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 아래

by 한미숙 hanaya

어제까지도 베란다 창에서 본 은행나무에는 노란 나뭇잎들이 가득했다.

햇빛에 이끌려 다가간 창가에서 본 나무는 잎들이 거의 사라지고 길에 노란 카페트를 깔아 놓았다.

가을을 그냥 보낼 수 없기에 신랑과 꼬미와 공원으로 나섰다.


따뜻한 햇살은 가을이기보다는 봄 같았다.

공원에는 가을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잔디밭 곳곳에 돗자리를 펴 놓은 아이와 가족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와 소풍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주말마다 우리도 저렇게 집을 나섰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나의 기억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다.


공원은 봄에 만날 수 없는 색감의 나뭇잎들이 가득했다.

봄에 만나는 색과 다른 가을의 색이 나는 더 좋다.

봄에는 화사한 색감이라면 가을은 똑같은 색이라도 성숙함이 묻어 있다.

뜨거운 여름과 거센 비를 견뎌낸 나무와 잎이라고 해야 하나?

봄과는 다른 고통을 감내한 그 무언가가 느껴진다.


어쩌면 내가 가을을 닮은 나이라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책하는 연인들을 보면서 예전의 나의 모습을 보았다.

나에게도 저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에는 지금의 내 나이가 될 것이라고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매일 젊은 날일 거라는 착각 속에 빠져 살았다.

만약 지금 아는 사실을 그때도 알았다면 조금은 더 알찬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보이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나의 미래를 본다.

벤치에 앉은 노부부는 아마도 우리를 보며 ‘우리도 저런 때가 있었지? 조금만 더 젊었다면.’ 하고 생각할 것이다.

젊은 연인을 보며 아쉬워하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도 내가 그리워할 좋았던 시절이 될 것이다.

가을 햇살 아래, 신랑과 꼬미와 함께 걷는 지금을.





#일상에세이 #인생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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