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사는가?

by 한미숙 hanaya


이때쯤 되면 가끔 당근에 올라오는 것이 있다.

스타벅스 프리퀀시이다.

프리퀀시는 영어 frequency에서 온 말로 ‘빈도·횟수’를 뜻하며, 스타벅스에서는 음료 구매 빈도를 기록해 일정 기준을 채우면 리워드를 준다. 일종의 ‘단골 고객 리워드 프로그램’이다.


브랜드에서는 단골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하는 제도이다.

겨울에 받는 리워드 굿즈는 다이어리이다.

그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12월 시즌이 되면 스티커를 모으려고 일부러 더 가기도 한다.

당근에 프리퀀시를 올려 서로 사고파는 것을 보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마셨던 음료의 가격을 모으면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다이어리를 사고도 남는 가격이다.

수학적인 계산으로 보면 분명히 손해다.

그런데도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단지 스타벅스 다이어리이기 때문에? 스타벅스 로고가 찍혀있어서?


어쩌면 내 기준에서만, 아니 수학적인 계산에서만 ‘손해’일 수도 있다.

17잔을 채운 사람에게 그 과정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하나의 미션이자 성취였을 것이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스타벅스에 들러 스티커를 하나 받을 때마다 느끼는 작은 기쁨이자 목표의식, 그리고 마침내 17개를 모두 채웠을 때의 뿌듯함을 만끽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그 다이어리는 ‘내가 산 것’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내가 채워 완성한 하나다.

같은 제품을 돈 주고 사는 것과 노력해서 얻어낸 것 사이에는 분명 심리적 차이가 크다.

마치 게임 아이템에서 구매하는 것과 직접 퀘스트를 깨고 얻는 것이 다른 것처럼.

그리고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을 무시할 수 없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특정 시간에, 특정 방식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더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나 스타벅스 다이어리 받았어‘라는 문장 안에는 단순히 다이어리를 소유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건 ’나도 그 문화에 참여했다‘는 증명이자, 같은 다이어리를 쓰는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다.


물론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해서 어차피 마실 거라면 스티커를 모으는 건 합리적이다.

그러나 제품의 질이나 자신의 필요보다 브랜드 자체가 목적이 될 때 문제가 된다.

’내게 맞는가‘보다 ’남들이 가졌는가‘가 구매 기준이 될 때, 우리는 소비하는 게 아니라 소비당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소비는 자기 자신을 잃게 만든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트렌드를 쫓아가다 보면, 결국 나라는 사람은 ’남들이 좋다는 것들의 조합‘이 되어 버린다.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 유행을 따르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가끔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사는 걸까?

제품을 사는 걸까, 소속감을 사는 걸까, 아니면 남들의 시선을 사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알고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든 괜찮다.





#스타벅스프리퀀시 #스타벅스다이어리 #커피가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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