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서랍을 열었다. 한쪽 구석에서 시끌벅적,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나가고 싶어.”
“아니야. 이번에는 내가 나갈 거야.”
파우치가 들썩거리며 삐죽빼죽 무언가가 튀어나왔다가 들어간다.
파우치 속에 있는 키링끼리 서로 먼저 나가고 싶다고 투닥거리고 있는 듯하다.
난 키링을 좋아한다.
여행을 가면 언제나 기념품 샵은 나의 필수 코스이다.
관광지에서 들리지 못하면 공항에서라도 꼭 키링을 산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사기도 하지만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자 기념품이다.
가끔 신랑은 사용하지도 않는 키링을 왜 구매하냐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나의 키링은 열쇠를 걸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 키링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의 소중한 추억과 시간이 마치 열쇠처럼 주렁주렁 걸려 있다.
파우치에서 키링을 꺼내는 순간 그 열쇠들은 내 추억의 문을 하나씩 열어준다.
열쇠를 열쇠 구멍에 넣고 돌리듯이 나의 마음을 서서히 봉인 해제한다.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 나는 키링을 산다.
그렇게 산 키링들을 모아 놓은 파우치를 잘 열어보지는 않는다.
책상 구석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 때가 더 많다.
그러나 가끔 파우치 안에서 숨 쉬고 있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다시 오지 않는 순간, 그러나 소중한 나의 시간은 가끔은 나에게 커다란 위로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키링이 그 파우치에 함께할 것이다.
새로운 추억의 열쇠를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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