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이란 사전적 의미로 순순히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부모의 뜻에 순종하기를 원한다.
나 역시 그랬다.
우리 아이는 초등시절까지는 천사였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엄마의 말은 잔소리일 뿐이었고, 대화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렇게 아이의 사춘기와 엄마의 갱년기가 충돌했다.
엄마에게 지지 않으려는 아이와 아이에게 절대 질 수 없다는 엄마, 우리는 매일 작은 전쟁을 벌였다.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 엄마도 온몸으로 반항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에게 순종을 요구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변화하는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이 들었다.
왜 내가 아이와 전쟁하고 있는지.
내가 원했던 건 어쩌면 아이의 순종이 아니라, 예전처럼 내 말을 따르던 그 어린 시절의 아이였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 여전히 천사였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았다.
단지 공부를 좀 멀리하고, 스마트 폰을 끼고 산다는 것 외에는….
단지 엄마의 욕심으로 부족한 점만 가득한 사춘기 반항아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부모의 말에 무조건 순종하지 않는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살다가는 도저히 안 될 것 같기에 그때부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집에서 스마트 폰과만 친구를 하는 아이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조금이라도 잔소리를 덜 하기 위해서였다.
순간순간 아이를 보면 ‘울컥’ 치밀어 오를 때도 있었지만,
다른 곳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스마트 폰만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자는 마음으로 나를 달래기도 했다.
그렇게 사춘기 시절을 보내고,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았다.
순종이란 아이가 자신의 뜻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부모인 내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이는 더 이상 내 뜻대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자신만의 속도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한 사람이었다.
사춘기는 아이가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과정이고,
갱년기는 부모가 아이를 놓아주는 연습을 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안다.
진짜 순종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어른인 내가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을.
#순종 #사춘기 #일상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