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즉 서문이나 서시 등을 이용하는 것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작가는 여러 방식으로 프롤로그를 이용한다. 프롤로그의 주요 기능은 독자가 1장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프롤로그에는 주인공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프롤로그 역시 결국에는 메인플롯과 이어져야 한다. 프롤로그에 쓰이는 주요 방식으로는 자극적 사건, 액자식 구성, 그리고 예고 등이 있다.
사건
서스펜스소설에서 주로 쓰는 방식으로 대개 죽음과 연관된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는 분위기와 인물들의 이해관계를 즉시 형성한다. 메인플롯이 시작되는 건 1장에서부터지만 프롤로그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체 이야기에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주인공이 프롤로그에 등장하기도 한다. 존 러츠와 데이비드 어거스트가 쓴 『파이널 세컨즈 Final Seconds』의 프롤로그에는 뉴욕의 공립학교에 설치된 폭탄이 나온다.
주인공 하퍼는 뉴욕 경찰청 폭탄전담팀의 머리가 희끗희끗한 베테랑 형사다. 그는 신참 파트너와 사건 현장에 온다. 하퍼가 폭탄을 해체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마침내 마지막 폭약만 제거하면 되는데 펑 하고 폭탄이 터진다. 하퍼의 손이 날아가 버린다.
1장에서 2년 반 후 하퍼는 당시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던 파트너를 만나러 간다. 하퍼는 이제 경찰이 아니다. 이렇듯 흥분과 긴장으로 가득한 프롤로그를 맛본 뒤에 1장으로 넘어가면 독자는 하퍼가 끔찍한 경험을 한 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다른 예는 할런 코벤의 『밀약 Tell No One』이다. 화자인 데이비드 벡은 아내 엘리자베스와 함께 추억을 간직한 낭만적인 호숫가로 결혼기념일 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캄캄한 호수에서 수영하고, 사랑을 나누고, 한가로이 뗏목 위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고 나서 엘리자베스가 부두로 올라간다. 벡은 뗏목에서 기다린다.
차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엘리자베스가 사라진다. 벡은 부두로 헤엄쳐 와서 아내의 이름을 소리쳐 부른다. 아내의 비명이 들린다. 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뭔가에 얻어맞은 벡은 비틀거리며 다시 물에 빠진다. 다시 아내의 비명이 들리지만 그 소리, 모든 소리는 벡이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 사라져버린다.
이 책의 프롤로그는 이렇게 끝난다. 1장은 “8년 후”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프롤로그에는 대개 주인공 이외의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메인플롯에 나타날 수도 안 나타날 수도 있다. 『미드나이트』에서는 한밤중에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재니스 캡쇼가 나온다. 그녀가 어둠 속에서 조깅하는 동안 작가는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독자가 그녀와 동일시하게 하고 공감을 유도한다. 재니스가 누군가 또는 뭔가가 자신을 따라온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긴장감은 고조되기 시작한다. 그녀의 느낌이 맞았다. 프롤로그의 끝에서 그녀는 미지의 생물체에게 공격을 받고 끔찍하게 죽는다.
이 소설의 1장은 주인공 샘 부커가 살인 현장인 작은 마을에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이때 규칙을 정해야 한다. 만약 주인공을 프롤로그에 등장시키지 않았다면 1장에서는 꼭 등장시켜야 한다. 독자들은 누구를 따라가야 할지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의할 점이 있다. 『미드나이트』는 프롤로그를 1장으로, 진짜 프롤로그를 2장이라고 붙였다. 원한다면 그렇게 해도 상관 없다. 중요한 것은 몇 장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기능이다.
프롤로그에 사건을 넣으려면 아래의 사항들을 기억하자.
○ 사건은 프롤로그에 나올 만큼 중요해야 한다.
○ 될수록 짧아야 한다.
○ 문제로 끝내야 한다. 즉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생기려고 하는 상태로 끝낸다.
○ 프롤로그를 메인플롯에 언젠가 꼭 연결해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무슨 일이 생겼는지 설명해야 한다.
액자식 구성
프롤로그에서는 지나간 일을 회상하며 이야기하는 인물을 보여줄 수도 있다. 왜 이렇게 할까? 이제 막 펼쳐질 이야기가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과 관계를 깔아놓기 위해서다.
스티븐 킹의 중편 『바디The Body』는 화자가 ‘오래전’ 처음으로 죽은 사람을 보았던 1960년의 일을 회상하면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단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깊은 의미를 지녔다고 한다. “당신의 비밀스러운 마음이 묻혀 있는 곳과 너무 가까이” 있는 것들이라고.
『호밀밭의 파수꾼』도 액자식 구성의 프롤로그가 있는 소설이다. 작가가 프롤로그나 에필로그라고 분명히 써놓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는 글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 소설의 화자 홀든 콜필드는 이렇게 알려준다.
다만 지난 크리스마스 무렵에, 갑자기 건강이 나빠져 여기로 와서 요양할 수밖에 없게 되기 직전에 겪은 어처구니없는 일에 대해 말하려는 것뿐이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인가? 독자는 마지막 장에 가서야 홀든이 정신병원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액자식 구성의 프롤로그를 쓸 때는 다음을 기억하자.
○ 메인플롯과 이어지는 느낌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 무미건조하지 않고 재미있게 느껴져야 한다. 흥미로운 목소리는 필수다.
○ 앞으로 펼쳐질 사건이 프롤로그의 인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줘야 한다.
예고
잘 사용되지는 않지만 간혹 예고가 효과적일 때가 있다. 예고란 나중에 일어날 내용을 시작 부분에서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프롤로그는 앞으로 나올 멋진 사건에 대한 예고편인 셈이다.
왜 이런 프롤로그를 쓰는 걸까?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프롤로그에서는 다 드러내지 말고 수수께끼를 남겨야 한다. 왜 인물이 이런 시련을 겪을까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 장면이 다시 나올 때에는 끝까지 보여줘서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일부 원칙주의자들은 이런 예고가 들어간 프롤로그는 플롯에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플롯에 들어갈 재료를 일찍 쓰는 것밖에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이 프롤로그가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면 그것으로 할 일을 다한 것이다.
프롤로그에 예고를 넣을 때는 이렇게 쓰자.
○ 소설 전체에서 가장 긴장감이 고조된 장면을 골라야 한다.
○ 똑같은 단어, 문장을 써도 되고 약간 바꾸어도 된다.
○ 결말을 보여주면 안 된다. 그래야 계속 읽을 것이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