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싱글맘의 용기수집 시리즈 — 두려움을 딛고 일어선 순간들
미래에서 이렇게 네게 편지를 쓴다.
나는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너무나 생생히 기억해.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눈물이 쏟아지던 날들,
밤마다 불면에 시달리며 고개를 움켜쥐던 순간들,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감추려 애쓰던 네 모습을
나는 다 기억하고 있단다.
아이들이 기억 속에
'울기만 하는 엄마'로 남을까 두려워했지.
하지만 그 두려움조차
사랑이었음을
62세가 된 나는 이제
더 깊이 이해하고 있어.
그때의 네 마음, 정말 잘 알아.
강해야 한다는 부담감,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는 막막함.
하지만 지금의 60이 된 나는 네게 말해주고 싶어.
그 눈물 하나하나가 헛되지 않았다고.
네가 그토록 걱정했던
삼 남매는 정말 잘 자라났어.
25년의 우리 다엘이를 기억하지?
끼도 많고 예쁘고 똑똑했던 그 아이가
지금은 종합예술을 전공하더니
예능국 PD가 되어
사람들을 울고 웃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단다.
젊은 여성 PD로서는 전례 없는 성과를 내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어.
그러던 어느 날,
모두가 깜짝 놀랄 만큼 갑작스레
결혼을 선언하고 아이를 낳았지.
다엘이가 자신 있게 말하더라.
"엄마가 제 모델이었어요.
결혼과 출산이 커리어의 끝이 아니라는 걸,
엄마가 보여주셨잖아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마음이 얼마나 벅찼는지 몰라.
루비는 어떻고?
손재주 좋고 미적 감각 뛰어나던 우리 루비가
지금은 도자기 공예와 K-푸드를 연결시킨
독특한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어.
직접 만든 아름다운 도자기 그릇에
음식을 플레이팅 하는 예술적 감각으로
해외까지 사업을 확장한
당당한 기업가가 되었단다.
막내 레오는 정치외교를 공부하러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어.
그런데 이게 가장 감동적인 부분인데,
그 유학 자금을 루비가 기꺼이 대줬다는 거야.
어릴 적부터 막내를 아끼던 루비가
동생의 꿈을 위해 선뜻 나섰을 때,
나는 정말 가슴이 터질 듯 뿌듯했어.
그리고 네 얘기도 꼭 해주고 싶어.
네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미래,
그 미래의 나는 지금
정말 좋은 사람과 함께 걸어가고 있어.
네가 평생 마음속 깊이 바라던
그 소울메이트를 드디어 만났단다.
그런데 있지, 그 만남은
네가 상상했던 것처럼 드라마틱하지 않았어.
일상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공기에 스미듯이 그렇게 조용히 찾아왔지.
처음엔 그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었어.
차를 마시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함께 밥을 먹으며 웃고,
아이들과 산책하며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그렇게 하나둘씩 일상에 스며들더니,
어느 날 손을 잡고 걷게 되었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단다.
그는 네가 흘린 눈물의 무게를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함께 걸으며 서로를 더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진짜 동반자가 되어주었어.
아이들도 그분을 정말 좋아해.
우리는 마침내 진짜 의미의 완전한 가족이 되어,
또 다른 삶의 여정을 포근하게 걸어가고 있단다.
마흔 줄의 네가 상상도 못 하겠지만,
나는 이제 작가이자 강연가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았어.
네가 아이들 재우고
새벽마다 써 내려간 그 문장들이 결국 책이 되었고,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목소리가 되었단다.
서점에서 내 책을 들고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는 독자들을 만날 때,
강연장에서 수백 명이 함께 웃고 울 때,
방송에서
"그때의 내가 없었다면 지금도 없다"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네 생각을 해.
지금 사십 대의 네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흰머리가 성성한 육십 대, 지금의 내가 있는 거야.
버텨준 네게 참 고마워.
그리고 너는 더 이상 차상위가 아니야.
그 불안한 자리에서 벗어나,
지금은 한부모 가정을 돕는 재단을 운영하고 있단다.
그 시작은 네가 낸 첫 번째 에세이책이었어.
네가 책 인세를 모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브런치 구독자분들이 함께 동참해 주셨지.
처음엔 작은 후원금들이었는데,
점점 더 많은 분들이 마음을 보태주시면서
재정이 커져갔어.
정말 꿈만 같았단다.
네가 써 내려간 글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들이 모여서 또 다른 어려운 가정들에게
희망이 되는 걸 보는 건.
모든 게 기적 같았어.
지금은 다엘, 루비, 레오도
각자의 방식으로 그 재단에 함께 참여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있어.
네가 눈물로 견뎠던 그 시간들이
이제는 다른 가족들에게
희망의 강물로 흘러가고 있단다.
너의 고통이 결국 누군가를 살리는 사명이 된 거야.
그러니 오늘의 나,
마흔둘을 살아가는 너에게 말할게.
제발 잊지 말아 줘.
네가 오늘 내리는 결단이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아도,
반드시 아름다운 열매로 보상받을 거라는 걸.
환갑이 지난 나는 지금 그 증거로 살아 있어.
네가 상상할 수 없는 평안과 위로 속에서,
그때의 불확실성과 싸우며 이겨낸 시절을
보상받고 있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너는 결국 사랑도, 성공도, 가정도, 사명도
모두 얻게 된다는 거야.
네 눈물과 결단은 결코 헛되지 않을 거야.
사랑하는 25년의 나, 다루오야!
육십 대 할머니가 된 나는
마흔둘의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너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충분히 잘 해낼 거야.
네 눈물과 웃음,
모든 흔들림이 결국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어.
나는 미래에서 네게 약속해.
너의 눈물과 결단은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부디 오늘의 너를 꼭 안아주렴.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니까.
사랑을 듬뿍 담아서,
62세의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