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머리

by 한미숙 hanaya

10여 일 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감기로 헤롱거리며 모든 일상은 날아갔다.

예정되어 있던 일정만 겨우 소화했다.

모든 것은 멈추었다.

독서도 글쓰기도 필사도 아니 생각도 정지되었다.

머리가 텅 비어 버렸다.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아본 적은 처음이다.

생각 없이 기계처럼 일을 처리했고 먹고 잤다.

생각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다.

하지만 왠지 산다는 느낌보다는 단지 움직이는 느낌, 이건 무엇인지 처음 경험하는 기분이다.

그냥 눈 뜨고 움직이고 자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다.

단지 내가 지금 어떤 생각으로 지금 이 일을 하는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에 멍청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다시 정신을 모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쉽지 않다. 글을 쓰려고 버둥거려보지만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생각이 모아지지 않는다.

생각 없이 살다 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날들이었다.

텅 빈 머리를 서서히 채우기 위한 발걸음을 시작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일사에세이 #텅비어버린 #운동해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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