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
‘목소리’란 어떤 작가의 작품임을 식별할 수 있게 해주는 독특한 양식으로, 대체로 그 작가가 말을 할 때 보여주는 양식과는 다른 모습으 로 나타난다.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보다는 작가가 지닌 페르소나 특유의 목소리일 때가 훨씬 많다.
마흔쯤에 나는 자신감과 역량에서 일종의 도약을 경험했다. 훨씬 자유롭고 생산적으로 글을 썼는데, 나오는 글 자체도 그 어느 때보다 훨씬 좋았다. 얼마쯤 지나자 내가 어떻게 했는지가 자각되었다. 나를 위해 내 작품을 써주는 가상의 작가를 지어냈던 것이다. 나보다 원숙하고 노련하고 독창적이고 아는 것도 많은 어떤 이를.
몇 년 후에야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존재에 대해 알고 있고, 이름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바로 ‘페르소나 persona’로, ‘가면’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즉 고대 그리스 배우들이 모습을 꾸미고 배역을 가장하기 위해 썼던 게 페르소나다.
그 후 여러 번 새로운 페르소나를 골라 썼다. 평론을 쓸 때도 그랬고, 이 책을 쓰면서도. 특정 구절을 예시로 보여주기 위해 만든 가공의 소설들(예컨대 앞서 시점을 논의하며 제시한 두 가지 제임스 맥스웰 이야기)은 또 다른 페르소나로서 썼다. 이 글들은 내가 실제로 쓰는 소설들과 전혀 다르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당신은 당연히 이런 질문을 하고 싶을 것이다. “저보다 글을 잘 쓰는 작가를 어떻게 창조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내가 또 다른 질문으로 답변을 하면 궤변을 늘어놓는 꼴이 될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 “당신은 당신이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일을 하는 인물을 대체 어떻게 창조합니까?”
좀 더 괜찮은 답변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우리가 페르소나를 이용하는 것이 우리가 훨씬 나중에 발전시키게 될 능력을 가져다 쓰는 게 아닐까, 즉 미래에 획득할 능력을 담보로 빌려 쓰는 재주가 아닐까 하고 한편으로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 확신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것 같고, 그냥 자신의 무의식으로부터 창조력을 끌어다 쓰는 과정 중 페르소나를 불러들이고 글을 쓰도록 하는 형태로 발현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음 내용을 상상해 페르소나를 데려오는 일을 또 다른 방식으로 한 번 더 분석해보자. 자, 장편소설을 쓰고 있는데 인물 중 한 명이 쓴 가상의 글 한 토막을 써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한 토막이 다른 페르소나에 의해 쓰여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 인물은 작가인 당신이 아니니까.
당신이 쓰는 소설 속 짧은 인용구에서 페르소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소설 전체라고 해서 못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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