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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Apr 05. 2019

그림책 쓰기 모임은 어떻게 찾을까 1

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

뛰어난 작가들이라면 함께 모여 머리카락을 쥐어뜯어야 한다. 옆자리에 앉아서, 마치 한 무리의 유인원처럼 서로의 글에서 벼룩을 잡아내야 한다. _ 로건 피어솔 스미스



  나는 글쓰기 모임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림책은 다른 사람이 읽어주는 책이니까. 그림책을 삼각형에 빗대어 생각해보자. 삼각형을 구성하는 세 개의 선분 중 왼쪽 윗변이 작가라면 오른쪽 윗변은 글이다. 하지만 밑변인 독자와 연결되지 않으면 완벽한 삼각형을 이룰 수 없다. 그림책 작가는 어른 독자와 어린이 독자 모두에게 가 닿고 감동을 안기는 글을 쓰고 싶어 한다. 자신의 관점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독자들이 어려운 일을 겪을 때 힘이 되며 혼자가 아니라고 위로해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쓴 글이 뜻한 대로 잘 전해지는지 알 길이 없다. 동료 작가들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첫 독자가 아닐까? 분명히 말해두지만 연인, 남편, 아내, 부모는 원고를 검토해줄 좋은 독자가 ‘전혀’ 아니다. 자녀나 학생도 아니다. 원고를 검토해줄 가장 좋은 사람들은 역시 그림책 작가다.

  그렇다면 글쓰기 모임은 어떻게 꾸려야 할까? 이제 그 방법을 알아보자.



글쓰기 동인 찾기

  내가 글쓰기 모임을 꾸리게 된 계기는 UCLA 평생교육원에서 받았던 그림책 쓰기 수업이었다. 마음에 들었던 학생 몇몇과 함께 수업 과정이 끝난 후에도 모였다. 내가 참여하는 또 다른 글쓰기 모임의 동인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다. 워싱턴 주 포트 타운센드의 센트룸 프로그램 중 그림책 작가 제인 욜런이 이끈 글쓰기 워크숍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우리는 워크숍이 끝난 후에도 작업 중인 원고를 서로 공유하기 위해 매년 모이고 있다. 모이지 않을 때는 이메일로 서로의 원고를 보여주고 봐준다.

  오늘날에는 인터넷이라는 멋진 공간을 활용해 자신의 원고를 평가해줄 다른 작가들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 알게 되었거나 초대받은 합평 모임에 무작정 뛰어들지는 말자. 합평 모임을 선택하는 일은 인생의 동반자를 선택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글쓰기 모임이어야 한다.



개인적 자질

  인생과 글쓰기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 (내가 참여하는 글쓰기 모임처럼) 20년 넘게 지속되는 글쓰기 모임은 전문가끼리의 만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의 사적인 부분까지도 말하게 된다. 함께하는 사람들을 배우자나 연인처럼 대하는 것이다. 그러니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그들과 함께 있으면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안심이 되어야 한다. 그들은 또 다른 가족, 즉 글쓰기 가족이 되는 셈이다.

  모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면 더 좋다. 신경을 건드리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은 글쓰기 모임에 초대하면 안 된다.

  글쓰기 모임에서는 업계에서 당하는 부당한 일과 무력감도 함께 나눈다. 출판사에서 원고를 거절당한 소식을 알리고 위로와 격려를 얻는다. 출판계 정보도 나눈다. 누군가의 책이 절판되면 함께 슬퍼하고, 누군가의 원고가 계약되어 책으로 나오면 함께 기뻐한다. 나의 글쓰기 모임에서는 누군가가 계약을 하면 함께 샴페인을 터뜨리고 그 책과 관련 있는 작은 선물을 하기도 한다.

  글을 쓰지 않는 친구는 이 업계에서 겪는 좋은 일과 나쁜 일에 대해 글쓰기 동인들만큼 공감하지 못한다. 글쓰기 모임은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된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모임이라서 회원 가입과 탈퇴가 매끄럽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인간관계에서는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점을 알아두자.

  그런데 글쓰기 모임 동인들과 마음이 잘 맞는다고 끝이 아니다.



직업적 자질

  나는 동인 대부분이 그림책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분량이 짧아야 한다는 게 전부인 글쓰기 모임에 들어간 적이 있다. 알다시피 형식이 독특하며 분량이 짧다는 것은 그림책의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하다. 정형외과가 의학의 한 전문 분야이듯이, 그림책도 출판 장르에서 하나의 전문 분야다. 정형외과 의사에게 편도선 수술을 맡기는 사람은 없다. 스페인어 교사에게 수학 질문을 하는 사람도 당연히 없다. 그러니 그림책을 쓰는 동인이 없는 글쓰기 모임에는 나갈 필요가 없다. 동화책 작가들이나 아동도서 작가들조차 그림책 분야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림책을 평가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수년간 원고를 보여주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실수는 하지 않길 바란다. 그림책 작가들과 어울리자.

  글쓰기 모임의 동인 중 적어도 한 명은 그림책 출간 경험이 있거나 모임의 그 누구보다도 그림책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초보 작가들만 모여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가 없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르침을 줄 동인을 찾자.

  출간 경험이 있는 경력 작가의 경우 모임에 참가하는 데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기꺼이 지불하자. 그만한 가치가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에게 지식을 얻은 모임의 동인 모두가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고 더 이상 돈을 주고 전문가를 모실 필요가 없어진다.

  인정할 만한 실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작가들과 만나자. 출간 경험이 있는 작가라 해도 그 작가의 글이 꼭 마음에 들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원고를 비판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또 비판하기를 망설이는 사람과는 만나지 말자. 칭찬만 하는 모임에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그 당시에는 기분이 좋을지 몰라도 칭찬만 꾸준히 받아서는 출판사와 계약하기 어렵다. 경력을 쌓고 싶다면 소심하게 굴면 안 된다.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비판하면서도 배려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자.



모임의 크기

  모임의 동인 수는 누군가 한 사람이 아프거나 다른 약속이 있거나, 아니면 그저 가족에게 시간을 뺏기거나 삶이 고단해서 못 나오더라도 괜찮을 정도로 많아야 한다. 하지만 동인이 너무 많으면 서로의 원고를 평가할 시간이 부족해서 어떤 원고는 다루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내가 동네에서 하는 글쓰기 모임은 회원들이 세 명이다(최근에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 수가 너무 적어졌다). 전국에 회원이 흩어져 있는 글쓰기 모임은 일곱 명이다. 참여하는 글쓰기 모임이 둘 이상이면 좋은 점이 있다. 한 모임에 같은 원고를 반복해서 들고 나가면 동인들이 객관성을 잃을 수가 있다. 원고를 봐줄 다른 모임이 있으면 언제나 이득이다.



모임 시간 및 장소

  모임은 정기적으로 갖자. 그래야 동인 모두 그 시간을 미리 비워두고 모임에 충실할 수 있다. 얼마나 자주 모일지는 각 동인의 일정, 글 쓰는 속도를 고려해 정한다.

  모임 장소는 다양하다. 보통 카페, 도서관(소규모 모임의 경우 대관이 가능한 곳도 있다), 집에서 모인다. 집에서 만나는 경우 동인들이 돌아가면서 장소를 제공하기도 하고 한 동인의 집에서 계속 모이기도 한다. 장소는 상의해서 모두가 만족하는 곳으로 정해야 한다.

  인터넷에 원고를 올리고 온라인 모임만 갖는 경우도 있다. 대개는 필요할 때마다 합평을 부탁하는 느슨한 모임이지만 때로는 직접 만나는 모임처럼 정기적으로 모일 수도 있다. 글쓰기 모임에 나간다면 반드시 정기적으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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