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나무 조각은 곧은 조각에 맞지 않을뿐더러 둘 다 구부러진 조각들도 서로 맞지 않는다.
구부러진 것은 다른 구부러진 것에 끼울 수 없을 것이며,
마찬가지로 곧은 것에는 더더욱 끼울 수 없기 때문이다.
-소박한 삶, 가이우스 무소니우스루푸스 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에게 맞추려고 노력을 했다.
나와 결이 다르지만 서로 노력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몇 년 동안을 함께 한 사람이기에 가능한 맞춰 보려고 공을 들였다.
그러나 더이상은 맞출 수도 끼울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떠나지 않고 그곳에 남아 있으면서 나는 곧고 상대는 구부러졌다고 생각하며 비난하고 싶지 않다.
아니, 어쩌면 서로 구부러진 상태로 함께 하려고 한 것일 수도 있다.
남을 탓하기보다 그곳에서 내가 나오면 간단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했다.
소속된 곳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이 두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그동안 내가 쏟아부었던 열정이 아쉬워서였나?
여러 가지 이유를 핑계로 떠나지 못했던 곳을 떠나려고 마음먹으니 아쉬움과 미련도 남는다.
그러나 더이상 그 누군가를 비난하는 말을 하면서 그 속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했던 모든 짐을 하나씩 정리하고 버렸다.
다만 아이들과의 마지막 약속만은 남았다.
그것은 버릴 수 있는 짐이 아니라, 내가 끝까지 지켜야 할 마지막 의무다.
그 약속만은 온전히 지키려고 한다.
나를 버리고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하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로 아이들만 생각하며 나의 모든 열정을 부을 것이다.
내가 그곳을 떠나면서도 잃지 말아야 할 것, 나를 다시 곧게 세워줄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 약속을 다하고 나면, 그제야 온전히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위하여, 더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기 위하여….
#구부러진 #나를위하여 #일상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