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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어떻게 써야 할까 1

by 도서출판 다른
역사소설은 역사와 소설 두 가지를 혼합한 장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르의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꼭 알아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사실의 지나친 왜곡은 피하자
먼저 역사(실제로 일어난 일)는 본질적으로 정확하고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적 사실과 수치, 연도를 약간 바꿀 수 있지만 그럴 경우에도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문학 작품이라 하더라도 딱 거기까지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그랜트 장군이 미시시피에서 남부 요새인 빅스버그를 함락한 시간에 뉴욕의 술집에서 버번을 마시고 있었다고 써서는 절대로 안 된다. 만약 그렇게 하면 장담하건대 여기저기에서 주목받게 될 것이다.
편집자에게 주목을 받는 건 그나마 나은 경우로 출판 가능성은 있다. 비평가에게 주목을 받는 건 최악의 경우로 혹평일 수밖에 없다. 아니면 관련 단체나 협회 또는 날카로운 독자들에게서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다.
역사적 인물이 소설 속에서 직접 말하는 방식은 자주 쓰는 방법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인물이 절대 있을 수 없는 곳에 있게 한다든지 배경이나 인물에 대해 명백히 그릇된 묘사를 한다면 작가는 신뢰성에 작은 손상이 아니라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역사적 사실을 허술하게 다루면 안 되는 것처럼 독자들이 이미 잘 아는 결말에 대해 너무 많이 써서도 안 된다. 역사 소설가는 사건의 결말을 알고 소설을 쓰는 특권을 누린다. 그렇다고 해도 배경과 플롯의 맥락 안에서 모든 미래를 다 아는 듯 써서는 안된다.
소설이라고 해서 1941년 12월 6일 진주만의 장교 클럽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기던 장교들과 그 아내들이 다음 날 아침 그곳이 지옥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 수는 없다. 그러니 작가
역시 이에 대한 단서나 복선을 아주 조금이라도 언급해서는 안 된다.
그날의 저녁 장면에서는 칵테일 잔에 부딪히는 얼음 소리가 계속 들려야 하며 열대 태양에 검게 그을린 피부 때문에 더 하얗게 보이는 해군 제복이 보여야 한다. 또한 베니 굿먼의 스윙 재즈를 연주하는 밴드가 필요하며, 인물 모두가 럭키 스트라이크나 체스터필드 담배를 피우고 있어야 한다.
이 소설에서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되는 장면은 이들을 향해 출격을 시작한 일본군 폭격기에 대한 사전 경고다(초능력자가 등장하거나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과 다른 관점에서 보는 인물이 있지 않다면).



역사적 사실보다 ‘허구’가 핵심이다
대부분의 역사소설에서 작가와 독자가 사건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배가 빙하와 충돌하고, 주식 시장이 붕괴하고, 비행선이 뉴저지에 착륙하기 직전에 폭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소설 속 인물은 결말을 결코 몰라야 한다.
그러므로 작가가 할 일은 인물과 배경을 ‘그 순간’ 완벽히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며, 묘사를 통해 나중에 일어날 일의 전조를 알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부분(역사적 사실 속에 교묘하게 넣는 허구적 이야기)은 인물은 물론 독자도 예상할 수 없는 것들로 채워야 한다. 바로 이 부분이 소설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화자의 어조에 불확실성이 드러나게 하자
역사소설을 쓸 때는 화자의 어조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역사소설에서 화자의 목소리는 작가가 전달하는 가장 변함없고, 때로는 가장 강렬한 묘사이기 때문이다.
만약 진주만에서 벌어진 파티로 시작하는 역사소설을 쓰고 있는데 플롯이 그 이후 수년에 걸친 전쟁을 배경으로 계속 전개된다면 연합군의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당시에는 누구라도 연합군의 승리를 확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나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미 소설 중에서 전쟁이 끝나기 전에 출간된 작품을 꽤 많이 읽어봤다. 이 소설들의 문체와 분위기는 자신감과 애국심이 넘치지만 그 행간에 다른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바로 전쟁의 결말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시대와 장소에 대한 묘사가 사실적으로 보이려면 이러한 불확실성이 (마치 전쟁 중에 쓴 작품처럼)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즉 두 인물이 전쟁의 결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라면 그들이 잘난 척하며 잘 아는 듯 보여서는 안 된다. 다른 인물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허풍을 떠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전쟁이 승리로 끝난 뒤 바뀌게 될 배경을 묘사할 때도 인물들은 전쟁의 결말을 모르고 있으므로 이를 언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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