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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더 큰 이야기의 조각이다

by 도서출판 다른
액자식 구성, 즉 여러 사건을 더 큰 맥락이나 틀 안으로 모아들이는 방법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 장치 중 하나다.



오디세우스의 모험은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고향인 이타카로 돌아오는 더 큰 이야기 안에서 펼쳐진다. 가장 유명한 액자식 구성 소설인 『캔터베리 이야기 The Canterbury Tales』는 토머스 베켓 사원으로 가는 순례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키클롭스(애꾸눈 거인), 사람을 죽이는 회오리바람, 말하는 수탉, 바스의 여장부 같은 이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더욱 큰 이야기의 조각이 된다. 트로이에서 이타카로, 런던에서 캔터베리로 갔다 오는 두 번의 여행 안에서.


인물의 행동이나 사건이 아닌 소설의 물리적 배경도 장소 그 자체로 액자식 구성을 이룰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임스 미치너의 역사소설 『더 소스 The Source』은 수천 년에 걸친 시간을 아우르는데, 내내 작은 한 장소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서 작가가 선택한 액자식 구성은 고고학 발굴이며 발굴 현장에서 깊이 땅을 파 들어갈수록 유물이 계속 나온다. 땅에서 파낸 항아리와 창끝, 죔쇠는 각각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이 이야기들이 소설의 각 장에서 전개된다.


이처럼 장대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더라도 약간의 액자식 구성을 배경에 담아보면 소설이 좀 더 흥미로워진다. 어떤 늙은 형제가 자신들이 자란 집에서 오랜만에 재회했다고 해보자. 무너져가는 집은 회상이나 뒷이야기에서 새로 지은 멋진 집이 되어 나타난다. 이런 식으로 집 자체의 변모는 늙은 두 형제에게 일어난 비슷한 변화를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예로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간 어떤 부부가 작은 호텔에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부부 중 한 사람의 조부모가 수십 년 전에 신혼여행을 와서 묵은 곳일 수 있다.
아니면 어떤 인물이 낡고 오래된 어떤 건물에 우연히 가게 되었는데, 그 건물이 메인플롯이 될 뒷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일 수도 있다. 패니 플래그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Fried Green Tomatoes at the Whistle Stop Cafe』에서 한 것처럼 말이다.


액자식 구성은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매우 효과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이다. 만약 이 방법을 쓴다면 중심이 액자가 아니라 이야기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순례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지 그들이 순례길에 나선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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