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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서출판 다른 Apr 08. 2019

그림책 쓰기 모임은 어떻게 찾을까 2

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

모임에서는 무엇을 할까?


  ○ 소식 나누기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것이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상관없다. 앞으로 있을 학회나 좋은 책, 출판사 소식 등도 나누자. 소식을 전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합평 시간을 잡아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만! 이제 일해야지”라고 단호하게 말해줄 시간 관리 담당자를 정하자. 합평이 끝난 후 또는 간식 시간에 소식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 합평 과정

  그림책 쓰기 모임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그림책은 소리 내어 읽는 책이기 때문에 원고를 소리 내어 읽어보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글쓴이가 직접 원고를 읽으면 안 된다. 왜 그럴까?

  글을 쓴 당사자는 어디를 강조해야 하고 어느 부분에서 극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지 안다. 글쓴이가 원고를 읽으면 기가 막히게 좋게 들린다 해도, 사실은 손볼 것투성이다. 글쓴이는 편집자나 어른 독자 옆에서 매번 직접 글을 읽어줄 수 없고 어떤 미묘한 차이를 살려 읽어야 하는지 설명할 수도 없다.

  다른 사람이 소리 내어 읽는 것을 들을 때에야 비로소 어떤 문장에서 더듬게 되는지, 어떤 단어가 발음하기 곤란한지, 어느 부분이 극적 긴장감 없이 심심한지 눈에 들어오게 된다! 누군가가 소리 내어 읽는 것을 들으면서 작가는 어디를 손봐야 할지 비로소 알 수 있다.

  어떤 모임은 각 원고를 얼마 동안 합평할지 시간을 미리 정해둔다. 하지만 내 경험상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원고는 거의 완성 단계일 수 있다. 그러면 고칠 부분이 적고 합평에 걸리는 시간도 짧다. 반면에 어떤 원고는 오래 고민해야 할 부분이 여러 군데 있을 수 있다. 모든 원고에 쏟는 합평 시간이 똑같을 수는 없다. 다만 모든 원고에 관심과 애정을 똑같이 쏟아야 한다. 작가는 자신의 원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원고를 통해서도 배우는 법이다.



  ○ 합평을 받을 때

  다른 사람이 자신의 원고를 소리 내어 읽을 때는 글이 어떻게 들리는지 주의를 기울이자. 다른 동인들의 반응도 살피자. 지루해하는 부분, 재미있어하는 부분, 놀라는 부분, 흥미를 잃은 부분에 표시한다.

  합평이 시작되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피땀과 눈물을 쏟아 만든 원고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나는 글쓰기 모임에 원고를 가져갈 때마다 편집자에게 제출할 준비가 되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글쓰기 모임에 새 원고를 들고 나가서 “멋져. 당장 출판사에 보내도 되겠어”라는 말을 들은 적은 딱 한 번뿐이었다. 그 원고조차도 아직 계약을 맺지 못했다. 결국 완성되지 않은 원고였던 셈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괴롭다. 애정을 쏟은 자식 같은 원고가 아직 세상에 나설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힘든 건 글쓰기 모임의 동인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모임 초반에는 더욱 그렇다.

  실망하지 말자. 서로 합평을 몇 번 하고 나면 마음이 덜 불편해진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신공격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다들 원고를 최고로 만들기 위해 돕고 있다고 말이다. 나중에는 솔직하게 조언을 해주어 고맙고 앞으로도 계속 원고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이다.

  합평이 시작되면 질문을 받기 전에는 입을 꼭 다물고 있자. 동인들이 말하는 내용을 받아 적자. “하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라며 반박하지 말자. “왜 그렇게 생각하죠?”라고 따지지 말자. “제 남편은 그 부분을 특히 마음에 들어 했는데요”라고 불평하지 말자.

  우리가 할 일은 오직 합평을 ‘듣는 것’이다. 받아들이자. 받아 적자. 원고에 표시하자. 합평이 다 끝난 후에는 질문을 해도 좋다. “주인공이 너무 수동적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도입부를 어떻게 하면 더 촘촘하게 압축할 수 있을까요? 결말이 왜 약하다고 생각했나요?” 아니면 “그러면 제가 하고 싶은 것과는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제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왜 제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생각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글을 어떻게 손보면 될까요?”라고 물을 수도 있다.

  집에 돌아가서 받아 적은 메모와 합평 내용을 찬찬히 곱씹어보자.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기 전에 고쳐야 할 부분이 생각보다 적어서 아주 흐뭇할 수 있다. 흐뭇한 정도는 아니라도 앞으로 어떻게 고쳐야 할지 감을 잡을 수도 있다. 지적받은 부분들이 혼자 생각했던 것과 같을 때도 있다. 그런 수정은 힘들기는 해도 부담스럽지는 않다. 나는 그런 부분들은 모임에서 돌아온 하루나 이틀 안에 수정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모임에서 받은 조언들이 또렷하게 기억나고 그때 적은 메모도 이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합평에서 지적받은 부분들을 전부 고쳐야 할까?

  물론 아니다. 모든 조언은 견해일 뿐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조언은 무시하면 된다. 어떤 조언은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확실하지 않을 때도 있다. 이야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고쳐봐야 알 수 있다. 고쳤는데 이야기가 엉망이 된다면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면 된다. 어떤 조언은 아주 예리해서 곧장 반영하고 싶기도 하다.

  주의 사항을 하나 말하자면, 조언대로 글을 고친 다음에 나머지 부분을 그대로 두면 안 된다. 아무리 작은 변화도 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한군데를 고쳤다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원고의 다른 부분과 어긋날 수가 있다. 수정 작업을 서두르지 말자. 글 전체에 뜻하지 않은 변화가 생기지 않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같은 원고를 글쓰기 모임에 여러 번 들고 나가야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출판사에 보낼 용기가 생길 때까지. 그런데 같은 원고를 자주 들고 나가면 다른 동인들도 그 원고에 애착이 생겨서 글쓴이처럼 객관성을 잃는 수가 있다. 해결 방법은 두 가지다. 다른 작가나 다른 글쓰기 모임에 보여주거나 몇 주나 심지어 몇 달, 즉 필요한 만큼 기다렸다가 글쓰기 모임에 다시 들고 나가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합평을 받은 후에 흐뭇하기는커녕 온갖 지적에 마음이 상할 수 있다. 모임을 나서면서 실망스러운 나머지 기운이 쭉 빠질 수도 있고, 원하는 반응을 전혀 얻지 못할 수도 있으며, 동인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들이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글쓰기는 신이나 할 수 있는 불가능한 작업처럼 보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자. 하지만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일단 원고를 넣어두고 잠시 잊어버리자. 다른 일을 하다 보면 창의적인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떤 이야기는 그림책이라는 그릇에 맞지 않아서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포기는 실패가 아니다. 벽에 머리를 박지 않는 데만도 엄청난 의지가 필요하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 충분히 교훈을 얻었어. 다음 이야기를 쓸 때 참고해야지”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용기다.



합평을 할 때

  일단 좋은 점을 지적하면서 시작하는 게 좋다. 글쓰기 모임을 결성한 지 얼마 안 된 경우라면 더 그렇다. 흔히 예를 들자면 “이야기에 담은 메시지가 마음에 들어요”나 “이번 수정에는 정말 공을 많이 들였네요” 등이 있다.

  그런 다음 의견을 제시하자. “이번 원고 마음에 들어요” 같은 뻔한 말은 하지 말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인공이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게 마음에 들어요”라거나 “도입부가 강렬했어요. 바로 사건 한복판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처럼 글쓴이에게 어떤 점이 마음에 드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자.

  그래야 합평을 받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다른 동인들도 주인공이 적극적으로 상황에 개입하거나 도입부가 강렬해야 좋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좋은 점이 전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리가 없다! 모든 원고는, 아무리 형편없는 원고라도 작가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그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작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묻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

  원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해도 비평은 신중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특정 부분에 초점을 맞추자. “주인공의 목소리가 와 닿지 않았어요. 여섯 살이라고 되어 있는데 어른이 말하는 것 같았어요”라거나 “도입부에 설명이 너무 긴 것 같아요. 두 번째 쪽 첫 단락이 진짜 도입부처럼 느껴져요”라고 하는 게 좋다. 마음에 들지 않는 특정 부분을 지적하면 글의 어느 부분에, 왜 문제가 있는지 글쓴이에게 정보를 줄 수 있다. 합평을 할 때는 자신의 실제 경험을 예로 들면 안 된다. 이야기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지 개인적인 경험이나 추억과 연결 지으면 안 된다. 개인의 경험담은 합평 시간을 잡아먹을 뿐이다.


  합평은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서 한다.



  ○ 주요 사항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대한 핵심적인 부분을 먼저 다루자.


  1 작가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우연에 기대지는 않나? 결말에서 주인공이 변화하거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나?


  2 주인공이 아이거나 아이 같은 인물인가? 이야기 전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인물은 없나?


  3 보드북인가? 그림책인가? 그림이 삽입된 이야기책인가? 동화책이나 아동도서에 더 적합한 이야기는 아닌가?


  4 이야기가 다층적인가?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가? 깊이가 있나?


  5 새롭고 독창적인 이야기인가? 진부하지는 않나? 어떻게 하면 신선한 관점을 부여할 수 있을까?


  6 이야기에 일관성이 있나? 한 가지 사물이나 어떤 사물의 한 면을 다루는가?


  이 질문에 만족할 만한 답을 얻었다면 다음으로 넘어가자.



  ○ 형태와 구조


  1 도입부가 강렬하고 매력적인가? 배경 설명이나 묘사가 너무 길지는 않나?


  2 플롯이 중요한 전환점이나 절정을 향해 착실히 나아가는가?


  3 결말이 이야기에 토대를 두고 있나? 정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또 읽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나?


  4 이야기가 32쪽 형식에 잘 맞아떨어지나? 가제본을 보자.

    • 문제가 적어도 세 번째 면을 넘기기 전까지(즉 처음 6쪽 안에) 분명히 드러나는가?

    • 책장을 넘기고 싶게 만드는 부분이 있나?

    • 갈등이 30쪽이나 31쪽에서 해소되나? 아니면 적어도 결말에 가깝게 나오긴 하나?

    •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 32쪽에 기발한 반전, 문장 또는 예상 밖의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기는 부분이 있나?


  5 사용하는 어휘가 이야기에 어울리는가?


  6 소리, 운율, 두운, 동음 반복 등 시적 기법을 활용해 감정이 잘 드러나는가?


  7 인물이 성격에 어울리게 말하고 있나?


  8 이 이야기를 가장 잘 전달하는 문장 형식은 무엇일까? 산문일까, 운문일까?



  ○ 세부 사항

  지금부터 소개하는 세부 사항들은 너무 일찍 다루면 시간 낭비이기 십상이다. 중간에 이야기가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있으니까. 문법과 문장 다듬기 같은 세세한 부분들은 위에서 제시한 내용들을 전부 다루고 해결한 뒤에 정리하자.


  1 능동형보다 피동형 문장이 더 많지 않나?


  2 보여주지 않고 말하고 있지 않나?


  3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문장이 너무 많지 않나?

    • 꾸미는 표현(‘정말’, ‘거의’, ‘아마’ 등)

    • 형용사와 부사

    • 이야기 전개에 보탬이 되지 않는 사건 묘사

    • 미사여구

    • 대화 지문(‘~가 말했다’와 동작)



   글쓰기 모임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과 같은 작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글쓰기 모임에 원고를 들고 나가고 고치는 일을 반복한 덕에 이제는 예전만큼 글을 여러 단계에 걸쳐 수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글쓰기 모임이 없다면 여전히 글쓰기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안타깝게도 모든 글쓰기 모임이 계속 유지되지는 않는다. 동인들이 멀리 이사하거나 글쓰기를 그만두는 등의 이유로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된다. 또 때로는 동인들과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다른, 더 잘 맞는 글쓰기 모임을 찾아야 한다. 탈퇴를 망설이지 말자. 새로운 글쓰기 가족을 꾸리는 게 중요하다.




♧ 아이와 어른 모두를 매혹하는 이야기

그림책 쓰기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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