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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by 도서출판 다른
3막 구조로 이루어진 소설은, 시작에서 중간으로(1막 → 2막), 그리고 중간에서 결말로(2막 → 3막) ‘전개’된다. 이 같은 두 차례의 전개 지점을 플롯포인트라고 하는데, 여기서 나는 이를 ‘되돌아갈 수 없는 관문’이라고 할 것이다. 이 표현이 인물을 앞으로 나가게 만든다는 의미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느낌을 더욱 잘 전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습관의 동물이다. 안전을 추구한다. 소설 속 인물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을 2막으로 몰아갈 요인이 없다면 그는 1막에 머무를 것이다. 그 역시 자신의 일상에 남기를 원한다. 따라서 주인공이 일상을 벗어나 대결 상황으로 가게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관문을 통과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냥 집에만 있으려고 들 것이다.
일단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면 대결이 벌어진다. 싸움을 중간 부분인 2막 내내 이어지게 하다 어떤 시점에서 이 이야기를 끝내야 한다. 그래야 되돌아갈 수 없는 두 번째 관문으로 주인공을 들여보내 완승을 거둘 결말로 나아갈 수 있다.
이 관문 2개가 막을 연결한다. 마치 기차의 차량들을 연결하는 고리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 고리가 약하거나 없으면 기차는 달릴 수 없다.



첫 번째 관문 통과하기
시작에서 중간으로, 즉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을 중대한 갈등 상황으로 몰아가서 거기에 머물게 할 장면이 필요하다.
스릴러에서 첫 번째 관문은 숨기고 싶은 비밀을 적대자가 우연히 발견했을 때일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주인공과 상대방 둘 중 하나가 죽어야 결말이 난다.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는 건 불가능하다. 존 그리샴의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가 그 예다.
직업적 의무가 관문이 될 수 있다. 변호사라면 의뢰받은 사건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도덕적 의무 역시 관문으로 설정하기에 효과적이다. 부모는 납치당한 아이를 찾아야 할 도덕적 의무를 느낀다.


이 지점에서 다음 질문을 꼭 해봐야 한다. 주인공이 지금의 플롯을 벗어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만약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면 아직 첫 번째 관문을 지나지 않은 것이다.

『대부』의 1장은 관문으로 끝을 맺는다. 마이클은 돈 코를레오네의 적인 슬로조와 비리 경찰관 맥컬스키를 총으로 쏜다. 이제 마이클은 건실한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 그는 이제 대결 상황에 깊이 빠져버렸고 자신의 결정을 물릴 수 없다.
수전 호와치의 『원더 워커 The Wonder Worker』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목사 니콜라스 대로가 등장한다. 아내가 두 아들과 자신을 떠나버렸을 때 목사로서 승승장구하던 그의 삶에 충격이 온다. 이에 그는 자신의 인간성을 정면으로 들여다본다. 그는 이 문제를 회피할 수 없다.


‘계기적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최초의 시련은 플롯포인트 또는 문턱 넘기라 부르는 관문과 다르다. 이 차이는 알아두는 게 좋다.
영화 「다이 하드」에서 뉴욕 경찰관 존 맥클레인은 별거 중인 아내 홀리,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날아온다. 그는 아내가 일하는 고층 빌딩에서 아내를 만난다. 맥클레인이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고 있는 사이에 테러리스트들이 건물을 점령하고 아내와 회사 직원들을 인질로 삼는다. 물론 맥클레인만 빼고 말이다. 그는 위층으로 도망친다.
이제 영화는 20분 정도 지난다. 이는 분명히 시련이다. 그러나 아직 2막으로 전개되는 단계는 아니다. 어째서? 아직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다.
테러리스트들은 맥클레인이 건물 안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맥클레인은 유리창을 열고 나가서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아니면 건문 외부에 전화를 걸어 알리는 방법을 생각해낼 수도 있다. 궁리하는 중에 맥클레인은 이 회사의 중역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러자 위층으로 올라가 화재경보기를 울린다. 이게 바로 2막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사건이다.
테러리스트들은 누군가 건물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맥클레인은 상황에서 물러날 방법이 없다. 그는 이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고 많은 갈등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모든 일이 영화의 4분의 1 지점 전에 일어난다.



두 번째 관문 통과하기
중간에서 결말로, 즉 되돌아갈 수 없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하려면 최후의 대결로 이끌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 대개 중요한 실마리나 정보, 큰 좌절이나 위기가 이야기를 결말로 이끈다. 이런 사건들은 대개 소설의 후반 4분의 1 정도나 그 이후에 등장한다.
영화 「대부」에서 돈 코를레오네의 죽음은 마피아 조직 간의 휴전을 끝장낸다. 코를레오네 가문의 적들은 훨씬 대담해진다. 결국 마이클은 권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수많은 죽음을 일으킨다.
이러한 관문은 순수소설의 구조에도 적용할 수 있다. 레이프 엥거의 『강 같은 평화 Peace Like a River』에는 두 차례의 관문이 완벽하게 배치되어 있다.
첫 번째 관문은 루벤의 형 데이비가 두 소년을 죽인 후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달아났을 때 열린다. 이 사건으로 루벤과 아버지는 소설의 중간에 나오는 일, 즉 데이비를 찾아나서는 행동을 한다. 두 번째 관문은 데이비가 다시 나타났을 때 열린다. 루벤은 데이비의 등장을 알려야 할지 갈등하며 자신과의 마지막 싸움에 직면한다.

3막 구조처럼 익숙한 방식을 벗어나 소설을 써도 될까? 물론 된다. 그러나 구조를 무시하면 독자와 교감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을 기억하자.



도로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구성 요소들이 다음과 같이 배열되어 있다.


○ 1막
시작 부분에서 인물을 소개한다. 캔자스에서 삼촌 부부와 사는 도로시라는 소녀, 강아지 토토, 그리고 얼빠진 몇 명. 도로시는 언젠가는 머나먼 “무지개 너머에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으리라 꿈꾼다.
다음에 시련이 등장한다. 굴치 양이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토토를 자신에게 넘기라고 한다. 이 요구는 법적인 근거가 있기에 헨리 삼촌은 마지못해 토토를 넘긴다. 도로시는 망연자실한다.
토토는 굴치 양의 바구니를 빠져나와 농장으로 돌아온다. 도로시는 다시 토토를 뺏길까 봐 도망치기로 한다. 그녀는 교수님을 만나는데, 그가 마법을 써서 도로시를 집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도로시와 토토가 돌아왔을 때 마침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도로시는 머리를 심하게 부딪힌 뒤 되돌아갈 수 없는 첫 번째 관문을 넘는다. 회오리바람은 집을 번쩍 들어서 도로시와 토토를 오즈라는 총천연색 나라에 내려놓는다.


○ 2막
중간 부분은 도로시가 집으로 가기 위해 마법사를 만나러 가는 여정을 다룬다. 도로시는 가는 도중 많은 문제에 부딪힌다. 못된 마법사를 만나고, 사과를 던지는 나무를 만나고, 울음소리만 우렁찬 사자를 만난다.
도로시와 세 친구, 즉 네 길동무가 마법사를 만나게 되었을 때 문제가 커진다. 마법사가 도로시를 돕는 대가로 도로시와 친구들에게 마녀의 빗자루를 가져오라고 시키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두운 숲을 통과해서 길을 떠나고 되돌아갈 수 없는 두 번째 관문을 넘어간다. 도로시는 날아다니는 원숭이들에게 잡혀간다.


○ 3막
결말에는 마지막 결전이 벌어진다. 허수아비, 양철인간, 겁쟁이 사자는 도로시를 마녀에게서 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들은 성 안으로 들어가지만 상황은 더욱 나빠질 뿐이다. 이러다간 모두 마녀와 부하들의 손에 잡혀 죽을 것이다.
하지만 마녀가 얼떨결에 허수아비에 불을 지른다. 도로시는 허수아비한테 물을 끼얹고 마녀 역시 흠뻑 젖게 된다.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법사와의 만남에서 사건이 꼬이면서 극의 긴장감이 증폭된다. 결국 도로시는 집으로 돌아오고 모두 행복해진다.



관문은 어디쯤 배치해야 할까?
3막 구조는 연극 대본에서 유래해서 영화 시나리오에서도 폭넓게 쓰이고 있다. 이 공식에서 되돌아갈 수 없는 첫 번째 관문은 영화일 경우 4분의 1 지점에서 나타난다. 즉 2시간짜리 영화라면 시작 후 30분이 지났을 때 나온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첫 번째 관문이 조금 더 빨리 나오는 게 좋다. 안 그러면 너무 늘어지게 느껴진다. 내 경험으로는 5분의 1 지점이 적절하다. 조금 더 빨라도 괜찮다. 그리고 3막은 결말에 더 가까울 때 시작해도 좋다. 4분의 3 지점이 좋지만 그보다 조금 늦어도 상관없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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