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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Mar 13. 2019

출간되는 원고의 3가지 특징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

글쓰기 교사가 습작생의 작품을 볼 때나 편집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원고를 읽을 때나 이들은 늘 글쓴이가 출간 가능한 글을 쓰는 사람인지 아닌지 대략적으로 구별할 수 있다. 이들이 찾는 작품의 특성은 아래와 같다.



1 작가와 독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거래’에 대해 알고 썼다.
  작가와 독자 간 거래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 작가지망생이 너무도 많다. 이들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글을 쓴다.
  시어도어 스터전은 늘 단 한 사람, 자신이 아는 사람 중 어떤 한 사람을 독자로 가정하고서 소설을 쓴다고 말했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확실히 이해가 되도록 쓰고 있는지 쓰면서 점검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어떤 작가들은 ‘어깨 뒤에서 자신의 원고를 지켜보는 상상의 독자’를 활용한다고 했다. 내 경우에는 소설을 쓸 때 나와 취향이 전부 똑같지만 나보다 약간 더 똑똑하고 나보다 아는 게 많은 사람을 독자라고 가정한다(그래서 그의 비웃음을 살 만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아주 조심해서 쓴다).
  프로 작가들이 쓴 소설은 열이면 열 모두가 다음 사항을 넌지시 비치고 있다. ‘나는 당신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 한번 생각해보자. 독자들은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는 게 ‘없다면’ 작품을 쓰는 이유가 뭘까?
  누군가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배우기 위해 쓰는 중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좋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아무것도 아닌’ 것을 쓸 수는 없는 법이다. 머릿속이 텅 비어 있으면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도 텅 비어 있을 뿐이다.



2 형식에 대해 알고 썼다.
  소설은 독자가 인지할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 또한 완성한 소설은 세련되고 탄탄한,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야 한다. 바닥에 쏟아진 오트밀, 고양이가 실컷 가지고 논 털실 같은 형식으로는 곤란하다.



3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문장론(단어들을 합쳐 구절, 문장으로 만드는 방식)을 어느 정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입에서 술술 나오는 어휘의 폭이 넓지 않으면 작가가 될 수 없다.



Tip. 편집자 상대하기

  자신의 글을 싣고 싶은 문학잡지에 1년 동안 원고가 4,000편 들어오는데 그중 책에 실리는 것은 40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치자. 어쩌면 누군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가 100분의 1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틀렸다. 왜냐, 이건 복권 추첨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투고한 원고가 4,000편 중 90퍼센트를 차지하는 다른 원고들과 마찬가지로 별로라면, 그 원고가 실릴 가능성은 100분의 1이 아니라 ‘0’이다.
  그러나 원고가 생명력을 가졌고 동시에 그 잡지의 보이지 않는 경계 안에 안착하고 있다면, 원고가 잡지에 실릴 가능성은 아주 높아진다. 20분의 1, 나아가 4분의 1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작가는 편집자가 형식적인 거절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쓴 메모를 줄 때 전환점을 맞이한다. 처음에는 유익하다곤 말할 수 없는 메모를 받을 것이다. “조금 더 노력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써보세요.” 그러다 조금 더 명확한 내용의 메모를 받게 될 텐데, 그것도 그리 충분한 내용은 아니라서 편집자 마음에 안 든 부분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를 쓰게 된다(설령 편집자도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을 못 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메모 내용이 예컨대 “오히려 이 부분이 좋았고 결말은 실망스러웠어요”라고 한다면, 결말에 진짜 뭔가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 개선해야 할지는 작가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결말 자체는 괜찮은데 그 결말에 대한 준비가 앞에서 미흡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 있다. 이때는 결말이 아니라 시작 부분을 손봐야 한다).


  메모를 계속해서 받다 보면 가물에 콩 나듯 한 번씩 이런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좀 짧으면 계약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이럴 땐 편집자가 요청하는 대로 줄이자. 반 토막 내달라면 반 토막 내야 한다. 분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없어도 이야기가 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처음에 모든 장면을 검토하고, 그다음 모든 단락, 그다음 모든 문장, 그다음 모든 구절,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단어를 검토해야 한다. 속은 좀 많이 쓰리겠지만 소설 쓰기 강의를 열 번 듣는 것보다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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