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위험

by 한미숙 hanaya


저녁 모임에서 집에 들어오는 길, 도로 위에서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어두운 밤이라 아스팔트 길은 검은 색이 되었지만,

차량의 불빛을 받아 길 위에서 무언가가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블랙 아이스라는 고급스러운 이름을 쓰고 있는 그것들은 마치 물이 햇빛을 받아 빛나는 윤슬처럼 보였다.

윤슬의 반짝임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나도 이렇게 반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블랙 아이스는 우리가 피해야만 하는 위험의 대상이다.


일상 속에서 우리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대부분은 빛난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명품 가방과 옷, 멋진 자동차의 손짓에 우리는 온몸과 마음이 흔들린다.

저렇게 멋진 것을 가지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돋보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 생각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한 발 내디디면, 블랙 아이스 위를 달리는 차처럼 우리는 미끄러진다.

통제력을 잃고 빚이라는 언덕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공허함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세상에 피해야 할 것들은 왜 다른 것들보다 더 빛나는 것일까?

평범하면 우리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일까?


어두운 밤길에 나를 집까지 안전하게 인도하는 것은 반짝이는 블랙 아이스가 아니다.

희미하지만 꾸준히 길의 경계를 알려주는 중앙선이고, 조용히 앞길을 비추던 가로등이다.

그것들은 화려하지 않다. 그 자리에서 묵묵히 나를 비쳐준다.

너무나 익숙해서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순간, 나를 지켜주는 것은 바로 그 평범한 것들이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매일 아침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가족,

힘들 때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친구,

조금씩 성장하는 나 자신의 모습.

이런 것들은 SNS에 올려도 ‘좋아요’를 많이 받지 못한다.

남들 눈에 화려하게 비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것들이야말로 우리를 진짜로 빛나게 해주는 가치들이다.


우리는 진짜와 가짜 빛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운전자가 블랙 아이스를 피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고, 유난히 반짝이는 곳을 경계하는 것처럼.

삶의 속도를 줄이고 나에게 맞는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야 한다.

유난히 반짝이는 것들을 보면 한 발짝 물러나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외롭고 지치거나 인정받고 싶을 때, 우리는 유혹에 더 취약해진다.

그럴 때일수록 신중할 수 있는 침착함이 필요하다.


블랙 아이스를 피해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화려한 반짝임의 위험을 알아차리고, 속도를 줄이며 나는 깨달았다.

진짜 빛나는 삶은 찬란한 순간의 반짝임이 아니라,

꾸준히 나를 비추는 작은 불빛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 온다는 것을.





#블랙아이스 #일상에세이 #반짝임의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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