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
앞서 제시한 다섯 가지 항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다섯 가지 항목을 전부 기록했지만 원고를 쓰거나 고치기 전에 주인공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렇다면 이야기 속 사건에 따라 다음 두 가지 항목을 추가로 확인하자.
주인공은 어떤 과정을 거쳐 도입부 상황에 이르렀을까?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어떤 일이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그러한 상황에 처한 것이라면? 그 일을 구체적으로 그려보자. 이를테면 내가 쓴 《난처한 토르투가 Tortuga in Trouble》에서 거북이는 할머니 댁에 가려고 바구니 한가득 음식을 준비한 상태였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작가인 나는 이미 할머니가 아파서 거북이가 할머니를 찾아가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거북이가 비록 느리긴 하지만 옛날에 친구들에게 배신을 당한 적이 있어서 친구들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안다. 최종 원고에 이런 내용들이 들어갈 필요는 없지만, 작가가 이를 알고 있으면 인물을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주인공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어둠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싶어 하나? 세발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하나? 주인공이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극복해야 할까? 괴롭히는 아이가 있나? 내성적인 성격인가? 부모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인가?
또 하나 기억할 점은 그림책은 분량이 적고, 책을 처음 접하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쓰인 책이기 때문에 ‘주인공은 단 한 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기 부엉이들》에는 세라, 퍼시, 빌이라는 세 아기 부엉이가 등장하는데, 이건 어떻게 된 거냐고? 글쓰기에 관한 모든 말과 지침에는 예외가 늘 존재하는 법이다. 하지만 《아기 부엉이들》은 예외가 아니다. 주인공이 세 명이긴 하지만 한 인물의 세 가지 면을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 부엉이가 떠났을 때 독자는 (세라처럼) 어미 새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퍼시처럼) 어미 새가 무슨 안 좋은 일을 당할까 걱정하고, (빌처럼) 어미 새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이 벅차다.
주인공이 둘 이상일 때, 이들은 서로 아주 다르게 행동하고 말해야 한다. 《다음에, 이구아나》, 《축제를 망치다 Fiesta Fiasco》, 《쿠레브라를 믿어 Count on Culebra》, 《난처한 토르투가》를 쓸 때 나는 바로 이 점 때문에 문제를 겪었다. 각 인물을 창조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내가 쓴 아주 긴 인물 탐구를 요약해보자면, 이구아나는 언제나 계획을 세우고 일을 진행하는 활동적인 인물이다. 친구를 위해 파티를 열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코네효는 이기적이어서 어떻게든 일을 안 하려고 꼼수를 부린다. 속임수도 잘 쓴다. 쿠레브라는 남을 놀리길 좋아하고 장난을 잘 친다. 가장 머리가 좋은 인물이기도 하다. 토르투가는 느리지만 성실하다. 마음이 약한 편이고 남의 말에 혹하기 쉽다.
인물들을 머릿속에 제대로 그려두면 어떤 인물이 다른 인물이 할 법한 말을 할 때 알아채기가 쉽다. 인물 탐구를 끝냈고 모든 인물이 확실히 구별된다면, 이제부터는 각 인물이 실제로 자신의 성격에 맞게 행동하고 있는지 알아볼 차례다.
인물의 일관성 알아보기
가장 좋은 방법은 컴퓨터는 놔두고 원고를 인쇄해서 책상 앞이나 편한 의자에 앉는 것이다. 형광펜 하나를 손에 들고 주인공의 말과 행동 모두에 표시를 한다. 그러고 나서 다른 색 형광펜을 들고 주인공이 아닌 인물의 말과 행동 모두에 표시를 한다. 등장인물이 셋 이상이라면 또 다른 색 형광펜들로 또 다른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표시를 한다. 다 끝나면 원고에서 같은 색으로 표시한 부분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
그러면 어느 인물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성격에 어울리지 않게 말하고 행동하는지가 들리고 보인다. 다른 인물들에게 한눈팔지 않고 그 인물만의 말과 행동을 오롯이 따라갈 수 있다.
♧ 아이와 어른 모두를 매혹하는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