좋은 선택이다. 이 선택은 다음의 일반적인 기준에 비추어봤을 때 아무 문제가 없다.



누가 이 사건으로 상처를 입게 될까?

감정적으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인물은 최고의 시점인물이 될 수 있다(『달과 6펜스』의 작가는 다른 목적을 위해 긴박감을 포기했다). 스카우트는 앙심을 품은 폭행범에게 죽을 뻔한다. 사건의 결과로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인물을 시점인물로 선택하자. 그 결과가 안 좋을 경우에는 고통이 따를 것이다.

이런 이유로 탐정소설 작가는 살인자와 형사의 개인적인 친분을 만들려고 무진 애를 쓴다. 이 친분으로 둘 사이의 고통이 커지고 이야기에 긴장감을 생기기 때문이다.


절정의 순간, 누가 현장에 있을 수 있을까?

『앵무새 죽이기』에서 스카우트는 그곳에 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닉도 그곳에 있다. 시점인물은 그곳에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장 중요한 사건들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어야 한다. 이런 식은 통하지 않는다.

누가 멋진 장면들 속에 있을 수 있을까?

독자도 그 장면들 속에 있고 싶어 한다. 스카우트는 아버지가 톰을 변호하는 모습을 목격하려 법정으로 숨어 들어간다.


누가 가장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까?

스카우트는 어떤 어른보다도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순수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닉은 개츠비의 행동을, 닳아빠진 뉴욕 사람들에 비해 훨씬 이상적이고 명료한 입장에서 바라본다.

자신의 소설이 세상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원하는가? 누가 그 관점에 적합한 인물인가? 그 인물이 작가 자신의 ‘눈’과 ‘심장’이 되기를 원하는가?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누구의 머릿속이 가장 흥미진진할까?

이 기준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이게 핵심이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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