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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Apr 01. 2019

이야기를 엮는 11가지 구성 기법

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

글쓰기는 악랄해서 시작할 때는 쉬워 보여도 끝날 무렵에는 아주 고된 일이 되어 있다. _ L. 러스트 힐스



  위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지만 이 말은 사실이다. 그래도 그림책 작가는 운이 좋은 편이다. 이야기를 엮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구성 기법이 열한 가지나 더 있으니까.



  ○ 요일별

  요일별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아주 좋은 구성이다. 다만 요일을 전부 줄줄이 나열하지 않을 거라면 아예 쓰지 말아야 한다. 어느 요일이 일단 나오면 독자는 나머지 요일들도 곧 나올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요일에 따라 펼쳐지는 이야기는 교사에게 인기가 좋다. 유치원생들에게 요일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간 I.Q.  I.Q. Goes to the Library》가 좋은 예다. 주인공인 생쥐 I.Q.는 도서관 주간을 맞아 자신이 사는 교실의 반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간다. 매일 도서관에서 모험을 즐기다 금요일에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 회원증을 만들고 책을 빌린다. 토요일에는 혼자 교실에 남았지만 괜찮다. 책이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에는 또 어떤 책을 빌릴지 생각한다.



  ○ 여행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기대감, 짐 꾸리기, 여행길, 뜻밖의 모험. 여행의 목표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다. 여행길에 독자를 끌어들이는 이야기는 아주 인기가 좋다.

 《오언과 엠지: 감동적인 우정 실화 Owen & Mzee: The True Story of a Remarkable Friendship》는 2004년 12월 쓰나미로 무리는 물론 어미와도 헤어진 아기 하마 오언의 이야기다. 오언은 구조되어 낯선 곳에 보내지는데 그곳에서 130살 먹은 거북이 엠지와 친해진다. 《물소 떼와 폭풍우The Buffalo Storm》는 소녀 헤일리가 가족과 함께 마차를 타고 오리건 주로 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 순환

  순환 구성은 앞서 나온 여행 구성을 변형한 것으로 주인공이 목적지에 도착해서 멈추는 대신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 이를테면 공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서 같은 공원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달구지를 끌고 Ox-Cart Man》에서 농부는 한 해 동안 가족이 만든 물건과 기른 작물을 팔러 수레에 싣고 시내로 나간다. 집에 돌아와 만들고 기르는 과정을 다시 시작한다.

  순환 구성은 특정 구절로 시작해 같은 구절이나 살짝 다른 구절로 끝나기도 한다. 글을 매듭짓는 멋진 방법이다. 트리샤 가르델라의 《아빠처럼 Like My Dad》은 “아침에 일어나면 카우보이모자, 가죽바지 (……) 그리고 박차를 끼우고 (……) 아빠처럼”이라는 구절로 시작해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목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루가 끝나고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불을 덮어준다. 마지막에 아들은 “내가 언젠가 훌륭한 목장주가 될 거라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아. (……) 아빠의 아빠처럼”이라고 말한다.



 ○ 대조

  대조 구성은 대개는 두 인물이 마지막에 한 장면에서 만난다. 개인적으로는 대조 구성에 나오는 두 인물 모두 아이일 때, 아이들의 세계를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대조 구성을 사용한 그림책으로는 캐럴린 크리미의 《바깥쪽, 안쪽 Outside, Inside》이 있다. 비가 오려는 순간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폭우가 몰아치는 바깥쪽과 소녀, 고양이가 머무는 안쪽을 번갈아 보여준다. 결말에서는 비가 그치고 소녀와 고양이가 문을 열면서 안쪽과 바깥쪽이 하나가 된다.

  


  ○ 글자순

  글자순 구성은 논픽션 그림책 작가가 정보를 나열할 때 자주 활용한다. 내가 쓴 《여덟 명이 둥글게 Eight Hands Round》는 다양한 패치워크(조각 천을 붙여서 만드는 수예)를 알파벳 순서대로 소개한다. 미셸 마르켈은 《옥수수 껍질, 비단, 그리고 위시본 Cornhusk, Silk and Wishbones》에서 알파벳 순서를 활용해 특이한 인형들을 소개한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멋진 사진들이 실려 있다.

  그런데 픽션 작가에게도 글자순 구성에 따라 이야기를 쓰길 원하는 출판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A는 사과, B는 바나나’라는 식으로 단순히 나열만 해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한글이든 알파벳이든 글자책에서는 빠뜨리거나 건너뛰는 글자가 없어야 한다. K로 시작하는 단어 대신 C로 시작하는 단어를 쓰는 등의 속임수는 안 된다. 다만 글자를 기발한 방식으로 집어넣을 수는 있다.

  나는 《하룻밤을 보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쓸 때 X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 주인공 소녀가 공깃돌을 챙기고 싶어 할 거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평소에 공깃돌 모양이 X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던 나는 “공깃돌도 챙겨야지. X도 던져 넣고”라고 썼다.

  《B는 불도저》에는 건설 현장과 관련 있는 단어들이 나온다. 그런데 마지막 작업에 관한 수수께끼는 글자 W를 둘러싼 그림에서 일부만 드러난다. 마지막 글자인 Z(Zoom)에 이르러서야 독자들은 그동안 건설현장 인부들이 롤러코스터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글자책은 교사에게 아주 인기가 많다. 학생들과 글자를 복습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 숫자 세기

  교사들은 숫자책도 좋아한다. 그런데 글자책처럼 숫자책에도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스티브 이야기로 돌아가서 스티브가 엄마에게 도토리 한 개, 새 깃털 두 개, 솔방울 세 개…… 이런 식으로 생일 선물을 주기로 했다고 해보자. 문제는 이러면 이야기에 긴장감이 점점 커지지가 않는다. 평범한 숫자 세기에 불과하다. 어떻게 하면 긴장감을 더할 수 있을까?

  선물 꾸러미 봉지가 찢어진다면? 숫자 10에 맞는 물건을 찾지 못했는데 바로 눈앞에 있었다면? 조약돌 10개처럼?

  잊지 말자. 무조건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게 아이들을 위한 책을 쓰는 그림책 작가의 목표다.

  《쿠레브라를 믿어》에서 뱀 쿠레브라는 스페인어로 1부터 10까지 숫자를 센다. 이구아나가 발가락이 아프다는 사실을 잊게 해주려고 쿠레브라는 친구들에게 밀방망이 하나, 냄비 둘, 프라이팬 셋 등의 물건을 이구아나 꼬리에 묶은 밧줄에 매달게 한다.

  《팔짝팔짝 뛰어올라, 개구리 꼭대기에 Hippity Hop, Frog on Top》는 담장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려고 서로의 등 위에 올라타 탑을 쌓는 개구리 무리의 이야기다. 열 마리가 탑을 쌓아 비로소 담장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는데, 바로 악어다! “팔짝팔짝 놀라, 개구리들이 와르르” 무너진다.



  ○ 구절 반복

  이야기에서 특정 구절을 반복하면 운율을 더할 수 있다. 내일, 다음 주, 내년 같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이 독자에게 시간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릴 수도 있다.

  스티브 이야기에서는 어떤 구절을 반복하면 좋을까? 스티브가 엄마가 좋아하는 비누를 꼭 사 주고 싶어 한다면 “엄마는 내가 선물하는 비누를 정말 좋아할 거야”를 몇 번, 그렇지만 너무 자주는 말고, 반복해서 적는다. 그러면 긴장감이 점점 커지고 소망은 강조된다.

  아이들은 특정 구절을 반복해서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 구절이 나오기를 기다리다 어른이 읽을 때 따라 한다. 자신들도 그림책을 ‘읽고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초보 작가들은 구절 반복을 지나치게 많이 활용하기도 한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적을수록 좋다’를 기본 원칙으로 삼자. 아니면 구절을 살짝 변형해 너무 빤해지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 반복 구성의 그림책은 《요놈의 군대 소》다. 남북전쟁 중 주인공 청년이 연방군에 자원하고, ‘요놈의 군대 소’라고 부르는 청년의 소는 자원입대 사무소, 기차역, 기차, 심지어 전장에까지 청년을 따라나선다. 온갖 문제가 끊임없이 생기면서 청년은 소를 조금씩 다르게 부른다. “요놈의 무거운 소”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요놈의 위험한 소”라고 부르고 마지막에는 즐거워하며 “요놈의 영웅 소”라고 부른다.



  ○ 1 년 열두 달

  스스로 1년 열두 달 구성 기법으로 실제 원고를 쓸 일이 없다 하더라도, 연습해 보자. 좋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더라도 이런 새로운 시도는 절대 시간 낭비가 아니다. 이야기를 모든 형태로 상상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1년이 흐르다: 열두 달의 시 A Year Goes Round: Poems for the Months》는 각 달에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시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3월의 시는 〈바람 Wind〉과 〈조용한 아침 Quiet Morning〉이다. 9월의 시는 〈여름의 끝 Summer’s End〉과 〈피구 Dodge Ball〉다.



  ○ 사계절

  1년 열두 달 구성보다는 활용하기가 쉽다. 나는 논픽션 《계절을 누비다: 패치워크로 본 1년 The Seasons Sewn: A Year in Patchwork》에서 이 사계절 구성 기법을 썼다. 개척 시대에는 사람들의 삶이 계절과 더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고 계절의 변화에 더 많이 의존했기 때문에 패치워크로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게일 기번스 Gail Gibbons는 《아놀드의 사과나무 The Seasons of Arnold’s Apple Tree》에서 제목 그대로의 이야기, 즉 1년 동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과나무가 겪는 변화를 보여준다.



  ○ 이야기 속 이야기(액자 구조)

  대개 어른이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태를 띤다. 아빠가 스티브에게 자신이 순찰차에 탔던 경험과 그때 얼마나 겁이 났는지 이야기한다고 가정하자. 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펼쳐지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이 말은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새로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펼치길 두려워하지 말자. 남들이 좀처럼 하지 않는 시도를 하자. 그렇고 그런 원고 더미에서 빠져나와 출판사와 계약을 성사하려면 이러한 변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야기 속 이야기 구성의 대표적인 예는 세심하고 자상하기 그지없는 《매듭을 묶으며》다. 할아버지가 소년에게 소년의 탄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년은 그 이야기를 이미 여러 번 들어서 외울 정도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시 들으면서 소년은 의지를 되새기며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을 거라는 확신을 다진다.



  ○ 묻고 답하기

  《이건 상자가 아니야 Not a Box》에서 작가 앙투아네트 포티스 Antoinette Portis는 묻고 답하기 형식을 빌렸다. 독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책 밖의 화자가 “왜 상자 안에 앉아 있니?”라고 묻는다. 아기 토끼는 “이건 상자가 아니야”라고 답한다. 이 책의 삽화가이기도 한 포티스는 “이건 경주용 차야”라는 글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 대신 검은색 선으로 그려진 상자 안에 토끼가 들어가 있는 그림을 그리고, 토끼가 상상하는 경주용 차를 빨간색 선으로 상자 주위에 그려 넣었다.



  지금까지 다룬, 이야기의 중간 부분을 강화하는 열한 가지 구성 기법들은 동시에 두 가지 이상 사용해도 된다. 나는 《다음에, 이구아나》에서 3막 구조, 인과관계, 사건 심화를 써서 이구아나가 낮잠 자는 데 방해가 되는 친구들에게 점점 더 크게 짜증을 내게 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봄을 축하하는 축제라는, 하나의 사건을 향해 나아가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도 모자라 나는 하나도 아닌 여러 구절을 반복해서 집어넣었다. “다음에, 이구아나”, “어이, 안 돼!”, “그리고 그렇게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일에 따라 이야기를 펼쳐나갔다.

  앞서 다룬 열한 가지 구성 기법을 활용해 도입부에서 결말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에 깊이와 구성적 요소를 더해보자. 쉽지 않다고? 물론 쉽지 않다는 점을 안다.


  홀로 자신의 원고와 마주하는 일은 고생스럽고 힘들다. 게다가 새로운 이야기를 쓸 때마다 결말까지 끌고 가는 데 전과 다른 구성 기법들이 필요할 것이다. 이 점이 바로 글쓰기가 던지는 도전 과제이며 흥미를 잃지 않고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쓰고 있는 이야기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거나 심지어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자신의 직감을 믿자’. 사건이 부족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사건들이 서로 인과관계로 이어지지 않거나 점점 심화되지 않고 있을 수도 있다. 여기서 다룬 구성 기법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을 써봐야 할 때가 왔는지도 모른다. 이것저것 시도해보자. 그중 하나가 이야기를 결말로 이끌어주고 나아가 출간으로 이어지게 할지도 모른다.




♧ 아이와 어른 모두를 매혹하는 이야기

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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