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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어떻게 써야 할까 2

by 도서출판 다른
이전 글에서 역사소설 쓰기에 관한 법칙을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역사소설에서 배경을 어떻게 묘사하는지 살펴보자.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집어넣자
역사소설에서 장소를 묘사하는 법 중 하나는 그 장소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제시하는 것이다. 어빙 스톤이 『고통과 환희』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를 어떻게 되살려내는지 살펴보자.

그들은 어울리지 않는 큰 걸음으로 좁은 길을 따라 걸었다. 돌로 지은 성이 있고 돌로 깎아 만든 외부 계단이 돌출형 펜트하우스로 이어지는 올드 아이언가를 지났다. 그들은 비아 델 코르소까지 걸어가서 비아 데이 테달디니에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 오른쪽에 있는, 붉은 벽돌로 지은 두오모 성당의 일부분을 보았다. 한 블록 더 걸어가면 왼쪽으로, 시뇨리아 팔라초의 아치와 창문이 보였고, 모래 빛 돌로 된 탑의 꼭대기가 일출로 인해 연한 파란색이 된 피렌체의 하늘을 뚫고 솟아 있었다.

모든 길과 성당이 실제 위치에 제대로 자리 잡고 있는 점을 통해 우리는 작가가 현장 조사를 철저히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석재의 색깔에서도 세심한 세부 사항을 보여준다. 이렇게 묘사에 구체적인 사항을 집어넣는 건 그 시대와 지역을 알리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만약 소설이 1906년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다면 주인공인 연인들이 지나가는 거리 이름과 상점 이름을 말하면서 그들이 샌프란시스코의 언덕길을 산책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세기에 있었던 어떤 상점들은 더 이상 그곳에 있지 않을 수도 있고 거리 이름이 바뀌었을 수 있으므로 약간의 사전 조사를 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만의 골든게이트 다리는 1906년에는 없었으므로 이 다리를 언급하면 안 된다. 그리고 이 행복한 연인들은 자신들의 작은 세상을 말 그대로 또 비유적으로 끝장내 버릴 엄청난 지진이 바로 다음 날 일어난다는 사실을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해야 한다.



큰 사건보다 작은 사건에 집중한다
시대와 장소를 암시하는 작은 행동과 사건을 묘사하는 방법도 배경을 명확히 하는 데 좋다. 콜린 매컬로는 소설 『시저 Caesar』에서 다음과 같이 그 방법을 사용한다.
고대 로마 시대에 벌어진 획기적이고 거대한 사건들을 묘사하는 대신(물론 소설 전반에 걸쳐 그 사건들을 묘사하고 있지만) 한 가지 사건, 즉 한 남자가 연설을 위해 서 있는 장면에 집중한다.

키케로가 종이 두루마리를 들고 연설을 위해 앞으로 걸어 나오자 배심원들은 접이의자 위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나 두루마리는 단지 보기 좋으라고 들고 나온 것이었고 한 번도 펼치지 않았다. 그의 연설은 마치 즉석에서 하는 것처럼 보였고, 막힘이 없고, 분명하고, 마치 마술과도 같았다. 그 누가 가이아스 베레스에 반대하는 그의 연설과 아메리아의 카엘리우스, 클루엔티우스 그리고 로스키우스를 변호한 그의 연설을 잊을 수 있겠는가?

마지막 문장에 나오는 화자의 질문에 나라면 ‘잊을 수 있다’라고 답하겠다. 키케로의 연설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사실 그 연설문의 내용을 아는 건 여기서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문단의 맥락으로 보아 그 연설이 정말로 뛰어나고 훌륭하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시저』에서는 여러 사소한 장면이 장소, 인물에 대한 공들인 묘사와 마침내 하나로 모아지면서 예수가 태어나기 전의 로마를 매우 선명하게 그려낸다.



자, 이제 앞서 말한 샌프란시스코 배경의 이야기에 이 방법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젊은 연인 중 하나가 우연히 신문에서 그날 밤 엔리코 카루소가 오페라하우스에서 「카르멘」을 공연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고(카루소가 진이 있기 하루 전날 그곳에서 정말로 공연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니면 루스벨트 대통령(그는 1906년에 대통령이었으니 확인할 필요도 없다)에 대해 슬쩍 언급할 수도 있다.
이 방법 즉 장소에 물리적 묘사를 한 뒤 한 가지 사건과 상황에 집중하는 묘사는 역사소설에 잘 맞을 뿐 아니라 모든 장르의 소설에 맞는다.

소설 한 편에 여러 장르를 섞을 수도 있는데, 이는 어떤 장르보다도 역사소설 장르에서 가장 많이 일어난다. 역사소설을 더 세분하면 역사로맨스소설, 역사추리소설이 있으며 시간여행소설도 있다. 또한 탐정이 등장하는 역사미스터리소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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