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커피를 받아든 순간이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물을 받는 때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행복의 선물인 커피가 나를 민망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 손에 들려있는 것은 텀블러가 아닌 종이컵이기 때문이다.
커피를 들고 미팅 장소로 가면 손이 더 부끄러워진다.
모든 사람의 책상 위에는 텀블러가 놓여 있다.
텀블러, 언제부터인가 우리 삶에 필수가 되어버린 물건이다.
하지만 게으르고 깜박을 잘하는 나는 집에서 나온 후에 생각난다.
어쩌면 들고 다니는 것이 귀찮아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든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던 종이컵은 어느새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다.
종이컵의 용도는 참 다양하다.
첫째, 우리가 마시고 싶은 음료나 커피를 편하게 마실 수 있다.
비록 내가 준비를 하지 않아도 어느 곳에서든 우리를 기다린다.
또 종이컵은 텀블러보다 가볍다.
가격도 저렴하다.
무료로 주는 텀블러도 있지만, 대체로 텀블러의 가격은 비싼 편이다.
둘째, 나는 딸을 키웠지만, 조카가 어릴 때 가끔 화장실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음료를 마시고 난 빈 컵은 어린 조카가 놀다 달려오면 언제든 반겨주었던 응급 화장실이었다.
셋째, 종이컵은 아이들에게 무한한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장난감이 되기도 한다.
높이 쌓아 올려 자신만의 멋진 성을 만들 수 있다.
쌓은 성을 부수었다가 다시 쌓아가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나는 지금도 가끔 강의할 때에 종이컵을 사용하기도 한다.
팀원들이 하나가 되는 협동 게임을 한다. 별것 아니지만,
어른들도 컵을 쌓으면서 서로 하나가 되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우리가 오랜 시간 즐겨 찾았던 종이컵 때문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9월이 되어도 아직 더운 여름인 이유 중 하나, 내가 오늘 커피를 마셨던 종이컵이 원인이다.
이제 조금 귀찮아도 덜 부끄러운 손이 되기 위해서라도 잊지 말자, 텀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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