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
소설을 반쯤 빠르고 만족스럽게 잘 풀어나가고 있었는데 뾰족한 이유도 없이 도저히 쓸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 마치 엄지손가락이 양쪽 다 꽁꽁 묶인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쓸 수 없는 부분에 맞닥뜨렸을 때 당혹스럽고 좌절감이 느껴진다면, 문제는 그 부분에 대해 무의식과 제대로 상의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 부분을 잘못 구상했거나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못 쓰는 것이다.
다음에 일어날 주요 사건을 생각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글이 안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한쪽 끝만 가지고 다리를 놓으려 한 셈이다. 아니면 마지막으로 쓴 문장이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지는 문장인지도 모른다. 여기 해당하는 것 같으면 그 마지막 문장을 일단 지워보자.
인물이 이야기를 따라가길 거부하는 바람에 글이 안 나오는 경우라면, 그 인물에 관해 자신이 필요한 만큼 모르고 있다는 뜻이다. 보통은 그렇다. 처음 구상했던 때보다 인물에 대해 더욱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구상 단계에 마련해두었던 작은 상자 안에 인물을 쑤셔 넣으려 한 탓에 문제가 빚어진 것일 수도 있다. 이때 그냥 밀고 나가면 글이 타당성을 잃게 되는데, 바로 이 점을 무의식이 알려주려 하는 것이다.
돌파구는 두 가지뿐이다. 인물이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도록 허용하거나, 인물이 처한 환경에 변화를 주어 그가 자발적으로 ‘작가’가 원하는 길로 가게 하거나.
쓸 수 없는 부분에 맞닥뜨렸을 때 따분함이 느껴진다면 무의식이 그 부분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없애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이때는 문제인 부분을 건너뛰었다가 나중에 되돌아와서 쓰는 게 한 방법이다. 그렇게 해보니 애초에 필요 없는 부분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복잡하게 궁리할 것 없이 빼버리자.
그게 안 된다면, 그 부분이 아무래도 꼭 있어야겠다면, 최대한 간략하게 쓰고 넘어가자. 몇 단락이면 충분한 내용을 서너 쪽 꽉 차게 써야 할 내용이라고 잘못 헤아려왔을 수도 있다. 그러니 따분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름이나 장소, 날짜 등 뭐든 간에 이처럼 사소한 문제 때문에 글이 막혔다면 그냥 건너뛰어 버리고 계속 쓰자. 나중에 수정할 때 그 부분이 눈에 띄도록 사선 두 개(//)와 같은 부호로 표시해두자. 단어가 떠오르긴 떠올랐는데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도 일단은 표시를 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30분 내내 고민하게 만든 문제일지라도 나중에 보면 십중팔구 몇 분 안에 저절로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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