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

by 한미숙 hanaya


당신이 허락하지 않는 한 누구도 당신을 아프게 할 수 없다.

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남을 위해 살게 된다. 에픽테토스




감기로 이렇게 오랜 시간을 아파 본 적이 없다.

어쩌면 몸이 아픈 감기보다는 마음이 아프고 시려서 더 오래 아팠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나에게 기대를 하라고 한 적이 없다.

하지만 혼자 기대를 했고 남과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대에 대한 나 혼자의 생각이 무너지면서 나는 더 아팠는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나를 아프게 한 것이다.

그 사람은 나에게 무언가를 준 적이 없으니까.

남들과는 다를 거라는 생각은 나의 생각이었다.

혼자서 기대했다가 무너졌다.

혼자 실망했다. 그리고 혹시나 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헤엄쳐 나오느라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상대는 아무것도 모른다.

단지 나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고 아팠다.

그렇게 하도록 내가 허락했다.

그 사람을 원망할 수도, 나를 자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저 이 아픔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한다.

혼자 아팠지만, 혼자 일어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마도 나는 또 누군가에게 기대할 것이다.

그리고 또 아플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에게 허락한 기대와 착각이었다는 것을.

다음에는 더 신중하게 그리고 더 솔직하게 나 자신에게 물어볼 것이다.

‘나는 이 아픔을 허락할 것인가? 라고.




#일상에세이 #감시 #철학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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