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도 하는 일을 못 한 엄마

by 한미숙 hanaya


“엄마, 내가 지금 엄마한테 바라는 건 조언이 아니야. 그냥 내 말을 조용히 들어주기만 바라는 거야.”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나에게 딸이 자주 했던 말이다.

아이가 청소년 시절 친구 관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나는 듣는 순간부터 나의 말을 준비한다.

아이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바로 해결 방법을 말한다.


아이가 어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짜증부리거나 화를 내면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주기보다 잘못한 일에 대해 야단을 먼저 쳤다.

혼나고 울다가 잠든 모습을 보면 또 후회한다.

이렇게 예쁘고 소중한 아이를 이해해주지 못한 엄마로서 죄책감이 들었다.

어쩌면 육아로 인해 생기는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었는지도 모른다.

늘 제자리인 엄마로서 조금이라도 고쳐보기 위해 강의를 들으러 다니기도 했다.

그 당시에 가장 많이 들었던 방법은 ‘미러링’이었다.

미러링은 아이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반영하여, 부모가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경청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화법이다.

즉 아이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해야 한다.


“나 오늘 유치원 가기 싫어.” 하고 말하면, “유치원이 가기 싫구나.”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보다 아이를 설득하고 해결법을 알려 준 것이다.

강의를 들으면서는 결심한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오늘부터 해 봐야지’.

하지만 나의 결심은 하루면 끝이 났다.


앵무새도 하는 간단한 일을 나는 하지 못하고 아이를 키웠다.

그리고 아이가 성장한 후에 후회한다.

조금 더 아이를 안아주고 공감해 준 엄마가 되지 못했던 사실을.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조금 더 안아 줄 것이다.

조금 더 공감해 줄 것이다.

아이에게 해결 방법을 제시하거나 설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기다려주고 바라보면서 사랑해 줄 것이다.

엄마의 욕심을 버리고 몸과 마음으로 들어 줄 것이다.

아이를 혼내기보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더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그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완벽하지 못했던 엄마, 그것이 나였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아이는 자랐고, 나 역시 배웠다.

이제는 그저, 지금의 우리를 사랑할 뿐이다.




#불완한전엄마 #육아스트레스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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